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 급등으로 IT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이익은 늘어날 전망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는 것이 속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5.9원 오른 1194.0원에서 장을 마쳤다. 장초반 1200.0원으로 거래가 시작돼 불과 1시간만에 2010원선을 위협했다. 이는 지난해 7월 23일 1210.0원 이후 14개월만에 최고치다.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IT업계에게는 호재지만 유럽발 재정 위기가 아직 해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리 득이 될 것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 내수 경기가 불안한 상황 속에 소비 수요는 계속 감소하는 반면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값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세계경제 성장률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4.9%에서 올해 3.8%로, 내년에는 3.5%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율이 오를 경우 재고부담은 커지는 반면 수익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곧바로 증시와 연결됐다. 급작스러운 사이드카 발동으로 불안감을 가중시켰던 4일 증시 흐름 속에서 IT 관련주 역시 동반 하락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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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직까지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그리스 국가부도 선언 사태가 벌어질 경우 전 세계 소비시장은 급속하게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환율 역시 당국 개입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주, 싱가폴 등 신흥국 통화가 원화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금, 달러 등 안전자산에 몰리는 이러한 흐름은 소비 위축과 직결되는 만큼 환율 상승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