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환율 오르면 뭐하나, 경기가…"

일반입력 :2011/09/26 15:52    수정: 2011/09/26 16:23

봉성창 기자

최근 환율 급등이 심상치 않다. 경기 불황이 가속화되면서 금,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자본이 몰리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IT 업체들은 주판알 팅기기에 바쁘다.

당장 환율 상승은 이들 기업들에게 호재다. 같은 가격으로 제품을 팔더라도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하며, 이는 가격경쟁력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수년간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IT기업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반면 지난 8월 미국의 디폴트 상황으로 환율이 1천원 초반까지 떨어지며 달러 약세가 두드러지자 증권사들이 서둘러 IT기업의 3분기 전망치를 하향조정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환율은 불과 두달 만에 급등했다. 곧 1천200원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단기적인 환율 변동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장기 불황에 따른 불안요소를 감안하면 이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세계 경제는 침체일로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4.9%에서 올해 3.8%로, 내년에는 3.5%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수출기업들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은 성장세 둔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경기 불황은 그대로 소비 위축으로 연결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주요 수출지역인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당장 환율이 올랐다고 좋아할수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수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치상으로나 체감 경기 모두 좋지 않다. 치솟은 물가로 인해 소비심리는 크기 위축돼 있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는 최근 주가, 환율,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이른바 '트리플약세'라는 이례적인 현상을 겪고 있다. 보통 주가가 올라가면 채권 가치가 하락하고 주가가 내려가면 채권 가치가 올라가는 전통적인 경제학이 통용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해외자본이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보다는 달러 사모으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 지난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놓은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과 유럽 일부 은행의 뱅크런 소식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기도 했다.

환율이 계속 올라갈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IT기업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달러화가 급등할 정도로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것에 따른 소비수요 감소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장 국내 대표적인 IT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분기 실적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5개월만에 1천만대가 팔린 갤럭시S2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 3분기 준수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D램등 부품가격 반등도 하반기 삼성전자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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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LG전자는 기대에 못 미칠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TV 부문이 나름 선전했지만 신제품 공백이 있었던 스마트폰 부문에서 적자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소현철 연구위원은 “고환율에 따른 수혜보다 수요 감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며 “스마트폰, 태블릿 이외에 모든 제품의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체질 개선에 성공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들의 하반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