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마존, 애플, 구글과 싸우는 다윗이다. 1년 6개월만에 400만 회원을 모았지만 전세계 코보 직원은 230명 남짓이다. 아마도 글로벌 기업 중 최소 규모일 것이다. 디지털 생태계선 오히려 적은 덩치가 더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자신만만한 어조로 다윗의 필승을 이야기 하는 마이클 탬블린 코보 부사장을 1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났다. 지난해부터 한국서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한 코보지만, 그가 직접 한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가장 빠르게 전자책 판매 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영어로 된 원서를 구매하는 비율이 확연이 높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캐나다 기반 전자책 회사 `코보`는 설립 1년6개월만에 전세계 200여군데로 확장해 제2의 아마존이란 별칭을 얻었다.
매일 구매가 일어나는 국가만 100군데가 넘는다. 국내서도 `아마존 따라잡기`가 화두였지만, 코보는 이를 실제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전자책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탬블린 부사장이 보는 전자책 시장은 물론 기회의 땅이다. 그는 100만 회원을 모으는 덴 10개월이 걸렸지만 그 후 100만을 추가 확보하는 덴 90일이면 충분했다며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다. 미국 전자책 업계는 2009년 말, 디지털 독서가 전체 서적시장의 10%를 차지하는데 5~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서 전자책 판매량은 단 1년만에 8%로 우뚝 올라섰다. 최근 미국내 전자책 판매량은 이미 15~22%에 육박한다.
■비영어권, 중소기업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는 코보의 빠른 성장에 '영미권'이라는 장점이 톡톡히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영어를 쓰는 나라가 많은 만큼 시장이 넓었다는 것이다.
한국 업체로선 다분히 걱정스런 지적이다. 국내서도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한 업체들이 있었지만, 코보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 `아마존 모델은 한국선 힘들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탬블릿 부사장은 일단 처음 시작부터 한 나라 시장에만 집중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영미권 업체는 투자 유치나 고객 확보가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책 업체가 크게 성장하려면 국제 시장을 노려야 하는데, `소수 언어`를 쓰는 나라는 처음부터 핸디캡을 안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영어권이 아닌 나라의 전자책이 모두 실패할 것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면서도 해외 여러 나라에 가보면, 실제로 전자책을 출판하고 싶어도 콘텐츠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질 좋은 콘텐츠를 외국어로 번역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면 승산이 있겠지만 한국을 비롯해 그런 나라가 흔하지는 않다는 게 솔직한 그의 의견이다.
아울러 중소 전자책 업체들의 생존이 점점 힘들어지는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전자책 시장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투자 수준이 계속 커지고 있다면서 초창기는 아이폰 앱 하나면 될 것 같았지만 지금은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클라우드 리딩 서비스 등 고객에 제공해야 할 내용이 자꾸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투자 비용은 늘어나는 만큼 기업 입장선 본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글로벌 전자책 시장의 가격 경쟁은 점점 심해지는 모양새다. 애플은 출판사에 '콘텐츠 최저가 공급'을 강조하고, 아마존은 손해를 감수하며 전자책 단행본을 판매한다. 이런 환경서 중소기업에 '가격 경쟁력'을 요구하는 건 결과적으로 문 닫을 각오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규모가 작다 해도 코보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이 업체는 최근 e잉크 단말기의 가격을 99달러로 내렸다. 1년 사이에 250달러에서 149달러, 99달러로 파격 할인 행보를 해온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서, 경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지만 시장서도 가격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e잉크 단말기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은 콘텐츠 판매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방안이라고도 덧붙였다.
탬블린 부사장은 최근들어 미국시장서도 에이전시 모델이 등장하면서 전자책 가격이 13달러 정도로 정상화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그러나 전자책 평균가격은 변하지 않았는데 이는 출판사가 스스로 염가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보다 매력적인 시장
한국은 매우 흥미롭다. 빠르게 매출이 증가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가별 매출 구분은 안하지만, 코보서 영어 원서만 판매하는데도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탬블린 부사장은 한국이 아시아서 1인당 전자책 구매량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얼핏 들으면 의외의 이야기다. 인구수가 훨씬 많은 일본과 중국보다 한국이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불법 복제 문제 때문에 유료 콘텐츠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한국이 더 많은 편이라며 전자책 서점 운영 방식이나 파일 변환 문제 등 중국보단 한국이 사업하기 더 편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코보는 한국어로 된 책을 번역해서 해외에 유통할 생각은 없을까?
그는 코보는 번역 회사가 아니라 유통회사라면서 유통회사에선 원어로 쓰인 책이 자국에서 얼마나 많이 팔리냐를 우선으로 한다고 말했다. 자국 콘텐츠 보강이 우선이 되야 한다는 이 따끔한 지적은 외서 일변도의 국내 출판시장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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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블린 부사장이 직접 돌아본 해외 시장의 한국 서적 인지도는 매우 낮다. 탬블린 부사장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 서점에는 제대로 된 한국어 책도 별로 없다. 양질의 한국책을 유통한다면 분명 교민 수요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시장 공략이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그는 비영어권, 작은 시장, 부족한 콘텐츠 고민을 해결을 위해 국내 콘텐츠 보강과 질좋은 번역을 주문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 전자책 시장에 대한 응원 메시지는 바로 죽지마, 얼지마, 부활할거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