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안의 6월 임시국회 처리는 무산됐지만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을 두고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하는 현행 체계에 대한 지적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0일 민주당은 KBS 수신료 인상안 강행처리 저지를 위한 문방위 회의실 점거를 풀었다. 이날까지 여야는 수신료 인상안을 두고 날선 정치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이 수신료 인상안 처리 입장을 고수하자 지난 28일에는 민주당에서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로 전환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수신료가 전기요금과 통합징수 되면서 어느 세금보다 높은 98% 징수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KBS가 정권의 방송으로 남는 이상 수신료를 국민이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납부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과 분리 징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영방송으로서 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분리징수를 통해서라도 압박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언론연대 관계자도 “공영방송의 재원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통합징수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관제방송이라는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분리 징수라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압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통합 징수 법적 문제 없지만...
KBS는 지난 1994년부터 TV수신료를 전기요금에 병기청구하고 있다. ‘KBS가 지정하는 자에게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는 방송법 조항에 근거한 조치다.
수신료 제도를 채택한 해외 국가들도 낮은 징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금으로 징수하거나 TV 수상기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터키·그리스·마케도니아·루마니아·키프로스·포르투갈 등은 우리나라처럼 전기요금에 합산해 청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현행법상 통합 징수 방식에는 문제가 없지만 TV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법적 개념이 달라 혼란이 생길 때가 있다.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는 TV 수신료의 성격을 “공영방송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에 충당하기 위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했다. TV 수상기를 소지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부과한다는 점에서 준조세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전기요금은 공공서비스 이용에 대한 반대급부로 징수되는 수수료다. 또, 개인이나 가구가 아닌 장소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특징도 가진다.
때문에 수신료 면제 대상 가구가 이사를 할 경우 개별적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TV 수신료가 그대로 부과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전기요금과 통합돼 있는 탓에 강제적 수신료 징수에 반발해 납부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수신료 안내면 전기가 끊기나요?”
하지만 시청자가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더라도 실제 단전조치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 2009년 법원은 통합 징수 방식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수신료 납부 거부자에 대해 재산권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한전의 수신료 징수 업무는 납부 통지일 뿐 수신료 체납에 따른 강제 징수까지 본래 업무에 결부시켜선 안 된다”며 “수신료 체납을 이유로 전기 공급을 거부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수신료가 미납되도 전기요금이 완납됐다면 한전이 단전조치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전 측에서도 “수신료 미납으로 전기가 끊어진 사례는 없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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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에서는 시청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할 경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TV수신료를 3개월 간 분리 납부할 수 있도록 조치 해주기도 한다. 이후 3개월이 지나면 다시 전기요금에 합산 청구된다.
KBS 수신료 정책국 관계자는 “한전의 단전조치는 TV수신료가 아닌 전기요금 미납여부에 따른 것”이라면서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 KBS 차원에서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허가를 받아 체납처분 등 강제집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