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 전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극한 양상이다.
14일 저녁 9시(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정하는 최종 판결은 이번 소송전의 최대 승부처다.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 3G 전 제품에 대한 네덜란드 내 판매 금지 가처분에 대한 결론이 내려진다.
애플에게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이다. 올해 애플의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었다. 네덜란드 내 판매 금지 가처분 결과는 다른 국가는 물론 본 재판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애플로서는 첫 단추를 잘못 꿰는 셈이다.
애플은 이미 지난 심리에서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 사실를 인정했다. 남은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애플이 지난 2009년까지 인텔 칩을 구매하면서 이미 특허료를 지불한 것으로 봐야 하는가와 다른 하나는 애플이 그동안 삼성전자와 특허료 협상에 성실히 임했는가 하는 것이다.
애플 변호인단이 입증하려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애플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우선 인텔 칩을 구매함으로써 삼성에게 간접적으로 특허료를 지불했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것이다.
아울러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소한 애플이 삼성전자와 성실하게 협상해 임했다는 것을 어필하고 FRAND 조정을 받아 적정 로열티를 지불하는 선에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시켜야 한다.
물론 이 경우에는 지금까지 팔린 모든 아이폰 제품까지 포함해 소급 지불해야 한다. 애플은 과거에도 노키아와 소송에서 패소해 그간 특허 사용료를 일시불로 지불하고 합의했다.
조정을 통해 거액을 배상하는 것이 애플에게 최소한의 시나리오라면 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은 그야말로 애플에게 최악의 상황이 된다. 아이폰4S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면 칼자루는 완전히 삼성전자가 쥐게 된다. 소송 취하를 걸고 삼성전자와 불리한 상황에서 협상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반면 그동안 수세에 몰린 삼성전자는 헤이그 재판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중이다. 같은 내용의 소송이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설령 FRAND 조정을 받는다고 해도 주요 국가의 소송을 통해 거액의 라이선스 비용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만할 특허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그동안 애플이 제기한 소송에서 세 번이나 연거푸 패소했다. 이미 독일, 호주, 네덜란드에서는 갤럭시탭 10.1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관련 특허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애플의 디자인 특허 유효성이 적법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며 판결이 미뤄진 것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는 아직까지 매출 비중이 작은 태블릿 제품에 대한 판결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잇단 패소에도 불구하고 휴전이 아닌 응전을 선택한 배경에는 이러한 계산이 깔려있다.
그러나 애플, 삼성전자 모두 태블릿이 아닌 스마트폰 사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판결이 나온다면 결코 묵과할 수 없다. 법원이 손을 들어주지 않는 측은 무조건 합의 카드를 꺼내질 수 밖에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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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송 전쟁에서 애플에게 2대0 혹은 2대1로 지고 있었던 삼성전자가 헤이그 법원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든 표준 특허가 FRAND 규정 적용을 받는다면 어떤 기업이 표준 특허를 확보하려고 하겠냐”며 “FRAND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합의 이전까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