삼성, 프로세서까지...반도체 최강 위용

[IT코리아의 힘 반도체]

일반입력 :2011/10/26 09:31    수정: 2011/10/26 11:45

송주영 기자

[2]■삼성전자, 이젠 메모리와 AP칩 아우른다

IT 기기를 움직이는 데는 반도체의 숨은 힘이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가 모바일 기기 개선을 위해 하드웨어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도 모두 이 때문.

생전 잡스는 “현재의 칩셋 설계로는 전력 소비, 제품 크기를 더 줄일 수 없다”며 반도체에 상당히 큰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유지를 500명이었던 칩설계 엔지니어를 2년만에 두배인 1천여명으로 늘렸다. 그는 타계 하기 얼마전 실리콘 밸리의 한 기업가와 만나 애플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내게 1천명의 칩엔지니어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로 그 중요성과 희망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007년은 세계 반도체 업체가 또다른 의미에서 새로운 지향점을 갖게 된 한 해였다. 애플이 기존 휴대폰 방식을 혁신한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이폰을 처음 세상에 내놓았고, 구글 주도의 오픈 플랫폼컨소시엄이 만들어지면서 세계 휴대폰 시장의 두뇌인 칩시장의 격변을 예고했다.

당연히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모바일 칩 강자인 퀄컴이 부상하고 그래픽 전문업체로만 알려졌던 엔비디아도 모바일 칩 시장에 뛰어들었다. 저전력에 강점을 갖고 있는 칩 아키텍처공급업체인 ARM아키텍처 기반으로 칩을 만드는 반도체업체들이 급부상했다.A4칩,A5칩으로 익숙한 애플은 스스로 칩을 자사제품에 공급하면서 전세계적인 칩 강자로 부상했다.

그동안 변방에서 그래픽칩만을 만들고 있는 기업으로 인식되던 엔비디아가 급부상해 어느 새 스마트폰칩의 주도적 기업이 됐다. 그리고 기존 휴대폰시장을 주도하던 퀄컴도 이에 뒤질새라 스냅드래곤을 내놓았다.

애플의 칩을 OEM으로 공급해 오던 삼성전자도 드디어 올초부터 자체적으로 설계한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즉, 엑시노스라는 브랜드로 고유의 스마트폰칩을 내놓기 시작했다.

메모리 강자로만 알려진 삼성이 스마트폰의 두뇌, 즉 컴퓨터의 CPU라 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의 강자로도 우뚝 섰다. 그동안 탈 메모리를 부르짖던 삼성은 이제 메모리와 시스템LSI를 동시에 아우르는 강자가 됐다.

■메모리 시장 1위, 반도체 시장 2위

우리나라는 지난 80년대부터 반도체에 투자했다. 미국, 일본이 경쟁을 벌이던 시절로 당시 우리나라는 반도체 시장에서 미미한 존재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반도체의 힘을 빌려 어느새 IT 하드웨어 강국으로 불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제 세계 제 2위의 반도체 업체로 인텔을 추격하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2014년이면 인텔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지난달 화성 반도체 16라인 가동식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이 언급한 내용에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현재 위상에 대한 자신감이 묻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많은 직원들의 노력으로 기술 리더십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 강자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40% 주변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사상 초유의 점유율이란 수식어를 늘 달고 다닌다. 모바일 분야에 대한 준비를 통해 최근 경쟁사가 앞다퉈 나서고 있는 모바일D램 분야는 전 세계시장 절반이 삼성전자 제품이다.

메모리 뿐만 아니라 시스템LSI 모바일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통신칩을 제외한 순수 모바일AP 분야에서는 지난 2008년 1위 자리에 올라 경쟁업체와의 격차도 벌렸다.

삼성전자는 기존 강했던 메모리와 더불어 시스템LSI 높은 성장률을 통해 어느덧 인텔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가트너그룹은 올 초 반도체 업체 1위 인텔,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4.4%p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인텔은 401억5천400만달러 매출을, 삼성전자 반도체는 324억5천50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양사 매출 격차는 23%다.

메모리 시황 악화로 최근에는 격차가 다시 벌어지긴 했지만 15년 전 양사 매출 격차가 184%였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삼성전자가 인텔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따라 잡았는가를 알 수 있다.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가 이대로만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오는 2014년경에는 인텔을 제칠 수 있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모바일 시대 AP 1위 자리 등극

삼성전자 반도체는 외형 성장에만 그치지 않아 질적 성장도 이뤘다. 메모리가 매출액을 늘리는 동안 시스템LSI도 균형 발전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모바일AP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CMOS 이미지 센서(CIS), 미디어 시스템온칩(SoC), 스마트카드IC, 파운드리, 자동차용 반도체 등을 일류화 품목으로 육성했다.

