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은 기업용 모바일 플랫폼의 핵심 가치를 경쟁사들이 말하는 개발 생산성이 아닌 통합적인 기기 관리(MDM) 역량에서 찾았다. 지난달말 선보인 모바일 전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플랫폼(MEAP)의 차별화 포인트로 제시한 것이다.
IBM 유비쿼터스 컴퓨팅 연구소(UCL)에서 모바일솔루션팀을 이끄는 장현기 박사는 이달초 MDM 기능을 자사 MEAP 기술인 스마트폰 지향 서비스 아키텍처(SPoSA), '스포사'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최근 시장 동향과 IBM MEAP 전략을 구체화하는 한편 MEAP을 내놓고 있는 여러 업체들 주장 가운데 '여러 모바일 기기에 맞춰진 앱을 한 번에 만들어준다'는 선전이 실제와 다르다고 비판했다.
■MEAP의 '원소스 멀티플랫폼' 구호, 시장 왜곡 우려
크게 '원소스 멀티플랫폼'으로 요약되는 개발생산성, 보안성, MDM, 기존 서버 시스템과 연결성 등이 주목받고 있죠. 업체들도 4가지를 잘 지원한다고 말하지만 세부 기능들은 차이가 커요. 아직 시장 정의가 정립되지 않아 뭘 우선순위에 두는 게 맞다는 식으로 개념이 안 잡힌 상황예요.
장 박사는 이가운데 MEAP 업체들이 개발생산성을 경쟁적으로 강조하다보면 시장 풍토가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요지는 경쟁사들의 주장이 과장돼 있다는 거다.
코드 변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지원 가능한 개발생산성에 한계가 있어요. 게다가 기업들이 원하는 결과와 현재 출시된 플랫폼이 지원하는 기능은 격차가 있습니다. 그 격차가 얼마나 되느냐 차이죠. 지금 이슈 대부분을 개발생산성이 차지하는데 그렇게 끌고 가면 MEAP 시장이 왜곡될 수 있고 기술의 본질과도 멀죠. MEAP 도입한다고 개발생산성 얘기만 80%가량 말하는 기업도 있는데, 단말과 앱 관리 등 측면 장점을 아울러 살펴야 합니다.
그는 단일 소스코드로 여러 단말에 맞춘 앱을 만들려는 시장 요구가 크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MEAP 기반 소스코드가 각 단말기에서 곧바로 돌아가는 네이티브 앱을 만들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앱 개발 생산성을 지원하려면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계가 얼마나 똑똑하든 100% 변환은 불가능해요. 가능하다는 업체들이 많은데, 개념증명(PoC) 단계에선 샘플코드만 보여주니까 정말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죠. 그런데 업체들 주장대로 원소스 멀티플랫폼이 가능한지, 고객사들이 고민해 봐야 됩니다.
■개발생산성 포기 안 해
MEAP의 핵심기능이 관리와 운영에 있다면 기업들이 요구하는 개발생산성 지원 기능은 신기루에 불과한 것일까. 장 박사는 결국 사람이 들여다봐야 할 코드는 자동으로 만들어줘 봤자라고 얘기한다.
경쟁사들 주장처럼 고객들이 원하는 것처럼 원소스로 여러 플랫폼 앱을 만들어 주느냐면, 그건 안됩니다. IBM뿐 아니라 그들도 마찬가집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100% 중 99%까지 자동으로 된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근데 1% 안 되면 아닌 겁니다. 그 나머지 1%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기계가 생성한 99%를 직접 이해해야 돼요. 조금이라도 개발을 해 본 사람이라면 결과물이 기대에 못미칠 것을 예상할 수 있죠.
IBM의 생산성 향상 전략은 이와 다르다고 한다. 모바일 플랫폼 수준에서 네이티브 앱 개발시 추상화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지원하고, HTML5 웹기술을 응용하는 하이브리드앱 방식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부분을 통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IBM 방식이 도입 초기에는 개발자들에게 일이 더 많아보일 수도 있지만요. IBM은 웹기술로 하이브리드앱 개발도 지원합니다. 네이티브앱을 위한 공통 API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여 주죠. 개발자가 실무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작업을 단일 API 호출해서 끝내는 식으로 돕는 겁니다. UI 단에서는 재활용성을 높여줄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생산성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접근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거니까요. 효과적인 UI 생산성 지원 기술을 고민중이에요.
