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퍼블릭 클라우드 진출… '변신 신호탄'

일반입력 :2011/09/13 09:34    수정: 2011/09/13 14:34

HP가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했다. 하드웨어 제조업체란 과거 이미지를 벗고 서비스 회사로 변모하려는 HP에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줄 지 주목된다.

HP는 최근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클라우드 프라이빗 베타’를 선보였다.

클라우드 프라이빗 베타는 ‘HP 클라우드 컴퓨트’, ‘HP 클라우드 오브젝트 스토리지’ 등 가상서버, 가상 스토리지 제품으로 구성됐다. 정식 서비스에 앞선 베타버전인 만큼 향후 서비스 추가가 이어질 예정이다.

HP가 블로그에 올린 글에 의하면, 클라우드 프라이빗 베타는 HP의 인프라스트럭처와 소프트웨어에 기반했다. 웹기반 인터페이스와 API를 통해 오픈스택과 통합가능하다.

지난 5월 HP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을 총괄하는 스콧 맥클레런 부사장은 자신의 기업용 SNS 링크드인 프로필에 HP 서비스의 대략적인 내용을 공개했다가 삭제한 바 있다.

당시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HP는 향후 블록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커먼 셰어드 서비스, 클라우드 플랫폼(PaaS),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aaS) 등을 추가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HP, 제2의 IBM 될까

HP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이 회사가 향후 나아갈 방향이 제조업체가 아니라 서비스 회사란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IBM이 컴퓨팅 제조업체에서 IT서비스 업체로 변신했던 것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HP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PC사업부 분사를 검토하고 웹OS 태블릿인 터치패드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3월 클라우드와 웹OS,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 등의 전략을 야심차게 발표했던 레오 아포테커 CEO의 자신감은 허공 속에 사라지는 듯 했다.

HP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PC사업 분사, 웹OS 하드웨어 제조 포기 등은 무거운 충격을 줬다. 주식이 31%나 폭락하면서 HP에 대한 시장우려는 지표로 나타났다. 웹OS에 기대를 걸고 HP의 지원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집단의 마지막 신뢰도 함께 증발했다.

HP는 사업분야 재조정 계획을 밝히면서 엔터프라이즈에 기업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단순히 기업고객에게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종합 IT서비스 제공업체로 나아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정보관리SW업체 오토노미 인수계획을 공개한 게 그 증표란 주장도 있었다.

한국HP의 고위 임원은 “HP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놨다는 것은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회사의 비전을 정확히 보여준다”라며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궤도에 오르면 HP 혁신 작업에 대한 시장 오해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IBM이 IT서비스 회사로 거듭나던 시점과 HP가 변신을 시도하는 시점은 큰 환경 차이를 보인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대대적인 기술적 변혁이라기보다 딜리버리 모델의 변모로 볼 수 있다. 직원이 고객 눈앞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배달하던 구축 서비스(SI)에서 인터넷을 통해 공유자원에 접근하는 것이 클라우드다.

사용자는 자신의 인프라를 직접 소유, 관리하지 않고 원거리에 떨어진 전문회사의 인프라를 빌려쓰고, 사용량만큼 비용을 지불한다. 제품을 사서 갖는 게 아니라 인프라를 빌려 쓴다고 보는 게 더 어울린다.

IBM은 위기를 겪던 지난 2000년대 이후 하드웨어 판매사업에서 SW와 SI, IT 컨설팅 등으로 주력사업분야를 이동했다. 제조업의 마진확보가 한계에 이른 시점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돌파한 것이다. 이제 IBM의 매출 중 서비스분야는 60%에 육박한다. 소프트웨어를 합치면 80%에 달한다.

■서비스 회사로 가는 HP, 클라우드가 발판

HP 변화의 방향성은 IBM과 일치한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현재로서 IT분야의 최신 서비스사업모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HP는 초반에 구축한 고성능 인프라를 각 고객들에게 빌려줌으로써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초기개발과 운영관리에 따른 비용은 규모의 경제와 총소유비용(TCO) 등의 비용절감 방안으로 상쇄한다.

올해 초 만났던 울프강 위트머 HP APJ 엔터프라이즈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ESSN) 사업부 총괄부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서비스 사업자에게 주는 기회를 고객의 확대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몇년에 걸쳐 SW를 하나 만들어도 한두 고객에게만 팔 수 있었다”며 “그런데 이를 서비스로 만들어 광범위한 영역의 클라우드 공간에서 제공하면,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고객에게서 서비스 매출을 창출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다만 기존 하드웨어 관련 매출을 잡아먹을 위험을 갖는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주요 사업이 직접구매에서 클라우드로 넘어가는 고객의 이동으로 시장축소를 겪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일단 프라이빗 클라우드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SMB와 중견기업 시장을,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겨냥한다.

단순히 데이터센터 구축 작업을 대신하는 건 아니다.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한 노하우를 판매하는 것이 HP의 목표다.

텐 리 추 HP APJ 테크놀로지서비스사업부 부사장은 “클라이언트 인프라, 데이터센터 전환, 네트워크 등에 주력하고 있다”며 “특히 데이터센터 전환은 HP가 지난 30년간 추진해온 분야로 축적된 노하우와 전문성을 보유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완전히 새로 구축한 데이터센터가 40개를 넘었다”라며 “그동안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구축에 도움을 준 사례를 면적으로 환산하면 5천만 평방피트에 이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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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 리 추 부사장은 정보최적화가 HP의 지향점인 만큼 IBM을 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IT인프라에 존재하는 정보를 최적화하는 인텔리전스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버티카, 오토노미 등 BI분야 강화가 그를 증명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구조화되지 않은 정보를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해서 효율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게 HP의 임무”라며 “HP랩에서 개발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다른 누구보다 한발 먼저 사전에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