성장도 빨랐다. 지난 1991년 3억달러로 시작한 삼성전자 시스템LSI 매출이 지난해 60억달러로 성장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에서 주목할 만한 솔루션은 모바일 AP다. 태블릿이 노트북 시장을 잠식하고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는 모바일 시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다.지난 2008년 1위에 등극한 이래 삼성전자는 꾸준히 모바일AP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는 모바일AP만으로 10억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전년도 5억9천200만달러과 비교하면 81% 성장률이다.

시장점유율 1위에 점유율도 62.6%로 매우 높다. 지난해 점유율 기준 2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14.5%와는 격차가 48.1%p나 났다. 삼성전자 모바일AP는 지난 2008년 40.7%, 2009년 51.4% 등으로 점유율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애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기술력에서도 인정받고 경쟁사와의 격차도 벌릴 수 있었다. TI가 주력거래선인 노키아 등이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빠른 제품 개발, 거래선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AP 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 2월에는 새로운 브랜드인 엑시노스를 선보였다. 엑시노스 브랜드는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2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엑시노스4210은 세계 최초 듀얼코어다.지난달에는 한층 개선된 1.5Ghz 듀얼코어 모바일 엑시노스 4212도 선보였다. 엑시노스4212는 기존 듀얼코어 4210에 비해 CPU 프로세싱 성능은 25% 향상됐다. 데이터를 저장하면서도 음악감상, 인터넷 검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한층 강화됐다. 반면 소비전력은 30% 이상 절감했다.

그래픽 처리속도는 50% 향상돼 고사양 3D 게임사용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였다. 고해상도 동영상 녹화, 재생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모바일 반도체 시대를 주도하는 엑시노스는 앞으로도 꾸준히 진화할 전망이다. 정세웅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전략마케팅팀 부사장은 “삼성전자 설계 노하우, 미세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고성능, 저전력 모바일 AP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AP를 비롯한 모바일 반도체를 꾸준히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이 시장 강자 자리를 확고히 할 예정이다.

권오현 삼성전자는 지난달 타이완 삼성모바일솔루션포럼2011 행사에 나와 “차세대 고성능, 저전력 모바일 솔루션을 바탕으로 모바일기기 제조사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체와도 협력을 강화해 정보에 대한 접근이 완전히 자유로운 스마트 랜드를 건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술력에서도 경쟁사 앞서

삼성전자 시스템LSI에 모바일AP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삼성전자는 일류화 품목으로 육성한 DDI, 스마트카드IC, 모바일 CIS 등 분야서 이미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앞선 투자, 공정기술도 한 몫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4조원 규모를 시스템LSI에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 총 투자 계획 10조원 중 40%가 시스템LSI 몫이다.

공정 기술 개발에도 노력해 지난해는 파운드리 업계 최초로 시스템LSI 분야 32나노 저전력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KMG) 로직 공정도 개발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IBM과 공동으로 20나노 미만 차세대 로직공정을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설계가 아니라 그 기술의 원천인 특허수 확보에서도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

지난 수년 간 전세계 소비시장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특허의 산실로 불리는 IBM에 이어 5년 연속 최다 특허취득 2위를 나타냈다. 지난 해 말 기준 특허 취득 건수도 10만건을 넘어섰다. 이중 상당 부분은 시스템LSI 등과 관련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부품 고객사이기도 한 애플과의 특허소송을 전 세계로 확대하며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것도 그동안의 기술 노력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공정 기술을 통한 든든한 생산기지 확충에도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사업장 시설 확충과 함께 미국 오스틴에도 시스템LSI 생산 시설을 확보해 글로벌 공급체계를 구축했다. 국내 사업장 중에는 최근 기흥 9라인을 메모리 라인에서 시스템LSI 라인으로 전환하며 생산능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시스템LSI 부문 성장을 이끌 미래성장동력으로 파운드리, 45나노 이하 공정을 적용해 모바일, D-TV 등 SOC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래성장 엔진인 파운드리는 대형거래선을 확보해 매출 성장을 실현했다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파운드리 신규 대형 거래선을 지속적으로 추가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관련기사

삼성전자는 올해 시스템LSI만으로 10조원의 매출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증권업계 추정치는 더 커서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올해 파운드리를 포함해 10조원 규모 매출을 훌쩍 넘겨 15조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반도체 매출 40%가 시스템LSI에서 나올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은 주요 전략 분야에서 견고한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향후에도 첨단 공정개발, 혁신적인 제품 출시를 바탕으로 시장 리더십을 유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