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발등에 불…“구글, 날 떠나?”

일반입력 :2011/08/16 00:27    수정: 2011/08/16 22:12

김태정 기자

‘친구에서 적으로...’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 휴대폰을 직접 만들어 삼성전자와 경쟁한다. 안드로이드 진영 특허권 확보가 우선 목표라지만 삼성전자가 받을 타격도 계산해야 할 상황이다.

극단적 가정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못 쓰게 되면 전력 손실이 상당할 전망이다.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크다.

■삼성, 안드로이드 계속 쓴다?

구글은 미 휴대폰 제조사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현금 125억달러(약 13조5천125억원)에 인수한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스마트폰 OS와 기기를 함께 만들면서 애플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를 받아 써온 삼성전자는 입장이 미묘해졌다. 위기론 거론을 피하기가 어렵다. 우선, OS 전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더 부담스러워졌다. 가트너의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OS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 바다는 고작 1.9%를 기록했다. 안드로이드(43.4%)나 애플 iOS(18.2%) 등과 비교해 아직 갈 길이 멀다.

구글이 ‘자회사’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띄우겠다고 안드로이드 외부 공급을 끊으면 삼성전자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안드로이드를 외면한 노키아와 리서치인모션 등은 이미 세계 스마트폰 선두 자리서 물러났다.

구글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안드로이드를 계속 개방 플랫폼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우군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로)안드로이드 생태계 발전을 환영한다”고 답했다.

이 같이 겉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승적 입장은 언제든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스마트폰 독자 생존력이 더욱 중요해진 대목이다.

■모토로라 스마트폰 대반격 예고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약진 예상도 삼성전자에게 부담스럽다. 안드로이드 주인 구글이 밀어준다면 삼성전자나 애플이 가진 시장 지분 뺏기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근래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순위는 7~8위권. 1위 쟁탈전에 바쁜 삼성전자-애플에게는 논외였지만 구글이 밀어주면 얘기가 다르다.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 개발 관련 정보가 모토로라 모빌리티에 집중되며, OS 업그레이드도 경쟁사 대비 수월할 공산이 크다. 안드로이드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업그레이드에 고생이 큰 경쟁사에게는 부러운 부분이다.

구글이 직접 제작에 관여한 삼성전자 ‘넥서스S’의 후속 역시 모토로라 모빌리티로 나오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았다. 자회사를 두고 다른 제조사에 제작을 맡기는 모습은 어색한 것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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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로라 모빌리티 자체 경쟁력도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지난 1973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 최근 기준 특허 1만7천여건을 보유했다. 출원한 7천500여건을 합치면 2만4천여건으로 노텔(6천여건)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OS 업그레이드를 비롯한 사후 서비스는 현재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