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의 생존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 폐지 쪽에 무게를 둔 이동통신사 CEO들의 발언이 줄줄이 나왔다. 폐지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이달 초 미국 버라이즌와이어리스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폐지한 가운데 나온 발언들이어서 파장이 더 주목된다.
이석채 KT 회장과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4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서울 종로 소재 식당서 만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당위성을 역설했다. 동석한 하성민 SK텔레콤 총괄사장은 미온적 태도였다.
■많이 쓰면 많이 내라
우선, 이석채 회장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일으킨 데이터 트래픽 폭증 때문에 사업적 고충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근 막대한 투자로 트래픽 수용 규모를 2배 이상 늘렸지만 순식간에 꽉 찼다”며 “데이터를 많이 쓰는 이용자는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산업도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서비스 공급량만 늘리는 것은 난센스다”고 덧붙였다. 이상철 부회장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 위원장에게 서비스 폐지를 위한 협조를 부탁했다.
그는 “방통위에서 통신사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편하게 폐지할 명분을 만들어달라”며 “어차피 계속해서 무제한을 제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비스 폐지를 결정했냐는 질문을 받자 하 사장을 보며 “일단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경쟁사처럼)따라갈 것”이라면서 “다양한 요금제에 대해 심사숙고 중이다”고 말했다.
하성민 사장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와 관련해 “고객들의 뜻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폐지를 ‘결코’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는 없다”고 단언했던 하 사장이 한 발 물러섰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최시중 위원장은 “시장상황을 살피면서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의 결과만 보고 얘기하면 안된다”고 답했다.
■누가 먼저 폐지? 눈치만...
이통사들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따른 트래픽 증가로 몸살을 앓는 상황. 망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통화가 불통되고, 인프라 유지비용도 크게 올라갔다.
방통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2009년 대비 20배 이상 폭증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가 유발한 트래픽이 이 중 85%에 달한다.
문제는 어느 이통사가 먼저 폐지 결단을 내리느냐다. 이용자들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기에 기회만 엿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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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LG유플러스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먼저 시작한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폐지를 주도를 내심 바라지만 쉽지 않다. SK텔레콤 역시 긴장하며 시장 분위기를 살피는 중이다.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에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아예 빠질 가능성이 크다. LTE는 기존과 다른 요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통3사의 공통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