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게임이 15년 가까이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건 단순히 게임이 좋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1996년 4월 처음 세상에 나온 넥슨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가 꼭 그렇다. 투박하지만 뭔가 포근한, 그러면서도 한결 같은 자리에 서서 10년이 넘는 사랑을 받아온 이 게임은 어느 새 넥슨은 물론 어느 새 국산 온라인 게임을 대표하는 게임이 됐다.
누적 회원 수 1천8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바람의 나라’는 서비스를 진행한 15년 기간 동안 정말 한결 같은 서비스를 유지해왔다. 오래된 게임이라고 천대 받으면 더욱 변화했고 요즘 게임과 다르다고 질타하면 새로운 재미를 선보였다.
그래서 90년대 온라인 게임 초창기를 경험한 이용자들에게 ‘바람의 나라’는 넓은 텃마루가 있는 고향집 마냥 잊히지 않는 게임이 됐다. 이 모든 것은 이 게임을 지켜온 개발자와 끝없는 사랑을 준 이용자들 덕분이 아닐까.
1996년 2월 ‘바람의 나라’의 첫 시범 테스트를 진행했다. 당시 2D 그래픽 기반을 둔 이 게임은 만화가 김진의 장편 만화 ‘바람의 나라’를 소재로 개발됐다. 당시 원작 ‘바람의 나라’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대한 판타지와 로맨스를 다룬 인기 만화였다.
원작의 뛰어난 완성도를 온라인 게임화 시킨다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사람들도 많았지만 1996년 4월 공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 같은 기우는 사라지게 된다. 원작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세계관을 적절히 살린 게임성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가면서 ‘바람의 나라’가 넥슨 대표 게임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 큰 도약을 이루게 된다. 바로 1997년 10월 영문 버전 ‘바람의 나라’가 출시됐기 때문. 당시 우리나라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이 거의 전무했기에 ‘바람의 나라’의 도전은 큰 화제가 됐다.
잇따른 해외 진출 소식은 국내 게임 업체에게도 호재로 작용했다. ‘바람의 나라’는 글로벌 유력 게임 전문 차트 ‘인터넷 월드차트’에서 15위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성적은 당시 국산 게임에서는 처음 있는 희소식이었다.
또한 영문판 ‘바람의 나라’가 호주 핫 게임즈(Hot games)에서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한 1999년은 국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해다. 상반기 천리안 콘텐츠 대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안팎으로 잇따른 호재에 ‘바람의 나라’ 승승장구는 계속 이어졌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계속되는 수출로 상승세를 이끌었다. 1999년 7월에는 프랑스에 진출해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2000년 9월엔 일본에 진출, 현지 상용화를 진행했다. 2001년도에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했고 그 다음 해에 상용화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국내 서비스 역시 부족함이 없이 나아갔다. 2005년 당시 국내 온라인 게임 내에서 불고 있던 부분 유료화 열풍에 맞춰 서비스 전환이 이뤄졌으며, 이로 인해 동시 접속자 13만 명이라는 대기록이 세워지게 된다.
넥슨은 당시 ‘카트라이더’를 비롯해 다양한 신작 게임을 선보여 이용자들의 주목을 사고 있었으며 국내 부분 유료화 과금 방식을 무리 없이 도입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었다.
2006년 7월 ‘바람의 나라’는 1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이미 부분 유료화 전환도 성공적이었고 매출 및 동시 접속자 역시 순항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이용자들과 게임 업계 내에서는 ‘바람의 나라’의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10년이 넘는 서비스 기간 동안 ‘바람의 나라’가 보여줬던 한결 같은 모습에 대해 인정을 하면서도 시대에 맞춰 나아가지 못한다면 도태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용자와 언론, 업계의 반응은 ‘바람의 나라’가 또 한 번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2007년 7월 ‘바람의 나라’는 핵심 이야기 ‘바람 연대기’를 선보이게 된다.
‘바람연대기’는 다수의 새로운 임무와 함께 원작에서 만날 수 없었던 ‘바람의 나라’의 또 다른 이야기를 연대기 형태로 접할 수 있는 색다른 콘텐츠였다. 비약적으로 늘어난 임무는 물론 실제 역사와 가상의 역사를 적절히 혼합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압권이었다.
그리고 이 탄탄한 이야기는 2008년 12월 ‘바람의 나라’ 소설책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원작 만화가 김진의 일러스트와 함께 탄탄한 이야기는 ‘바람의 나라’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기 충분했고 게임 속에서는 소설의 주요 이야기를 찾아보는 현상도 나왔다.
2010년 7월 또 새로운 주년을 맞이한 ‘바람의 나라’의 신규 도시 백제를 추가한다. 삼국시대의 백미이자 ‘바람의 나라’가 향후 선보여야 할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개막이었다.
‘바람의 나라’에 대한 업체 관계자들의 인식은 한결 같다. 국산 온라인 게임의 효시이면서도 성공적인 상용화와 해외 진출,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해외에 알린 자랑스러운 게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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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다루고 이를 게임화 시켜서 꾸준하게 이용자들에게 선보이는 점은 왜 ‘바람의 나라’가 넥슨의 상징적인 게임인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넥슨의 박웅석 팀장은 “15주년을 맞이한 ‘바람의 나라’를 한결 같이 사랑해주신 이용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고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바람의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