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형제의 나라' 터키 최대 가전 체인을 가다

일반입력 :2011/09/08 11:45    수정: 2011/09/08 11:51

봉성창 기자

<이스탄불(터키)=봉성창 기자>국민소득 1만불, 우리에게는 월드컵의 감동으로 남아있는 형제의 나라 터키는 일찍이 수천년 전부터 동서양을 잇는 무역 요충지다.

전 국민의 98%가 이슬람을 믿고 있지만 엄격한 율법보다는 유럽의 자유분방함이 엿보이는 이곳은 지난 1923년 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여타 중동 국가들의 부러움을 사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터키의 오랜 중심지 역할을 해온 이스탄불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수많은 동서양 상인들이 오고간 실크로드의 한 가운데 우뚝선 도시의 활기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그러한 이스탄불에 최근 국내 기업들이 점차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진출하면서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단 시간 내에 해외 유명 기업을 제치고 국내 기업들이 터키인들의 삶 속에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하는 터키는 형제의 나라에서 온 기업에게 적잖은 호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터키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터키 최대 체인 가전매장 ‘테크노사’를 찾았다.

■믿고 비교하며 살 수 있는 매장 ‘인기’

테크노사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하이마트나 전자랜드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터키 전 지역에 210개의 매장이 운영 중이다.

테크노사가 생기기 이전까지 터키는 개인이 운영하는 단일 브랜드의 대리점 형태로 가전 제품이 유통됐다. 때문에 터키 소비자들은 동네에 위치한 대리점에서 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보다 저렴한 아첼릭, 베코, 베스텔 등 현지 브랜드 제품을 주로 구입해왔다.

반면 테크노사는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매장에 전시하고 비교해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현지 기업 제품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노키아 등 다양한 해외 전자제품 브랜드와 손을 잡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업체는 다름 아닌 삼성전자. 테크노사 전체 매출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터키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6일 터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제바히르 백화점에 위치한 테크노사 매장을 찾았다. 이곳은 전체 테크노사 매장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매출을 기록한다. 이곳에는 소형 디지털 디바이스부터 TV, 냉장고 등 대형 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자 제품을 판매한다.

이곳에서 비치된 대형 TV에서는 소녀시대 뮤직비디오가 연신 흘러나왔다. 매장을 방문한 현지인들은 여느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기본으로 정찰제 판매하지만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도 우리나라와 소비자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매장 탐방이 끝나고 마흐메트 나네 테크노사 대표와 간단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나네 대표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국 제품들이 터키인들에게 큰 인기”라며 “특히 터키는 전체 인구 7400만명 중에 인터넷 사용자가 3천700만명에 달해 스마트TV도 잘 팔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터키서 올해 매출 2배 신장

삼성전자는 테크노사와 돈독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나네 대표는 삼성전자 터키 현지 법인장을 맡고 있는 홍성룡 상무에 대해 아무 때나 편하게 전화를 할 수 있는 친구라고 소개하며 스스럼 없는 사이임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터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기존에는 현지 총판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연락 사무소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판매법인으로 전환했다.

터키 시장 공략은 성공적이었다. 삼성전자는 터키 시장에서 올해 매출 15억달러, 내년에는 2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출 규모로는 현지 가전 업체 중 4위. 외산 업체 중에서는 단연 1위다.

이러한 성장 원동력으로 터치 최대 유통업체인 테크노사와의 협력을 비롯해 현지 파트너와의 활발한 교류가 뒷받침 됐다. 이를 통해 활발한 공동 마케팅 활동은 물론 각종 스포츠 행사 후원 및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히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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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전자산업의 시장 규모는 올해 104억달러로 추정된다. 아울러 오는 2015년까지 15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터키 시장의 잠재력은 전체 인구의 50%가 29세 미만의 젊은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노동인구가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클 정도로 경제활동 인구가 많다는 점에서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홍성룡 삼성전자 터키법인장은 “터키는 현재도 여타 국가에 비해 가장 빠른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향후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특히 백색가전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