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하고 날 떠난 님의 기억도 사라진다. 그만큼 10년이라는 세월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잊는 시간이 되기도, 또는 아무도 모르게 변화를 준비하는 시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15주년을 맞이한 국산 온라인 게임이 있다. 우리나라의 민화를 바탕으로 제작돼 15년 가까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 바로 넥슨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가 그 주인공이다.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바람의 나라’는 국내 최장수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히며 명맥을 이어왔다. 강산이 변한 10년의 시간동안 우직한 모습을 이용자들에게 보여주며 고향 같은 친근함을 계속 보여 왔다. 그만큼 ‘바람의 나라’는 우리나라 이용자들에게 중요한 존재다.
그런 ‘바람의 나라’가 15살을 맞이해 변화를 꿈꾼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한참 사춘기에 들어가 있는 짜증 없는 짜증 잔뜩 부릴 때지만 이 게임은 오히려 고풍스러워지고 친근해지겠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워지는 고향처럼 말이다.
어느 덧 텃마루에 앉자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가 듣고 싶어지는 계절에 넥슨 ‘바람팀’의 박웅석 팀장을 만났다. 15주년 행사 및 업데이트 준비로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표정만큼은 밝고 여유로웠다.
“요즘 15년쯤 됐다고 하면 퇴물 취급하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래된 건 맞지만 그만큼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명작이라는 거창함보다는 고향 같은 친근함을 계속 살리고 싶은 것이 저희의 바람이죠”
박웅석 팀장과 인터뷰는 15주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오래된 게임인 것은 맞지만 그만큼 세월에 맞춰 변화해왔다는 것.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결 같이 지켜온 것이 ‘바람의 나라’가 가졌던 특유의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기술력이라면 ‘바람의 나라’도 그래픽이나 여러 부분에서 변화를 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흔히 말하면 ‘바람의 나라 HD’ 이런 식으로 말이죠. 물론 이것 역시 좋은 것이지만 너무 큰 변화는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뭔가 ‘바람의 나라’가 아닌 것 같잖아요”
그래서 넥슨에서 선택한 것은 ‘바람의 나라’ 특유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5주년을 맞이한 ‘바람의 나라’의 상징성을 높이기 위한 BI부터 홈페이지 개편, 로그인 방식 변경, 그리고 게임 내 인터페이스 편의성 강조 등이다.
“이번에는 인터페이스가 좀 더 편한 형태로 변경됩니다. 캐릭터 선택 과정이나 게임 내 주요 인터페이스들이 예전 게임보다 한층 보기 좋게 되죠. 물론 ‘바람의 나라’와 완전 다르다는 느낌보다는 고풍스러움을 강조했습니다. 아마 이용자분들도 좋아하실 겁니다”
처음에는 큰 변화도 생각했었다고 박 팀장을 말했다. 인터뷰 중 농담처럼 나온 ‘바람의 나라 HD’도 고려를 해봤던 부분이고 심지어 모 게임처럼 3D로 탈바꿈하는 것도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특유의 느낌이 곧 ‘바람의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래도 변화는 확실히 줬습니다. 우선 효과 부분과 타격감을 개선했고 7년 만에 신규 직업 ‘천인’을 추가합니다. 그리고 새로 오신 이용자와 기존에 ‘바람의 나라’를 즐겼던 이용자 모두를 만족 시킬만한 프로모션도 진행 됩니다”
박웅석 팀장이 말한 ‘천인’은 2005년 2월 이후 7년 만에 등장한 신규 직업이다. ‘바람의 나라’에 캐릭터가 추가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이다. ‘천인’은 그동안 존재했던 게임 속 직업과 사뭇 다른 배경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천인’을 제작할 때 가장 고민한 부분은 ‘바람의 나라’에 어떻게 그 직업을 무리 없이 도입하는지 였습니다. ‘바람의 나라’가 가진 역사성과 민화 등에 잘 융합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추가하는 형태가 아니라 확실한 근거가 필요했죠”
그래서 박 팀장과 ‘바람팀’은 천인을 가상의 역사 속 집단으로 설정했다. 단군신화의 환웅이 세상으로 내려오면서 함께 내려온 신하 중 인간과 맺어져 자손을 낳은 신하가 있었다는 것. 그 신하는 하늘과 사람들의 눈을 피해 속세를 떠나 자손을 번창하게 된다.
이렇게 나온 직업이 ‘천인’이다. ‘천인’은 개조, 지배, 창조 등 3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직업은 특이하게도 99레벨 이상이 올라간 후에는 임무나 조건에 따라 이 3가지 특성을 골고루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성은 공격부터 보조, 소환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3가지 특성은 한 직업이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건에 따라 바꿔가면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개조는 자신의 신체를 강화해 전투하는 것이고, 지배는 타인의 정신을 지배해 조종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창조는 소환술사처럼 이무기 등을 불러내는 것입니다”
박 팀장은 ‘천인’을 도입할 때 가장 고려했던 부분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이 직업이 기존 직업과 밸런스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독특한 특색만큼 밸런스를 잡는 작업은 어렵고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천인’도 그렇지만 새롭게 도입되는 요소들은 찬반이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효과나 이미지, 인터페이스 수정도 사실 기존에 있던 요소를 살리면서 새로운 느낌을 병행하려는 시도를 더했죠. 물론 반대로 예전의 특색을 버리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박 팀장은 15주년 ‘바람의 나라’ 에디션은 더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변화를 빨리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고향처럼 항상 기대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넥슨의 대표 게임이자 국산 온라인 게임의 효시인 ‘바람의 나라’는 단순 게임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을 지켜가고 더욱 이용자들을 원하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은 저희의 목적이자 원동력이죠. 그걸 계속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민화를 소재로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 박 팀장은 앞으로도 고집스럽게 ‘바람의 나라’의 정통성을 지켜나가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국 자체를 왜곡 시키는 일 없이 그러면서도 시대적으로는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박웅석 팀장과 ‘바람팀’의 바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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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년을 서비스했다는 의미보다는 ‘바람의 나라’가 지금까지 이용자들의 선택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감사드립니다. 좀 더 새로워진 ‘바람의 나라’에서 풍악을 올리며 앞으로의 15년을 바라볼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인터뷰 막판에 “풍악을 울려라”라는 말을 나눴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는 우리나라 역사와 민화를 소재로 한 게임이 시대에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바람팀’의 모습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니었을까. 앞으로도 ‘바람의 나라’가 더 오랜 시간 사랑 받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