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조명으로 무선인터넷 통신을 할 수 있다. 버스정류장의 조명 불빛에 스마트폰을 비추는 것만으로 버스도착시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때 통신을 가능케 해주는 것은 랜(LAN)선이나 와이파이 액세스포인트(AP)가 아니라 LED조명이다.
일반 조명의 빛만으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처럼 LED조명을 이용해 편리한 통신네트워킹 시대를 실현시켜 줄 이른바 '가시광통신(Visible Lighting Communocation, VLC)' 기술은 지난 달 20일 IEEE 802.15.7이라는 국제표준기구를 통해 국제 기술표준으로 확정됐다. 이에따라 수년 내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19일 이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제3의 통신기술…가시광통신이란?
가시광통신은 LED조명의 빛이 고속으로 깜박이는 원리를 사용한다.
사람 눈으로는 초당 100번 이상 깜박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LED조명의 깜박임에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정보를 실어 전달하면 별도의 수신기가 이 정보를 인식해 영상·음성·문자로 신호를 변환한다.
실내에 통신기능을 구현하는 LED조명을 설치할 경우 TV나 스마트폰, 랩톱 같은 전자기기들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는 이달 초 천장에 설치된 백색LED조명을 이용해 초당 800메가비트(Mb)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 주도로 약 3년전부터 연구가 진행됐다. ETRI는 지난 2009년 LED조명에 디지털화된 음성정보를 실어 무선통신을 통해 오디오에 전달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오대곤 국가R&D LED 및 광 분야 연구개발 담당 프로그램디렉터(PD)는 “이론상으로 20미터 거리에서 초당 1Gb까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자부품연구원 김창환 기술사가 올해 초 발표한 ‘테라헤르츠(THz) 대역 서비스 동향’에 따르면 LED조명을 이용한 광통신은 100기가헤르츠~10테라헤르츠의 테라헤르츠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단거리 무선통신의 경우 최대 초당 40Gb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빛을 이용하는 탓에 속도가 불안정하고, 흐린 날씨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조명을 24시간 켜놓아야 한다는 점 등이 개선해야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술표준선정으로 개발 본격 시동
가시광통신은 이미 과부하 상태인 3G망이나 와이파이망을 보완하는 근거리무선통신망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별도의 수신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이 조명이 있는 곳에는 통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오대곤 PD는 LED조명이 단순한 조명산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IT산업이자, 다양한 부가기능을 가진 시스템 조명 산업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가시광통신은 가장 유력한 차세대 LED조명기술로 손꼽힌다.
문제는 그동안 기술표준이 정해지지 않아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기업과 연구기관이 혼선을 빚었다는 점이다. 강태규 ETRI LED통신연구팀장은 “기술표준이 정해지지 않고서는 업체나 연구기관이나 개발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가시광통신 기술은 지난 달 20일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IEEE802.15.7 기술표준으로 확정됐다. 이 기술 표준화작업에는 우리나라의 ETRI와 삼성전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가시광통신 분야 응용연구 및 상용화도 급진전될 전망이다.
강태규 팀장은 “초기만 하더라도 조명으로 무슨 통신이 가능하냐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으나 기술표준이 선정되면서 앞으로는 연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IEEE 802.15.7 국제 표준화 과정에는 이밖에도 일본 내 가시광통신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25개의 기업으로 구성된 VLCC와 인텔, 지멘스 등이 표준화 작업에 동참했다.
■LED조명 대-중기 동반성장에도 새로운 길 열리나
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경 LED조명은 1천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녹색위는 기존 백열등과 형광등을 LED조명으로 교체하는 비율은 30%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특히 이 시기쯤 되면 농·수산, 의료용 특수조명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띌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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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시장에 최근 1만원대 LED램프를 출시하며 LED조명 시장에 진출한 삼성LED, LG전자·이노텍 등의 저가공세에 길게는 약 10년 간 연구개발을 진행해 온 중소 LED조명기업들은 울상이다. 대기업이 진출해야 해외 조명기업으로부터 경쟁우위를 지킬 수 있다는 대기업의 주장과 역량이 부족한데 섣불리 진출한 대기업 탓에 애써 쌓아오는 기술력이 사장되게 생겼다는 중소기업들의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이다.
다품종 소량생산 사업이라는 LED조명 산업의 특성에 맞게 중소기업들은 다양한 조명기구를 구현하는데 주력하고, 대기업은 이를 가시광통신과 접목시켜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조명을 만드는 식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진다면 새로운 산업군에서 대-중기 협업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