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사상 첫번째 100억달러대 분기매출을 기록하며 2011년 회계연도를 마무리했다. 1년간 강력한 SW파워로 고성장을 달성했지만, 화제의 중심은 썬 하드웨어다. 하드웨어와 SW를 하나로 묶어 패키지로 공급하는 사업전략이 생각보다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오라클은 회계연도 2011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108억달러 매출을 거둬 전년동기의 95억2천만달러보다 13.4%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익도 32억1천만달러로 전년도 23억6천만달러에서 36% 증가했다. 2011 회계연도 전체 매출은 270억달러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성장한 356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치상 역대 최고 실적. 박수를 칠 성적표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월가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사업은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부은 하드웨어 사업이 주춤했기 때문이다.
4분기 신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은 37억4천만달러로, 전년동기 31억4천만달러보다 19.2% 증가했다. 업그레이드와 제품 지원 부문도 39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34억3천만달러에서 15.4% 늘었다. DB와 미들웨어 판매는 53억6천만달러를 거둬 45억9천만달러를 기록한 전년대비 16.7% 올랐다.
반면, 하드웨어 매출은 11억6천만달러로 12억4천만달러를 거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오히려 6.2% 하락했다. 지난 분기보다 기업들의 IT부문 투자가 줄어든 탓이란 평가다.
오라클의 하드웨어 전략은 패키지다. 그러나, 신규 SW 라이선스 매출과 하드웨어 매출의 정반대 결과는 통합 패키지 전략의 폭발력이 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라클은 HP나 IBM의 하드웨어에 오라클 DB,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하드웨어와 SW들을 묶어 공급가를 낮추고 매출을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노림수를 갖고 있다.
DB의 경우 30만 고객을 보유한 오라클은 이들을 엑사데이터의 잠재적인 구매자로 본다. 사용자 중 10만 고객만 엑사데이터 구매로 연결시키면 성공이란 계산. 미들웨어 머신인 엑사로직도 퓨전미들웨어와 마찬가지다.
오라클은 지난해 엑사데이터 사업이 약 2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얘기했었다. 그러나 현재 이 목표는 언급되지 않는다. 래리 엘리슨 회장은 “현재 엑사데이터가 1천 클러스터이상 공급돼 운영중이며, 내년까지 3천 클러스터 규모로 확대할 것”이란 목표를 말했다.
엑사데이터 사업을 매출규모 대신 공급량으로 제시한 것이다. 전체 매출 중 하드웨어 사업 비중도 전분기 19%에서 17%로 줄었다. 하드웨어와 SW를 패키지로 판매하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판매가를 저가로 내세울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실제로 작년 오라클 엑사데이터를 도입한 보광훼미리마트 측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해 놀랐다”고 말했다. 시장 초기 진입단계에서 윈백을 위해 가격경쟁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엑사데이터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시장은 반신반의 한다. 아무리 하드웨어와 SW를 밀접히 결합해 최고 성능을 이끌어낸다 해도, 멀티벤더를 선호하는 고객에게 통할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x86 서버로 구성된 엑사데이터의 최고 성능을 얼마나 고객이 신뢰하느냐도 또다른 분기포인트다.
알버트 타이 오라클 아태지역 퓨전미들웨어 디렉터는 “엑사데이터 2대면 페이스북의 모든 서비스를 커버할 수 있다”면서 “성능에 있어 경쟁사의 어떤 제품보다 앞서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외 기업들의 80%는 여전히 미션크리티컬 업무에 유닉스 서버를 선호한다. x86서버의 성장세도 무섭지만 유닉스와 메인프레임 시장은 여전히 10%대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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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호 한국HP 엔터프라이즈사업부 부사장은 “엑사데이터가 HP 슈퍼돔이나 IBM 파워7에 올라간 오라클 DB플랫폼을 겨냥하지만 OLTP를 유닉스에서 x86으로 절대 바꿀 수 없다“라며 ”슈퍼돔에서 돌아가는 데이터베이스 11g의 성능이 월등히 좋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남은 문제는 오라클이 엑사데이터와 하드웨어 플랫폼에 대한 가격경쟁을 얼마나 지속할 것인가다. 성능과 고객 상황 사이에 존재하는 틈을 메울 전략으로 가격 외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철저히 수익극대화를 추구하는 래리 엘리슨 회장과 마크 허드 사장이 덤핑 전략을 용인할 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