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크롬 브라우저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도 돌리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히 모바일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아니라 안드로이드와 크롬OS 생태계를 묶어내려는 시도로 읽힌다.
앞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내장 브라우저의 기반 기술을 크롬에 쓰이는 것과 통일시킬 계획을 알렸다. 오픈소스 브라우저 엔진 '웹킷'을 안드로이드용으로 따로 만들지 않고 PC용 크롬에 포함되는 것을 재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단순히 모바일 브라우저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구글이 PC용 웹앱으로 열었던 크롬 웹스토어의 무대를 안드로이드용으로 넓히려 한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웹표준 제정기관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움(W3C)의 이원석 HTML5 대한민국 관심그룹(KIG) 의장은 지난 26일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크롬 브라우저를 만들어 넣음으로써 향후 크롬 웹스토어까지 돌리겠다는 전망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비효율적' 업그레이드 계획…왜?
그는 이어 크롬과 안드로이드용 브라우저가 쓰는 웹킷이 이름은 같지만 기술적인 구성은 많이 다르다며 (안드로이드용 크롬을 만드는) 계획이 실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리 말해, 구글이 하려는 작업은 말하는 것처럼 간단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사실 성능과 기능을 개선하는 게 우선 목표라면 예전처럼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면 그만이다. 기존처럼 하드웨어나 OS 플랫폼에 꾸준히 최적화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안정성도 높을 것이다.
즉 구글이 일부러 '어려운 길'을 택한 배경에 좀 더 큰 계획을 준비중인 속내가 있어서라는 풀이다. 크롬 웹스토어를 안드로이드에 끌어옴으로써 구글은 분리돼 있는 2개의 앱 생태계를 합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2가지 생태계는 '네이티브 앱'을 돌리는 안드로이드와 크롬 웹스토어 기반의 '웹앱'을 돌리는 크롬OS 또는 크롬 브라우저 환경을 말한다. 회사는 각 플랫폼에 알맞은 앱을 유통하는 공간으로 안드로이드 마켓과 크롬 웹스토어를 운영한다. 크롬 브라우저를 품은 안드로이드는 2개 장터에 모두 접근해 네이티브 앱과 웹앱을 함께 돌릴 수 있다.
■'웹과 앱, 한 통에'…구글 태블릿 전략?
구글의 계획을 PC 브라우저 크롬을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얹기 위한 비책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영국 지디넷은 안드로이드 브라우저와 크롬이 '융합'되는 것을 두고 불가피하다고 표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요구되는 사용자 경험(UX)이 다르다는 판단하에 태블릿용 안드로이드 '허니콤' 버전을 만들었다. 또 최근 사용자들이 태블릿을 스마트폰보다는 기존 PC 활용 경험에 기반해 쓴다는 업계 반응도 있다. PC용 브라우저인 크롬을 태블릿에 얹으려는 구글 행보는 이같은 관점을 어느정도 받아들인 것이란 풀이다.
■크롬OS, 정말 2011년 못넘기나
안드로이드에서 크롬 웹스토어를 쓸 수 있게 되면 크롬OS를 탑재한 '크롬북' 경쟁력은 희석된다. 크롬북은 설치형 프로그램 없이 웹앱과 인터넷 서비스만 돌릴 수 있는 크롬 브라우저를 넣은 노트북이다. 올하반기 국내외서 잇따라 출시돼 업계 주목을 받았지만 윈도 환경에 익숙한 일반 사용자들은 별다른 호응이 없었다. 최근 태블릿 등장에 따라 노트북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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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애플 아이폰 대항마로 인식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주요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 제품을 줄줄이 내놓으며 아이패드와도 경쟁한다. 크롬 웹스토어를 쓸 수 있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스마트폰이 성공을 거둔다면 크롬북과 크롬OS는 조용히 사라질 수 있다.
이미 한때 구글 임원으로 일했던 인물도 크롬OS에 대한 비관론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지메일 서비스를 개발한 폴 북하이트는 당시, 막 소개된 크롬OS가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안드로이드와 통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