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경쟁사 공격에 입열다…"폐쇄적이라고?"

일반입력 :2011/06/21 09:12    수정: 2011/06/21 09:39

“폐쇄적이고, 독선적이다. 고객 선택을 제한한다.”

시스코시스템즈와 경쟁하는 네트워크업체들의 비난이다. 시장 1위를 넘어서기 위한 마케팅의 일종일 수 있지만 오픈 스탠더드를 내건 경쟁사의 공격은 십년 넘게 이어졌다.

네트워크업계의 거물 시스코는 경쟁사들의 공격에 의연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가급적 논쟁을 피하면서, 제갈 길을 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쟁사의 공격과 별도로 투자자들의 압박이 겹치며 시스코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참고 참았던 오픈 스탠더드에 대한 시각이다.

■높은 시장점유율...'장악' 아니라 '주도'

최근 시스코코리아(대표 조범구)는 본사의 존 맥쿨 코어기술그룹 수석부사장을 텔레프레즌스로 연결해 기자들과 그룹인터뷰를 주선했다. 존 맥쿨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경쟁사들의 시스코와 관련한 각종 주장들에 반박했다.

오픈 스탠더드는 경쟁사에서 시스코를 공격하는 가장 민감한 이슈다. 경쟁사들은 시스코의 제품이 폐쇄적이고, 종속적이라고 주장한다. 시스코에서 말하는 오픈 스탠더드도 시장 장악력을 지렛대 삼은 것이라 평가한다.

시스코는 이에 대해 모든 선택은 고객에게 달려있다고 답한다. 고객의 선택이 곧 표준이며, 시스코 제품이 고객요구사항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에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것이란 설명이다. 때문에 ‘장악’이 아니라 ‘주도’라고 표현한다.

HP는 최근 플렉스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발표하며, 네트워크 관리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다.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HP 제품뿐 아니라 시스코의 제품까지 모두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시스코는 엔터프라이즈, 캠퍼스랜, 무선 등에서 별도 관리툴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존 맥쿨 부사장은 “경쟁사에서 말하는 네트워크 관리가 디바이스에 대한 1차적인 수준을 넘어서는지 살펴야 한다”며 “어떤 제조사의 제품이든 네트워크 상에 존재하는 디바이스를 인지하고, 토폴로지를 형성하는 기능은 이미 시스코에서 10년 전부터 구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고객에게 더 중요한 기능은 더 고차원적인 것으로 디바이스 인지 서비스 엔진, 네트워크 액세스컨트롤 등이다”라며 “LAN과 SAN, FC, FCoE 등 데이터센터의 전반적인 환경을 통합관리하는 기술도 필요한데, HP는 이를 갖지 못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비난은 가상화, 컨버지드 인프라 등을 향한다. HP를 비롯해 브로케이드, 주니퍼네트웍스 등은 시스코가 독자적인 기술을 고집해 가상화와 컨버지드 인프라 확산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IEEE 복수 표준화 작업이 진행중인 802.1Qbh와 802.1Qbg에 대한 것이다.

가상랜(VLAN) 표준 802.1Q에서 파생된 두 기술은 물리적인 스위치를 논리적으로 쪼갤 경우, 가상서버(VM) 이동에 따라 IP주소, 보안설정 등을 자동으로 유지시킨다. 이 작업은 서버가 아닌 네트워크 스위치에서 이뤄진다.

802.1Qbh는 시스코, 802.1Qbg는 시스코를 제외한 대다수 네트워크 업체에서 지지한다. 개념 차는 크지 않지만, 하드웨어와 SW 적용방법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EVB로 명명된 802.1Qbg진영은 802.1Qbh를 시스코만 지지하는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스코가 독자개발한 FCoE기술이 802.1Qbh와 연동되는데, 시스코 서버 외에 타사의 서버제품과 호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스코는 정면 반박한다. 시스코 UCS서버에 사용되는 NIC카드에 FCoE를 넣고 넥서스 스위치와 802.1Qbh를 연결한 것은 맞지만 최근 에뮬엑스, 브로드컴 등 NIC카드회사들에게 이 기술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서버든 FCoE를 지원하는 에뮬엑스, 브로드컴 등의 NIC카드를 사용하면 되므로 오픈 스탠더드란 설명이다.

■지속·선도적으로 기술 개발하고 있어...

존 맥쿨 부사장은 업계 표준이 처음부터 정해지는 게 아니라 시장선택에 따라 사후에 결정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스코는 단지 선도적으로 기술을 개발했을 뿐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는 아니란 설명이었다. 또 범용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을 공개하고 사용자 편의 확보에 최선을 다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조금 더 나갔다. 업계 표준 결정과 오픈 스탠더드가 앞서 밝힌 논리대로라면 신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게 시장을 위해 좋은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는 “오늘날의 NAS와 SAN이 복잡하게 연결되는 데이터센터 구조는 여러 스위치 홉을 거쳐도 FCoE를 지원해야 한다”며 “멀티홉 FCoE를 지원하는 회사는 시스코가 유일하다”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란 구조를 갖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특히 스토리지는 NAS와 SAN 영역을 혼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IP, FC, FCoE 등의 다양한 트래픽이 엮이게 된다.

I/O와 케이블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FCoE는 중간중간 스위치가 추가되더라도 각 영역을 넘나들며 지원돼야 한다. 맥쿨 부사장의 말은 이 같은 상황을 지원해야 하는데 기술개발을 멈춰야 하느냐는 반문이었다.

그는 “통합된 네트워크를 큰 스케일로 확장해 운영하려면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이 필요하다”라며 “FCOE는 시스코가 내부적으로 많이 개발했고, IEEE와 밀접하게 일했기 때문에 경쟁사를 포함한 다양한 공급자와 같이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노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화두는 네트워크 구조 단순화에 대한 것이었다. 경쟁사들은 시스코의 네트워크 아키텍처가 복잡하다고 말한다. 독자적인 기술을 고집해 이기종 네트워크를 꾸리는데 제한을 준다는 주장도 나온다.

맥쿨 부사장은 “단순하고 얇은 계층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에 대해 많은 회사와 같이 일하고 있다”라며 “ECMP기술을 활용해 레이어3 기술 기반으로 네트워크 구축하는 노력과, 레이어2 기반으로 플랫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트릴(TRILL)도 적극적으로 개발에 참여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스코의 R&D 투자를 강조했다. 오픈 스탠더드는 절대 멈춰있는 게 아니란 말도 했다. 계속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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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쿨 부사장은 “시스코는 전 매출 중 13%에 해당하는 30억달러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며 “당연히 코어라우팅과 스위치에 대한 투자가 우선되는데 어떤 경쟁사보다 가장 많은 R&D 투자 규모”라고 강조했다.

시스코는 최근 존 챔버스 회장이 직접 나서 기업쇄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8월 시스코의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된다. 이에 때를 맞춰 기업혁신 작업도 전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