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제멋대로 ‘19금 음반’ 재심의 가능해진다

일반입력 :2011/06/30 10:18    수정: 2011/06/30 11:23

전하나 기자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19금 음반’에 대한 재심의가 가능해진다. 정부가 구제절차 마련에 나섰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실효성 여부를 놓고는 여전히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된 음반·음악파일·뮤직비디오에 대한 재심의 조항을 담은 청소년보호법(청보법) 개정안이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로부터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음반 등의 제작자나 유통행위자는 이의가 있을 경우, 심의결정 통지 이후 30일 이내 재심의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위원회는 청구받은 날부터 60일 안에 재심의해 그 결과를 다시 통보해야 한다.

그간 위원회는 음반이나 노래 등에 대해 명확치 않은 기준으로 청소년유해매체물 여부를 심의해 여러 가수와 음반사들로부터 비판을 들어왔다.

일례로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그룹 ‘SM 더 발라드’의 음반이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을 받은 것과 관련 지난 3월 여성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보드카레인은 새 앨범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된 데 반발해 청소년을 무료로 입장시키는 공연을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디밴드 여우비의 노래가 헤어진 남녀가 추억에 젖어 술을 마신다는 내용의 가사를 포함했다는 이유로 유해매체로 선정됐다는 사실이 다음 아고라, 트위터 등을 타고 알려지면서 이목을 샀다. 이 밴드 리더는 “노래 제목 옆에 19금 마크가 붙으면 성인 인증을 해야 다운로드가 가능하다”면서 인터넷 음원 다운로드가 수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경제적인 손실이 클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음원 다운로드 뿐 아니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음반은 현행법에 따라 ‘19세 미만 판매금지’라는 스티커를 붙여 판매해야 한다. 또 해당 노래는 밤 10시 이전에 방송할 수 없고 음악사이트에 배포하거나 방송과 공연 등에 사용할 경우 가사를 수정해야 한다.

이같은 사후규제는 자가검열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창작자 역량과 가치를 크게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여성부는 “이번 법률 개정으로 행정소송 제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것이며 청소년 유해성에 대한 충분한 소명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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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련업계와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뜨미지근한 상태다. 여성부 장관이 유해매체물을 지정할 권한이 명시된 현행법의 근간 자체를 흔들지 않는 이상 표현의 자유가 안전하게 보호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 전문가는 “청소년 일탈과 비행에 대해 국가가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보법이 취지와 다르게 막강한 산업 규제 장치가 됐다”며 “문화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적 명분이 청소년보호라는 것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