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버리고 쾌감을 살린…공포게임 '피어3'

일반입력 :2011/07/05 08:52    수정: 2011/07/05 08:52

김동현

‘피어’(F.E.A.R 2005. 10) 시리즈가 처음 세상에 출시 됐을 때 당시에는 전 세계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당시 기술이라고 보기엔 너무 섬세했던 그래픽과 총알이 보일 정도로 느려지는 슬로우 모션, 그리고 동서양의 공포 요소를 적절히 섞은 연출이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이후에 나온 ‘피어2’(F.E.A.R2 2009. 10)는 해외 언론에게 10점 만점에 6점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받았다. 전작에 비해 복잡해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와 난해한 전투, 그리고 무엇보다 어중간한 공포와 전투가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피어3’(F.E.A.R3)가 국내에서 자막 한글화돼 정식 출시된다고 발표됐을 때 “과연 이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물론 당시 전작의 충격적인 결과가 아직 뇌리에 남아 있는 가운데였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달 28일 우려 속 ‘피어3’가 출시됐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피어3’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자막 한글화 돼 이야기에 대한 이해도 빠를 뿐만 아니라 시리즈 최초로 협력 모드를 도입해 한층 나아진 게임 플레이를 경험하게 해줬다.

■이미 멸망을 향한 아마게돈은 시작됐다

‘피어3’는 세계를 파괴할 만한 위력을 지닌 실험체를 출산 하려는 알마(Alma)를 찾고, 이를 막기 위해 유전적으로 진화한 슈퍼군인인 아들 포인트맨(Point Man)과 초자연적인 능력을 보유한 팩스턴 페텔(Paxton Fettel)이 협력한다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진선권이라는 이미 첫 작품부터 모습을 드러내온 한국계 여성 군인도 나올 뿐만 아니라 베켓 병장의 아이를 임신해 어른으로 성장한 알마의 색다른 모습도 볼 수 있는 이 게임은 전작보다 한층 나아진 게임성과 시리즈의 결말을 다뤄 출시 전부터 주목 받아왔다.

특히 시리즈 최초로 2인 협력 캠페인 진행이 가능하고 4인이 협력해서 적의 파상공세를 막는 멀티플레이 모드도 지원돼 전작에서 느끼지 못한 재미를 전달해준다. 그리고 전작에서는 원수였던 포인트맨과 페텔 (실제 형과 동생)의 협력은 기대 이상이다.

게임 속에서는 알마 및 과거 슈퍼 군인을 만들던 실험실에서 벌어졌던 과거를 지우고 세상을 멸망 시킨 후 장악하려는 ATC 조직을 막기 위한 과정이 벌어진다. 포인트맨은 알마를 찾아 그녀를 막기 위함이고 페텔의 경우는 알마의 힘을 빼앗기 위해 협력한다.

덕분에 게임은 전작보다 한층 어둡고 무겁게 진행된다. 이미 거대한 폭발이 세상을 덮친 이후라서 생존자들은 ATC의 ‘정화’ 부대를 피해 숨어 있는 상태이고 현장 어디를 가나 시체가 널려 있을 정도다. 세기말을 기다리는 광신도들의 모습도 나온다.

이용자는 포인트맨과 페텔 둘 중에 한 명을 선택하거나 2인 협력을 통해 결말을 보면 된다. 참고로 2인 협력 시에는 누구의 성과가 더 높은가에 따라 각각 다른 엔딩이 이어진다. 특히 페텔의 엔딩은 정말로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으니 꼭 보길 바란다.

■형제여 각각 다른 기술을 활용, 아마게돈을 막아라!

‘피어3’는 시리즈 최초로 협력을 추구한 만큼 포인트맨과 페텔이 각각 다른 기술을 사용한다. 슈퍼군인이라는 설정을 가진 포인트맨은 전작에서도 사용한 슬로우모션 기술과 탁월한 근접 공격, 다양한 화기 사용 등을 가지고 있다.

