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윈도8 써보니..."윈도, 사라지다"

일반입력 :2011/09/18 14:21    수정: 2011/09/19 13:50

<애너하임(미국)=임민철 기자>윈도8 운영체제(OS) 이름이 바뀔 수도 있겠다. 윈도8 사용자들이 '메트로 스타일 앱' 특성상 '창(windows)'보다는 '테두리(borders)'를 많이 접할 것이기 때문이다. 메트로 스타일 앱은 윈도8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메트로UI'로 다룰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가리킨다.

메트로UI는 지난 13일 '빌드(BUILD)' 컨퍼런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8 사용 경험과 클라우드 연계 시나리오를 선보인 환경으로 시연됐다. 이를 중심으로 인터페이스, 프로세스 관리, 클라우드 연결, 앱 상호작용, 4가지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들을 짚었다.

MS는 메트로 스타일 앱을 기본적으로 '전체화면'에서만 실행되게 만들었다. 여러 앱을 함께 돌리는 '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만 그 '여러 창'을 한 화면에 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신 화면 왼쪽과 오른쪽을 나눠 2개 프로그램을 동시에 쓰는 것은 된다. 이 경우 세로로 된 앱의 경계선이 나타난다. 이 선을 옮기는 조작으로 2개 앱이 화면 너비를 차지하는 비율을 바꿀 수 있다.

■'이게 윈도가 윈도가 아니야'

사실 고를 수 있는 비율은 2가지 뿐이다. 어느 한 쪽이 반드시 크게 표시되고 나머지는 세로로 길게 나타난다. 사용자는 어느쪽 앱을 더 크게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한 쪽 앱이 안보일 정도로 테두리를 옮기면 남은 앱이 다시 전체화면으로 돌아간다.

즉 메트로 UI는 윈도8에서 '윈도'를 안 보여준다.

물론 윈도8은 동시에 3개 이상 앱을 실행할 수 있다. 화면 안에서 2개만 보일 뿐이다. 이는 운영체제(OS)이 작은 화면크기와 제한된 시스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전략이다. 어차피 대다수 사람이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앱 개수는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윈도 사용자라면 이런 UI가 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화면 가운데 여러 창을 겹쳐 띄우고 수시로 '창 전환'을 하기에 익숙하다면 말이다. 그래서 특별히 복잡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면 여전히 '바탕화면'을 불러내 예전처럼 수많은 창을 띄울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앱을 '재운다'

보이지 않는 앱들은 그래픽 처리 부담만 줄이는 게 아니다. 이들을 '작업 관리자'에서 확인하면 해당 프로그램의 프로세스가 '일시 중지(Suspended)' 상태인 것을 볼 수 있다.

일시 중지 상태인 앱은 일종의 수면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중앙처리장치(CPU)의 연산능력을 뺏지 않고 점유율 '0%'를 유지한다. 일시 중지 직전의 메모리(RAM)는 더 늘어나지 않고 멈춰 있게 된다.

해당 앱을 다시 화면으로 불러들이지 않으면, 즉 깨우지 않으면 일정 시간 뒤 자동으로 종료된다. 차지하고 있던 메모리도 되돌린다는 얘기다. 그 전에 시스템 메모리가 부족해질 경우에도 점유 공간을 풀어놓는다.

그런데 윈도8에서는 잠자는 앱만 안 보이는 게 아니다. 실제 돌아가는 앱들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있다. 앱과 연결된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그리고 이를 작동시키는 윈도8의 핵심 기능이 그렇다.

■윈도 앱-클라우드-윈도폰 연결성

지난 13일 크리스 존스 MS 윈도라이브 부문 부사장은 '빌드(BUILD)' 컨퍼런스 첫날 기조연설을 통해 윈도8 기본 앱들이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와 긴밀하게 결합돼 있음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윈도8 전자우편을 관리하는 '메일', 연락처를 보관하는 '피플', 일정을 기록하는 '캘린더', 사진 파일을 모아두는 '포토'가 모두 MS 클라우드 '윈도라이브' 서비스와의 결합을 전제로 돌아간다.

