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업계의 백마 탄 왕자가 마귀할멈으로 변했다.”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이 자의적이고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출판, 전자책, 음원, 게임 등 콘텐츠 제공업자(Contents Provider, 이하 CP)들이 애플의 불공정 행위에 피해를 입었다며 나섰다.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애플 앱스토어 불공정을 논한다’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앱스토어에 대한 다양한 불공정 사례가 발표됐다. 아울러 앱 정책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논의도 함께 진행됐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애플의 불공정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며 “맛있는 사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독사과였던 셈”이라고 주장했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뿐 아니라 법제도적 개선방안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용경 국회의원을 비롯해 주재욱 KISDI 통신정책연구실 박사, 홍진배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정책과장, 김형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법률자문단 변호사, 김창환 코튼인터렉티브 대표, 김남철 한국이퍼브 팀장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주재욱 KISDI 박사는 국내외에서 벌어진 애플의 다양한 불공정 행위 사례를 소개했다. 음원과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을 견제하기 위해 음반사와 출판사에 압력을 가한 것, 구글 래티튜드와 구글보이스의 앱스토어 등록 거부 등이다.
국내 사례로는 소리바다, 엠넷, 벅스(네오위즈인터넷) 등의 음원 앱 삭제를 들었다. 국내 음원앱들이 애플의 자체 결제모듈이 아닌 휴대폰 소액결제 방식을 지원한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삭제된 사례다. 이후 애플의 결제모듈을 탑재해 다시 승인 신청을 했지만, 이유 없이 한 달 이상 승인이 지연됐다.
주 박사는 “애플의 앱스토어 심사 기준에는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소지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제는 콘텐츠 소비 시장이 아이폰 이전과 달리 상당히 복잡해진 만큼, 새로운 개념의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플 앱스토어, 무엇이 문제인가
이날 CP들이 문제 삼은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앱 내 구매(IAP, in-App-purchase)를 위해서는 일괄적인 애플의 결제모듈을 탑재해야 한다는 것과 7:3 수익배분이 너무 과중하다는 것,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것 등이다.
김남철 한국이퍼브 팀장은 “애플이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앱등록 사업자에게 자체 결제모듈을 통해서만 구매가 이뤄지도록 강제하는 것은 명백한 끼워팔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퍼브는 전자책 유통 서비스사로 지난 1월경 아이패드용 전자책 뷰어 앱을 제작해 애플에 등록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유는 앱 내 구매를 위한 애플의 IAP 모듈을 탑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우리가 내놓은 것은 뷰어 앱으로 구매기능이 아예 없는 앱”이라며 “동일한 앱이 아이폰용 앱스토어에서는 승인됐는데 아이패드용은 거절 당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쟁사와 비교해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IAP 모듈을 탑재하지 않은 것은 리디북스, 인터파크 등 경쟁사도 마찬가지인데 경쟁사의 앱은 앱스토어에 등록, 서비스됨으로써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김 팀장은 “애플에서는 지난 2월부터 앱스토어 심사가 까다로워졌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우리는 단지 경쟁사보다 조금 늦게 등록을 신청했다고 해서 앱 승인이 거절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후 애플코리아에 내용 증명을 보냈지만 회신이 없었다. 현재 한국이퍼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애플을 제소한 상태다.
CP들은 7:3 수익 배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한 번 다운로드 받고 끝나는 일회성 앱이 아닌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앱으로서는 30%의 수수료는 과중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애플은 앱이 앱스토어에 입점하는 조건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3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김창환 코튼인터렉티브 대표는 “애플이 1인 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점은 감사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일괄 7:3의 수익배분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일회성 앱이 아닌 경우 수수료를 30%씩이나 애플에 떼주다보 면 업체의 부담은 점점 커진다”며 “초기 앱스토어 진입 시에는 30%로 가더라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서비스해야 하는 앱의 경우 향후 10~30%로 수익배분을 조정을 하는 방식으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애플 앱스토어 불공정, 해결방안 있나
애플의 불공정 운영에 대한 해결 방안도 논의됐다. 다만 애플에 국내법을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김형진 변호사는 “애플의 정책이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도 “백화점에서 입점 거부를 하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뗀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듯, 애플의 행위에 대해서도 다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공정거래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국내에서 애플 아이폰은 약 10%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 세계 유료 앱 시장에서 애플 앱스토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은 기술적 진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여러 각도에서 파악해 법을 보완하고, 형평성 있고 공정하게 적용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애플의 불공정 행위를 해결하게 위한 방안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제시됐다. 공정거래법의 법적 보완, 고객 데이터베이스 공유에 대한 규제, 수익배분에 대한 개선, 결제수단의 다양화 등이다.
김 변호사는 “애플이 다운로드수를 제외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에 대한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전 세계 사람들의 DB를 다 애플이 가지고 있는 셈인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마어마한 시장지배력을 가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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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CP들과 애플 사이의 논의구조를 마련하고, 새로운 유통채널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홍원배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정책과장은 “개별 업체가 애플을 상대로 아무리 얘기해도 애플로부터는 답장도 안 온다”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CP들이 모여 애플과 논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네이티브앱 뿐만 아니라 웹에 기반을 둔 앱이 유통될 만한 환경을 만들어 또 다른 유통채널을 확보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 전 세계적으로 출범할 WAC과 같은 새로운 유통채널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