장 박사는 이를 위해 KTH 앱스프레소, 오픈소스 폰갭 등 기존 하이브리드앱 지원 기술을 접목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한창 개발중인 HTML5 표준과 자바스크립트 기반 디바이스API 등이 표준화되면 원소스 멀티플랫폼 이슈가 아예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금 접근방식으로는 하이브리드 앱개발 기술이 가장 효율적이죠. 그런데 HTML5 표준화가 끝나면 이슈가 달라질 겁니다. 현존하는 플랫폼간 호환성 이슈도 상당부분 걷힐 거라고 보고요. MEAP 시장에서 '멀티플랫폼 개발 생산성'만 강조하는 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을 겁니다. 이후부턴 MDM 필수 기능과 콘텐츠 관리 성능, 보안 연동과 위치인식 등 단말기와 기존 인프라간 통합 관리, 현업 사용자 지원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핵심이죠.
■IBM MEAP 전략
한국IBM도 지난달 하순 자체개발한 MEAP, 스포사를 소개한 바 있다. 스포사는 단말 관리 및 푸시 기능을 제공하는 등 MEAP과 MDM을 아울러 기업 모빌리티 전략을 아우른다. 지난 2005년부터 한국IBM이 주도한 위치인식기술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결과물 '셀라돈'을 모바일 환경에 확대 적용한 기술이다.
운영과 관리 효율성은 개발생산성 못잖은 MEAP의 핵심 가치입니다. 기업이 직접 개발한 앱과 서비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죠. 앱을 실제로 만들고나서 활용하는 단계에 단일 창구로 운영과 관리를 통합하는 역할도 필요하거든요.
한국IBM이 시중에서 MDM이라 불리는 기술로 제공되는 '단말 관리', 앱 관리, 액세스 관리 기능을 강조하는 이유다. 별도 제품으로 MDM 기능을 제공하는 타사 모바일 플랫폼과 달리 설계 초기부터 관련 기능을 구현해왔다는 설명이다.
장 박사는 MDM 기능 없이 기존 구축된 앱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미처 하지 못한 기업들이 많았다며 타사 솔루션은 대부분 MDM기능이 모바일 플랫폼에 고유기능이 아닌 별도 제품으로 존재하는데 각사의 MEAP과 연동해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유기적인 활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MDM이란 제품은 지난 2006년부터 있어온 만큼 필요성이 검증돼 있어요. 'MDM 없는 MEAP'이 지금 얼마나 시장 요구에 맞을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단말 관리 정보를 수집해 서버에 저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분실 기기의 서비스 접근을 제어하거나 보안정책과 연동시킬 수 있어야겠죠. 기업 전용 앱 장터나 실시간 자동 업데이트가 가능한 저장소도 필요합니다. 회사 내부용으로만 쓰는 앱을 공개된 앱스토어에 올릴 순 없으니까요.
■MEAP 시장, 국내가 더 빠르다
이미 회사는 지난 3월 아모레퍼시픽, 상반기 이마트 등 유통과 에너지 산업 부문에서 도입 사례를 확보했다. 하반기에도 유통과 금융, 소비재 부문 등을 중심으로 고객사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산업군별 고객 세미나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계획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지난달 스포사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이며 이를 기점으로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서비스(EMS) 사업을 더욱 확대해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관련기사
- 오라클MEAP, iOS 미지원 '약점 아니다'2011.08.08
- 오라클MEAP, iOS 지원놓고 엇갈린 행보2011.08.08
- 한국사이베이스, MEAP·MDM 전략 공개2011.08.08
- 유라클, MEAP 싸움에 웹기술 투입한 이유는2011.08.08
모바일에 앱을 올리겠다는 기업 니즈는 계속 늘어날 겁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10개 이상, 교육시장에서 대교는 20개 이상 만들었어요. 모바일오피스뿐 아니라 세일즈와 방문판매 등을 위한 앱이 다양하게 기획됐죠. 실무자 수만명의 단말기에 앱을 올리고 업데이트하기 위해 MDM 기능은 필수적입니다. MDM을 포함한 MEAP은 자명한 시장입니다.
장 박사는 해외서도 현업에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앱을 전면 도입할만한 시장 잠재력은 한국이 가장 빠르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국내선 이미 업무에 스마트폰 도입이 실용 단계인데 해외서는 오히려 이제 막 관심을 갖는 정도라고 지적한다. MDM 시장은 해외에서 먼저 발달했지만 MEAP은 아직 성장시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