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입장서 본 클라우드 '그 까이거'

일반입력 :2011/07/03 13:30    수정: 2011/07/03 15:31

봉성창 기자

요즘 IT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스마트’와 ‘클라우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화두고 트렌드다. 이 두 단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이 단어들을 사용하면 뭔가 앞서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를 이야기 할 때 주로 활용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두 단어의 가장 큰 공통점은 “뭔지는 대충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그나마 ‘스마트’는 조금 나은 편이다. 일단 스마트폰이라는 걸출한 성공작이 있는데다가 단어 자체도 쉽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보통 기존 제품에 비해 자체적으로 똑똑한 기능이나 가치를 제공하면 ‘스마트’ 제품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요즘은 세탁기, 냉장고는 물론 스마트 프라이팬까지 등장했다.

반면 ‘클라우드’는 전문가들도 정의하기가 쉽지 않은 개념이다. 수많은 컴퓨터가 연결돼 있고 그 안에서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뭔가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같긴 하지만, 어찌보면 말 그대로 뜬구름 잡는 느낌이다. 때문에 ‘클라우드’는 ‘스마트’에 비하면 대중적인 호기심이 덜한 편이다.

이 가운데 IT업계 최고의 트렌드세터 애플이 지난달 WWDC 2011에서 ‘아이클라우드’를 들고나오면서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최근 크게 증폭됐다. 지난 몇 년간 일단 애플이 뭔가 들고나오면 소비자들은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경쟁 기업들은 긴장한다.

사실 애플이 아니더라도 클라우드가 지금까지 이어온 우리의 IT환경을 바꿀 것이라는 예측인 이미 압도적이다. 소비자는 체감하기 힘들지만 벌써부터 ‘클라우드’는 조금씩 우리 삶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과연 소비자 입장에서 ‘클라우드’는 과연 무엇이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살펴봤다.

■ 클라우드, 인터넷과 뭐가 달라?

컴퓨터에 대해 평범한 지식을 가진 소비자라면 ‘클라우드’라고 쓰고 ‘인터넷’이라고 읽어도 된다. ‘클라우드’가 사실 오래전부터 개발자들이 인터넷을 달리 부르는 일종의 속어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까닭에 ‘클라우드=인터넷’으로 이해를 해도 큰 무리는 없다. 현재 전 세계 IT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클라우드’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물론 ‘클라우드’라는 개념 자체도 여러 분야에서 접목되고 있다. 마치 ‘스마트’처럼 말이다.

따라서 앞서 설명한대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우리가 아주 알기 쉽게 바꾸면 이는 ‘인터넷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 쯤으로 해석된다. 그리 대단할 것도 별로 없는 개념이다. 특히 인터넷 인프라가 잘 돼 있는 우리나라에 사는 소비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일까. 여기 몇 가지 예가 있다. 가령 저장을 예로 들어보자. 요즘 시중에 있는 거의 99% 이상의 PC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나 혹은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드라이브(SSD)와 같은 대용량 저장장치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각종 프로그램은 물론 문서, 음악, 영화, 사진 등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는 거의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는 이러한 대용량 저장장치가 필요없다. 그저 인터넷과 접속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된다. 그밖에 각종 자료는 물론 심지어 프로그램 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중앙 서버에 저장된다.

그동안 우리가 즐겨 사용하던 웹하드나 심지어 e메일을 통해 자료를 저장해두는 것도 모두 클라우드적(?)인 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러한 자료 저장 및 공유에 좀 더 특화돼 있을 뿐이다. 여기에 자동 백업 기능이나 드라이브를 별도로 생성해주는 편의 기능을 더하면 마치 내 PC에 있는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는 것과 같이 편리해진다.

비단 저장 뿐만이 아니다. 중앙연산장치(CPU)도 그리 고성능이 필요없다. 인터넷으로 작업을 요청하면 중앙서버에서 복잡한 연산을 담당해 그 결과를 다시 자신의 단말기로 전송해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에서 현재 상용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이브’다.

‘온라이브’는 PS3나 X박스360 혹은 고사양 PC게임을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게임을 별도로 구입할 필요도 없다.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원하는 게임을 마치 IPTV에서 드라마 고르듯 선택해서 플레이 할 수 있다.

아이패드가 아무리 성능이 좋다해도 이러한 게임을 자체 성능으로 구동시키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온라이브’는 중앙서버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 아이패드는 그저 입력된 조작값을 서버에 보내고 그에 맞는 화면을 보내온다. 당연히 초고속 인터넷 접속은 필수다.

■ ‘클라우드, 도대체 뭐가 좋은데?’

이러한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중화되면 소비자는 이론적으로 고성능의 PC나 노트북이 굳이 필요없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비용절감으로 이어진다.

얼마전 발표된 구글의 크롬북은 빠른 부팅 속도와 오랜 배터리 그리고 가벼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400달러(한화 약 43만 4천원) 전후로 판매된다.

‘크롬북’은 인텔의 듀얼코어 아톰 N570 프로세서와 16GB SSD, 2GB DDR 메모리 등의 사양으로 꾸며졌다. 50~60만원대 이상 넷북과 비슷하거나 혹은 능가하지만 가격은 더 저렴하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월 정액 요금 방식으로 구매도 가능하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오면 PC는 단순히 단말기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고사양 제품이 필요없게 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또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는 프로그램도 별도로 구매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 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용 요금은 쓴 만큼만 낸다.

이러한 사용 방식은 소유하기를 좋아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포토샵’이나 ‘프리미어’와 같은 프로그램은 일반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사진 및 동영상 편집에 있어 필수 프로그램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이를 정식으로 구매하기 위해서는 수백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평소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클라우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렇듯 클라우드 컴퓨팅은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이 기존 PC 환경을 전부 바꿔놓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도 아직까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단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목을 잡는 몇 가지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안’이다.

힐튼 그룹의 상속녀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은 은밀한 사생활을 담은 사진이 유출돼 곤욕을 치뤘다. 이를 해킹한 것은 다름 아닌 한 10대 소년이다. 이 어린 해커는 특별한 해킹 기술을 가졌던 것이 아니다. 패리스 힐튼이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애완견의 이름에 대해 힌트를 얻었다.

그리고 패리스 힐튼이 소유한 한 메일 계정에서 비밀번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신의 애완견 이름은?’이라는 확인 질문에 제대로 답을 제대로 했다. 결국 패리스 힐튼은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했고 10대 소년은 구속됐다.

모든 개인 정보 및 작업물이 인터넷에 저장되면 아무래도 기존 대용량 저장장치 방식에 비해 보안이 더욱 강조된다. 자칫 비밀번호라도 유출되는 날에는 자신의 모든 개인 사생활이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있어야 한다는 점도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한계로 여겨진다. 원칙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어떠한 프로그램의 사용이나 데이터의 접근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크롬북’은 오프라인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프로그램을 내장하고, 수시로 자동 저장 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노트북에 비해 사용이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하에서 무조건 낮은 성능을 가진 제품을 사기보다는 적당한 성능을 갖췄으면서 클라우드의 장점만을 도입한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