우선 메일 앱에서는 아웃룩 프로그램처럼 익스체인지 메일 서버를 보면서 핫메일 수신함도 함께 볼 수 있다. 일정관리 앱도 연계돼 지인과 스케쥴을 공유할 수 있다. 피플 앱은 윈도라이브, 페이스북 등 온라인 계정과 아웃룩 등에 저장된 연락처를 통합해 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사용자는 메일주소나 전화번호가 어디 저장돼 있는지 몰라도 된다. 지인을 가리켜 그의 최신 메시지, 이미지 등을 SMS, 웹서비스, SNS 등 경로별로 볼 수도 있다. 최근 연락한 게 언제고, 어떤 얘길 했는지도 알 수 있다.

존스 부사장은 포토 앱은 MS의 클라우드 파워를 실감케 디자인됐다며 단말기 '라이브러리' 폴더, 윈도라이브 '스카이드라이브', 페이스북, 플리커 등에 흩어진 사진 수천~수백장을 한 곳에 둔 것처럼 열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윈도라이브와 연결되는 '윈도폰'의 기능들이 윈도8과 나란히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실제로 존스 부사장은 시연 마지막 부분을 윈도폰과의 콘텐츠 연동으로 마무리했다. 윈도폰 역시 메일의 편지, 포토의 사진, 피플의 연락처 내용이 윈도라이브 서비스와 모두 동기화된다.

■'참(Charm)' 메뉴의 마술

윈도8은 스스로 클라우드와 연결돼 있을뿐 아니라 자신이 돌리는 앱들이 서로 연결되게 작동하는 기능도 품었다. 연결된 앱들은 그 기능을 쓰기 위해 사람이 일일이 찾아들어갈 필요가 없다. 사람이 다음에 해야 할 작업을 떠올리면, 지금 실행중인 앱이 다루던 데이터를 알아서 다음 차례가 될 앱에게 넘겨준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은 메트로UI 인터넷 익스플로러(IE) 10 브라우저로 보던 웹사이트 주소나 사진을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메신저 친구들에게 보낼 수 있다.

이 과정에 '공유할 웹상의 사진을 어디에 받아야지', '무슨 단축주소 서비스를 써야지' 또는 '어느 SNS 프로그램을 켜야지' 같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아 이걸 아무개에게 보내야겠다'고 떠올린 순간, 윈도8의 공유 기능을 시작하고 받을 사람만 지정하면 된다.

다른 예로 사용자들은 컴퓨터에 저장된 음악, 영상 목록을 보다가 필요한 편집, 재생 프로그램이나 알고 싶은 창작자 정보를 찾아낼 수도 있다.

예전에 하드디스크, 네트워크드라이브 '어디 저장했더라' 또는 웹사이트 '어디서 찾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파일을 골라 '설치된 프로그램을 열겠다'거나 '관련 정보를 찾겠다'는 기능만 실행하면 된다. 윈도8이 접근 가능한 여러 경로의 결과들을 모아 보여줄 것이다.

이 사례의 열쇠는 메트로UI 핵심 기능인 '참(Charm)' 단추들이다. 참은 터치스크린을 오른쪽 바깥에서 안쪽으로 끌어당기듯 문지르면 나타나는 까만 바탕의 단추 모음 막대기를 가리킨다. 사진이나 웹사이트 주소를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면 참 메뉴의 위에서 두번째인 '공유(Share)' 기능을 쓰면 된다. 음악과 영상 관련 정보가 궁금하다면 위에서 첫번째 단추 '찾기(Search)'를 누르는 것이다.

참 막대의 위에서 세번째는 익숙한 윈도 아이콘 형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시작(Start)' 단추다. 어느 앱을 실행중이든 이를 누르면 윈도8 메트로UI 첫 화면으로 되돌아온다. 바탕화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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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작 단추 아래 놓인 '장치(Devices)'는 윈도에 연결되는 주변기기도 다른 앱들처럼 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PDF 파일을 열어 보다가 장치 단추를 누르면 '프린트' 앱을 불러낼 수 있다. 다른 맥락에서는 다른 주변기기를 제어하는 기능이 켜진다. 아무 것도 없다면 다중 모니터나 외부 출력을 설정하는 '프로젝트' 앱을 고를 수 있다.

이를 선보인 젠슨 해리스 MS 윈도 경험 부문 프로그램 관리 협력 이사는 장치 단추를 눌러 불러낼 수 있는 주변기기 앱을 '내추럴 스타일 디바이스 앱'이라 부른다며 이것으로 단말기에 연결되는 모든 장치 제어기능 역시 윈도8 기본 앱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위해 주변기기 제조 업체들이 알맞은 드라이버를 지원하거나 MS가 요구하는 표준 인터페이스를 따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