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뜨는 클라우드 해법은 없나?

일반입력 :2011/07/10 09:02    수정: 2011/07/11 10:57

김효정 기자

IT 업계의 핫이슈 '클라우드 컴퓨팅'이 유독 국내 시장에서는 활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미 클라우드 컴퓨팅은 IT 산업이 반드시 그렇게 가야할 차세대 기술로 인정 받았지만, 해외 시장에 비해 활성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관론도 제기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형 클라우드 모델이 정착될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정부가 발표한 '클라우드 강국 실현'이라는 정책 기조에 따라, 오는 2014년까지 2조5천48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전망'일 뿐 업계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아직 클라우드 컴퓨팅의 범위와 정의가 불명확한 데다, 2011년 하반기에 접어든 시점에서도 실제 구축사례가 드물어 의미 있는 전망치를 꺼내놓기 힘든 상황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한국IDC도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를 조사하지 않아 전망치를 갖고 있지 않다.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국내 클라우드 관련 시장 규모를 추산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업체가 수행한 '2011 국내 기업 IT 수요조사'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IT 투자 이슈를 조사한 결과,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관심은 2010년 15위에서 2011년 4위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1년 사이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상승했음을 보여줬다.

■클라우드 도입 계획 높아지고 있지만...

이번 조사 결과, 올해 초 국내 대기업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률은 5.2%로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상승한 수치이며 향후 1~2년 이내 도입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 비율도 전년 대비 상승했고, 부정적인 답변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향후 도입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성과를 예측할 단계는 아니지만 가능성 만큼은 매우 높다는 분위기다. 업계도 이러한 분위기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관련 업계가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요지는 '먼저 총대를 메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는 KT가 주도해 가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프라이빗 분야는 선구자가 없다. 기존 수익 모델의 매출 잠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서히 지연 도입을 하는 모양새다.

한 글로벌 IT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 등 대형 고객사들이 미션크리티컬한 주업무에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을 꺼린다라며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장비판매 매출 잠식 부분도 업체 측에게는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 영업에서 만나는 고객들의 인식이 올해 들어 크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전산 담당자들의 클라우드 도입 문의는 물론, 상대적으로 관리 부담이 적은 업무에 일부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 사례 및 대기업 맞춤 등 '터닝 포인트' 필요해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시장의 움직임 정도로는 전망 기대치를 충족하기 힘들다. 분위기가 고조된 만큼 터닝 포인트가 될 한방이 터지면 활성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행인 것은 KT에 이어 삼성전자가 대형 클라우드 구축에 나섰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모바일 단말 및 가전기기에 클라우드 방식으로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S클라우드(가칭)'는 하반기 첫선을 보이며 향후 글로벌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물론 클라우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권, 공공부문 등의 주요 서비스에 적용,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고객과 IT벤더사 모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KT-삼성전자 사례처럼 계몽적이고 상징적인 레퍼런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삼성SDS, SK C&C, LG CNS 등 IT서비스 업체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 계열사인 이들 업체가 국내 시장에 맞는 '한국형 클라우드'를 구축하면서 시장을 키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클라우드 레퍼런스가 나올 수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은 선단형 기업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그룹의 수많은 계열사를 총괄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 구축이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

VM웨어의 이효 이사는 퍼블릭 클라우드가 국내 기업구조를 뛰어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을 위한 클라우드'나 'LG를 위한 클라우드' 등 각 그룹에 맞는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국내 IT산업이 성장하는 것이다. 모든 서비스의 근간에 IT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IT산업의 성장은 곧 전체 산업의 성장과도 관계가 깊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선도적인 클라우드 사업자 외에도 선각자 역할을 할 용기 있는 고객사가 필요하다. 이왕이면 금융권에서 기간계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구축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또다른 글로벌 IT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미션크리티컬한 업무에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사례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사례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클라우드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