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없애라
최근 IT기기 트렌드는 '융합'이다. 휴대폰이라 해서 웹검색이 안되는 게 아니고, 태블릿이라고 문서 작성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노트북도 '터치' 옷을 입는 세상이다. 기능이 비슷해지다보니 경쟁은 더 심해진다. 이종 IT기기간 장점을 취합하려는 움직임은 그래서 더 가파르다.
융합은 곧 '진화'를 이끌어 냈다. 올 하반기 각 PC제조업체들이 선보인 노트북과 태블릿은 연초 출시된 기술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한발 앞섰다. 두께는 얇아지고 무게는 가벼워졌으며 배터리 수명도 늘었다. 사용자환경(UI)도 개선됐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온갖 업체들이 격전을 벌이는 '스마트 기기'들의 이야기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PC 출하량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지만 노트북과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는 지속적으로 판매 성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때문에 이 '핫'한 시장 선점을 두고 PC업체들은 저마다 '기술 선도적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융합과 진화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흐름이다.
■태블릿, 컴퓨팅 성능 강화로 콘텐츠 생산까지
2년전만 하더라도 시장에선 태블릿이란 폼팩터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컴퓨팅 성능에선 노트북에 밀리고, 이동성으로 따지면 스마트폰보다 못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애플 아이패드 성공 이후 태블릿은 분명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애플과 삼성전자, HP를 비롯해 국내외 유수 IT기업들이 태블릿 제품 개발에 앞장섰다. 특히 노트북과 같은 성능을 얇고 가벼운 슬레이트 판 하나에 집어 넣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 됐다.
화면 크기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9인치 이상 널찍한 화면에서 문서, 동영상, 멀티미디어 파일을 직접 만들게 하면서 '보고, 듣고, 만드는' 복합 IT기기로 태블릿이 자리매김하고 있다.삼성전자가 지난 IFA에서 선보인 슬레이트 시리즈7가 하나의 예다.
슬레이트 시리즈7은 PC 고유 속성인 콘텐츠 생산과 이용자에 친숙한 윈도 환경을 태블릿의 이동성 및 멀티터치 기능과 결합했다. 인텔 코어i5프로세서와 128기가바이트(GB) 슬레이트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탑재해 콘텐츠 활용과 저장 등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이다.
태블릿 고유의 장점인 빠른 부팅도 가능하다. 슬립모드에서 2초만에 작업을 시작할 수 있으며, 시작 부팅 시간은 15초 내외로 줄였다. 풀사이즈 USB와 마이크로 HDMI를 통해 데이터와 비디오 시청이 가능하다. 도킹 시스템에 연결할 경우 유선랜 연결을 지원한다.
아수스가 공개한 키보드 합체형 태블릿 PC 'Eee패드 트랜스포머 TF101'도 노트북을 닮았다.
10.1인치 터치 스크린을 갖췄으며, 탈부착용 키보드 도킹 스테인션을 결합해 마치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다. 본체 배터리만으로 최대 9시간 까지 사용이 가능해 이동성을 강화했다. 안드로이드 허니콤 운영체제를 탑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태블릿을 보면 '콘텐츠 소비형 기기'라는 평가가 무색하다며 데스크톱독, 키보드 등 액세서리 제품을 이용해 문서 입력과 콘텐츠 생산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노트북, 태블릿의 '모바일' 닮는다
태블릿 하드웨어 성능 경쟁이 제조업체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면 노트북 진영은 소프트웨어업체인 MS 주도로 모바일화가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공개한 운영체제 윈도8은 PC뿐 아니라 태블릿, 스마트폰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운영체제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어떤 하드웨어서도 사용하게 한다는 목표를 앞세웠다.
스티븐 시노프스키 MS 윈도 사업부 사장은 윈도8 시연 당시 다른 모바일OS에 비해 다양한 성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노트북과 태블릿 등 거의 모든 기기에서 부팅 시간을 10초 내로 줄였다며 그동안 윈도OS 구동이 너무 느리다는 지적을 불식시키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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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업체들도 MS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태블릿 성장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든 판매률 둔화를 극복하려면 제품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MS는 개발자와 PC 제조업체들에 윈도의 진화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컴퓨팅 성능은 물론 모바일 면에서도 PC가 태블릿 못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MS 윈도8은 아직 시연 단계다. 제품에 적용할 경우 예상보다 낮은 성능을 낼 수 있다. 그럼에도 업계 전문가들의 평은 호의적인 편이다. 태블릿의 장점을 노트북에 적극 끌어 안음으로써, PC는 죽지 않는다는 명제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