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분기 HP 하이엔드 서버 사업매출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SW파워를 앞세운 오라클의 공습에 위기를 겪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욱 거세졌다.
지난 18일 HP가 공개한 회계연도 2012년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HP의 하이엔드 서버를 판매하는 비즈니스크리티컬사업부(BCS)의 매출이 4억5천9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와 비교하면 16%나 하락한 수치다.
BCS사업부는 슈퍼돔2, 인테그리티, 논스톱 서버 등의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탑재한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를 담당한다. 저조한 실적은 미국 경제위기와 계절적 요인 탓도 컸지만, 투자자들은 오라클 영향을 더 주목했다.
이날 HP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은 레오 아포테커 CEO를 향햐 오라클의 아이태니엄 SW개발 중단에 따른 BCS사업 부진 책임을 강하게 질타했다.
오라클은 지난 3월 인텔의 유닉스 프로세서인 '아이태니엄'의 차세대 버전에 대해 SW개발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오라클은 인텔이 x86서버칩인 ‘제온’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아이태니엄 SW개발은 무의미 하다고 설명했다. MS와 레드햇이 이미 2년전 아이태니엄 SW개발을 중단했다는 것도 덧붙였다.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는 유닉스 서버용 CPU로, 시중의 유닉스 제품 중 HP 서버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IBM, 오라클 등이 파워7, 스팍 등 자체적인 유닉스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것과 달리, HP는 유닉스 서버 CPU를 인텔에 의존했다.
오라클이 아이태니엄 SW개발을 중단하면, HP 유닉스 사용자는 새로운 버전의 DB와 같은 오라클 SW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후 HP는 오라클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썬 하드웨어 판매를 높이기 위해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고객비용을 늘리는 조치다”,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기 위한 염치없는 행동이다”라는 강도높은 비난이 HP 고위임원들에게서 쏟아졌다.
결국 지난 5월 HP는 오라클을 계약위반을 이유로 법정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후 두 회사는 서로를 거짓말쟁이라 몰아붙이며 진흙탕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레오 아포테커 HP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그간의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아이태니엄에 대한 오라클의 결정은 HP의 서버 사업에 상처를 내기 위한 속이 뻔한 조치”라며 오라클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아포테커는 “아이태니엄 기반 서버가 업계 최고란 것을 굳게 믿으며, 우리는 아이태니엄의 미래에 헌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HP 기술에서 고객들을 떼어내려는 오라클의 시도를 뛰어넘는 이 플랫폼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케이티 레스작 HP 총재무책임자(CFO)는 “오라클에 대한 법정 소송을 강력히 밀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고객들과 사업을 오라클의 반고객적인 행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법적인 행동을 포함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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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와 오라클은 2009년까지 하드웨어와 SW의 역할을 분담하며 환상의 커플로 지냈다. 그러나 두 회사는 2009년 4월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해 하드웨어를 직접 제작하면서 이별했다.
또한, 마크 허드 전 HP CEO가 지난해 성추문으로 물러난 뒤 오라클 공동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두 회사의 갈등은 일촉즉발의 긴장관계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