시리즈 처음 모습을 드러낸 페텔의 경우에는 적을 공중에 띄우거나 상대방에 몸에 들어가는 신체강탈, 그리고 물건 등을 들어서 날릴 수 있는 공격 등을 갖추고 있다. 슬로우모션은 없지만 적을 잡아 한 번에 터뜨리는 등의 강력함을 보여준다.

이 둘의 조합은 의외로 재미있다. 게임 속의 전투는 특정 큰 공간에서 벌어진 이후 이동, 다시 새로운 공간에서 싸우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그 공간 내에서는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싸우는 형태가 아닌 공간을 적극 활용한 형태로 할 수 있다.

2인 협력 시에는 정면에서 포인트맨이 중화기로 신경을 끌고 후방에서는 적의 신체를 강탈한 페텔이 기습적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방식을 쓴다. 덕분에 게임 내 전투 공간들은 넓고 다양한 은폐, 엄폐 공간을 갖춰 놨다. 물론 탑승 장비도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등장한다.

싱글 플레이에서는 페텔의 강력함이 잘 들어난다. 적들 사이로 순식간에 들어간 이후에 그곳에서 자폭을 하거나 아니면 흡수한 신체가 사망할 때까지 마구 돌진하면 되기 때문이다. 익숙만 해진다면 페텔 플레이는 정말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준다.

■멀티 플레이까진 괜찮지만…공포감은 전부 어디로?

이 게임의 멀티 플레이도 좋은 편이다. 4인이 협력해 특정 공간 내에서 디펜스식 플레이나 아니면 해당 목적지까지 가는 등 여러 목적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멀티 플레이는 다양한 스테이지와 난이도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이용자에게 전달해준다.

이중 디펜스 방식은 ‘모던워페어2’와 ‘블랙옵스’에서 제공됐던 좀비 모드와 흡사한 방식이 존재한다. 4인의 이용자들이 특정 공간내 자리를 잡고 벽 등을 막은 후에 몰려오는 적을 상대하는 방식이다. 요즘 1인칭 슈팅 게임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모드이기도 하다.

대신 멀티 플레이에는 ‘피어3’만의 독특함이 있다. 대부분 적의 공격을 어떻게 막는가에 따라 성과가 나오고 새로운 무기를 선택해 방어하는 식이지만 ‘피어3’에서는 이용자들이 건물이나 성 밖으로 나가 맵 이곳저곳에 있는 보조 장비를 획득해야 한다.

덕분에 4인의 협력 방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물에 대한 보수를 담당한 사람부터 중장비 활용, 보조 장비 획득 후 복귀 등 호흡을 어떻게 맞추는가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 물론 개인의 플레이 능력도 중요하다.

이 외에도 ‘피어3’는 좀 더 발전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자체 도전과제 시스템과 다양한 연출이 더해져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작보다 나아진 전투와 협력이라는 인기 요소는 오랜 시간 ‘피어3’를 이용자들이 즐기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게임은 크나큰 맹점이 하나 존재한다. 전작보다 모든 부분에서 개선됐지만 딱 하나 공포 요소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기자 역시 2개의 엔딩을 모두 보고 멀티 플레이를 종류별로 즐겨봤지만 그 사이에 놀라거나 무섭다고 느낀 적은 아쉽게도 한 번도 없었다.

기자가 겁이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수도 있지만 정말 ‘피어3’는 무섭지 않다. 이는 美게임스팟닷컴부터 해외 언론들이 지적한 사례이기도 하다. 공포감을 전달해주는 방식은 1편 이후로 나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야기 풀기에 바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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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너무 강력해진 주인공들이 공포감을 날려버리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작까지만 해도 순간 이동을 남발하면서 살인을 저지르던 페텔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이 게임은 공포를 포기했다고 봐도 무관하다. 자신이 살인마인데 이것보다 무서운게 있겠냐 이거다.

그래도 ‘피어3’는 오랜 시간 즐겨볼만한 게임이다. 공포감이 다소 떨어진 점은 아쉽긴 하지만 시리즈를 처음 접해보는 이용자라면 놀랄만한 부분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꼭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