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유페이퍼 "숨은 작가들, 오픈마켓으로 오라"

일반입력 :2011/10/04 14:27    수정: 2011/10/06 09:42

남혜현 기자

대기업들이 쉽게 보고 접근했다 낭패를 보는 곳이 전자책 시장입니다. 유페이퍼도 몇 억씩 이익을 봤다가 그만큼 손해를 보기도 했죠. 평균으로 계산하면 1년에 5천만원씩, 지난 10년간 6억원 정도 손해를 봤습니다. 격려와 손가락질을 동시에 받았죠.

뜬다 뜬다 하면서도 잘 풀리지 않았던 것이 전자책 사업이다. 꾸준히 손해를 보면서도 손을 털지 못한 것은 애정 때문일까, 가능성 때문일까. 국내 전자책 시장에 처음 오픈마켓을 도입하고, 전자책 뷰어를 개발해 온 유페이퍼의 이병훈 대표를 만났다.

지난 27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디지털북 페스티벌'에 참석한 그는 돈 안되는 사업을 왜 하냐고 바보짓이라는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다며 그래도 전자책 사업에서 10년간 그정도면 진짜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사람들도 많다고 웃었다.

이병훈 대표는 전자책 시장은 지금부터라고 강조한다. 자신감의 근거는 상황 변화다. 지난 2001년 유페이퍼의 전신 지니소프트가 휴대폰에서 읽는 '모바일 전자책'을 도입했을 때만 해도 누가 이런 데서 책을 보냐는 비웃음이 컸다.

그런데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지금은 애플, 삼성전자, 국내외 주요 이동통신사와 유통업체, 온라인 서점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모두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실제로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능성이 부각된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들어가는 비용도 늘었다. 일각에선 전자책 만드는데 무슨 돈이 드냐라고 하지만 10년을 버틴 유페이퍼도 지금 가장 힘든 일은 '자금 조달'이다. 급변하는 단말기에 대응하는 기술개발이나 콘텐츠 제작 수급, 마케팅 및 서비스 운영 등에 들어가는 돈만 매달 수천만원이다.

글로벌 업체들의 진출, 자금력 부족은 국내 중소업체가 사업을 지속하기 힘든 요인이다. 그럼에도 이병훈 대표는 이달 회사 이름을 '지니소프트'에서 '유페이퍼'로 개명한다. 이유는 하나다. 솔루션 업체로 인식되어온 회사 이미지를 벗고, 일반 소비자들에 전자책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전자책 최초 오픈마켓 '유페이퍼'

유페이퍼는 쉽게 말해 전자책판 온라인 쇼핑몰이다. 저자나 출판사들이 전자책을 만들어 장터에 올리면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구입해 다운로드 받게 했다. 1인 출판과 유통을 엮은 오픈마켓은 일반인엔 '아마존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아마존보다 먼저 1인 출판을 지원한 곳이 유페이퍼 입니다. 그런데 국내 중소기업이다 보니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았죠. 유페이퍼는 누구나 쉽게 전자책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독자들도 원하는 때에 단말기 구애 없이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했고요. 온라인 쇼핑몰처럼 판매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 대표는 전자책 오픈마켓의 필승 요인으로 수익 분배와 다양한 콘텐츠 발굴을 꼽는다. 외서와 유명 작가 중심의 기존 종이책 시장이 갖는 한계를 전자책에서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근거는 이 대표의 경험에서 나온다. 모바일 전자책 초창기, 당시 지니소프트가 국내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서비스한 모바일 만화 사업은 지금 전자책 시장보다 어려웠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불법 스캔 만화가 온라인을 점령했죠. 가끔 유명 만화작가들이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기도 했지만, 일본 만화를 번역해 들여온 것이 다수였습니다. 오프라인도 서점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만화대여점을 통해 대여해 보는게 일반적인 구조였습니다.

그랬던 것이 온라인 만화가 자리잡아가면서 구조가 크게 변했다. 다운로드가 늘어나니 기성 및 신인 작가들이 다양한 분야의 만화 콘텐츠를 모바일에 맞게 한 컷 단위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콘텐츠가 늘어나자 마케팅이 집중됐고, 이어 모바일 만화시장이 월 20억원을 넘길 정도로 커졌다. 모바일에서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 대표는 전자출판은 전통적인 종이 출판의 문제인 물류나 재고등 중간비용을 없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할수 있어 콘텐츠 생산자에 수익을 최대한 돌려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바일 시장서 만화 산업이 다시 한 번 기회를 맞이 한 것 처럼 일반 도서 시장도 전자책을 통해 콘텐츠 생산이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서 출판된 전자책은 중복도서를 제외하면 5만여권. 아마존이 보유한 200만권에 비하면 매우 적다. 때문에 종이로 출판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99%의 콘텐츠를 전자출판하도록 유도한다면 볼 만한 전자책을 수면 위로 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전자책은 새로운 형태의 시도를 해볼수 있는 여지가 많고 실제로 이런 일들이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콘텐츠 생산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면 결국 출판사, 인쇄업체, 종이책서비스업체뿐만 아니라 전자책 서비스업체, 전자책솔루션업체, 전자책단말기제조업체까지 모두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펍 전도사 호환성 맞춰야 글로벌서 성공

이 대표가 보기에 전자책 시장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호환성이다. 예컨대 똑같은 e펍(PUB)툴을 사용해 전자책을 만들었는데 특정 서점이나 단말기에서 볼 수 없다면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사겠느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e펍 적합성을 통과한 툴로 만들어도 이를 처리하지 못해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거절하는 서비스 업체도 있다며 서점마다 자체 제작툴을 쓰도록 요구하는데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출판사나 저자, 중소개발업체들의 제작비용이 이중으로 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하루 이틀안에 서비스 질을 개선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규격을 통과한 툴로 만든 콘텐츠만큼은 모두 판매되도록 각 서비스 업체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입장이다.

그가 e펍을 강조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아마존이 e펍을 사용하면서 영미권 전자책 시장은 자연스레 e펍을 표준으로 받아들였다. 국제시장서 통용되는 상호호환성은 아마존이 전자책 시장을 점령할 수 있었던 조건이기도 하다. 아울러 e펍이 다양한 단말기 사이즈에 맞게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수월하고, 웹표준을 지키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대표는 국내 전자책 시장의 성장 조건으로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또는 규제가 줄어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실명인증제, 전자상거래법, 게임심의 등 다수 규제가 인터넷 비즈니스를 국내 시장에 가두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은 실명 인증이 아닌 이메일 인증만으로 전세계 모든 사용자들이 가입할 수 있게 해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등 글로벌 기업을 만들었다며 국내처럼 각종 심의, 규제 등을 강화하면 구글북스, 아마존, 아이북스에 시장을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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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도 컸지만 이 대표는 전자책에 더 큰 투자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0년간 씨앗을 뿌렸다면 이제는 거둘 때라는 것이다. 2년 내에 유페이퍼에서 국내 최초 전자책 밀리언셀러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장기적으로 유페이퍼일본, 유페이퍼중국 등 언어권별 전자책 오픈 마켓을 여는게 꿈입니다. 이를 위해선 국내외 독자들이 즐겨 볼 만한 전자책 베스트셀러를 내놓는 것이 우선되야 겠죠. 10년전엔 손해만 본다고 바보라고 했는데, 이젠 모든 기업들이 다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않습니까. 꾸준히 한 우물을 판다면 승산이 있는 곳이 바로 전자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