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헤드폰 음질은 무조건 나빠? 천만에!"

일반입력 :2011/10/03 13:49

음향기기 시장의 어제와 오늘은 확연히 다르다. 홈씨어터 열풍이 주춤해지고, 미니 콤포넌트 오디오는 사실상 아이폰 도킹 스피커에 자리를 내줬다. MP3 플레이어는 스마트폰 속으로 쏙 들어가고 3.5mm 플러그가 통일되면서 이어폰과 헤드폰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했다.

이러한 세 가지 흐름을 모두 아우르는 제품이 등장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다. 젠하이저가 최근 내놓은 무선 헤드폰 RS170 이야기다.

무선이라는 특징 만으로 이 헤드폰은 처음 접했을 때 드는 생각은 음질이 얼마나 떨어질까 혹은 얼마나 멀리까지 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까 정도였다.

그러나 제품을 사용해본 결과 RS170은 ‘모바일 홈씨어터 & 오디오’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음질을 들려줬다.

우선 무선이라는 특징에서 오는 강점을 빼놓을 수 없다. RS 170은 수신기를 TV에 물려 홈씨어터 시스템처럼 사용하면서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있다. 아이폰을 통해 내려받은 팟캐스트 음원을 무선으로 들을 수도 있다. 이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아이폰을 코드를 꼽아 충전시키는 동안 멀리 떨어져서도 가능하다.

우선 RS 170 박스를 열면 크게 헤드셋 HDR 170과 충전과 동시에 거치대로 사용할 수 있는 송신기(트랜스미터) TR 170이 들어있다. 헤드폰 양쪽에 삽입하는 AAA 타입 충전지 2개와 송신기를 충전할 수 있는 전원 플러그는 RS 170을 사용하기 위한 필수품이다.

이밖에 3.5mm 스테레오 오디오 케이블과 6.35mm 전용 잭 플러그 어댑터, 2핀(흰색, 빨강) RCA 코드용 어댑터가 각각 하나씩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재생 기기와 송신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변환 잭 플러그를 기본 제공하기 때문에 헤드폰 사용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 물론 별도로 구입할 수도 있다.

고가 제품답게 RS 170이 다양한 음원 기기를 지원하는 것은 수신기 뒷면을 보면 잘 알수있다.

수신기 뒷면 오디오 입력 단자와 전원 어댑터 연결 단자 사이에 위치한 입력 감쇠 스위치로 입력되는 음악 재생 기기 종류에 따라 오디오 소스 신호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MP3플레이어나 스마트폰의 경우 입력 감쇠 스위치를 0db로 설정하고, 이와 달리 고정형 오디오 소스인 음악 기기자 증폭기를 사용할 때는 -8db로 맞춰야 한다.

사용 기기 호환은 이 정도면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전문가용이 아닌 이상 충분한 편이다. 보통 일반 가정에 있는 대부분의 재생 기기는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이 제품은 수신기를 설치해둔 상태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실내용으로 적합하다. 한 이어폰 사용자 커뮤니티를 통해 수신기를 가방 속에 넣고 밖을 돌아다니며 사용하는 분도 있다고는 하지만 권장할만한 사항은 아니다. 차라리 일반 블루투스 무선 헤드셋을 추천한다.

실내용으로 적합한 이유는 수신기를 따로 둬야 하는 점도 있지만 무선 제품인 만큼 수시로 충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헤드폰을 수신기에 거치했을 때 헤드폰에 들어간 충전지의 완전 충전 시간은 16시간이다. 그리고 완충된 헤드폰 사용 시간은 24시간.

젠하이저 특유의 웅장한 소리에 비해 사용 시간은 제법 길지만 충전 시간도 만만치 않게 길다. 때문에 수시로 충전하는 것이 좋다. 수신기는 집안 어디에 두어도 어울릴법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헤드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 올려둬 충전시키면 된다.

헤드폰이기 때문에 음질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저가형 이어폰도 아니고 약 40만원에 가까운 제품이기 때문에 음질이 나쁘다면 더 할말이 없을 정도다.

RS 170은 기본적으로 무선 헤드폰이기 때문에 구조상 비슷한 가격의 유선 헤드폰보다 음질이 좋을 수 없다. 음성 신호가 무선 변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단 무선이지만 최대한의 음질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

젠하이저 무선 헤드폰 RS 시리즈는 클리어(Kleer)의 비압축 오디오 전송 기술을 사용한다. 클리어 무선 전송 기술은 흔히 쓰이는 블루투스보다 개선된 방식이다. 음원을 무선 신호로 변환하면서 압축 과정을 겪는 블루투스와 달리 음의 손실이 거의 없다.

단, 클리어 기술 역시 변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완벽하게 음원이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PC에서 MP3 파일을 감상하기 위해 사타(S-ATA) 케이블을 교체할 정도로 과도한 의욕의 사용자가 아니라면 RS 170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헤드폰에 장착된 베이스와 서라운드 버튼으로 다른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이 버튼은 수신기 전면에도 녹색 LED 조명등으로 탑재됐다.

클리어 기술은 송신 능력이 뛰어나다는 특징도 있다. RS 170은 최대 80미터(m) 떨어진 거리에서도 거치대 신호를 수신할 수 있다. 사실 이 정도의 수신 거리라면 일반 가정 집안 어느 곳에서도 헤드폰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 제품은 수신기 하나에 최대 헤드셋 4대까지 들을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4명이서 귀를 막고 하나의 음원을 듣고 있는 장면은 생각에 따라서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다. 헤드셋 4대를 갖춰야 하는 가격도 문제다. 이같은 경우에는 사용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차라리 홈씨어터 시스템을 갖추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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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앞서 밝힌 모바일 홈씨어터 & 오디오처럼 쓰려면 무선 거리, 음질, 기기 호환 등을 고려했을 때 1인 사용자에게 어울린다는 평가다. 물론 가족과 같이 있을 때 방안에 수신기를 두고 따로 들을 수도 있다.

젠하이저 RS 170은 방안에 가득 퍼진 소리가 옆집에 소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무선의 편리함을 느끼기에 딱 적합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