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만화 콘텐츠를 N스크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 개발사업이 시작된다. 위축됐던 한국 만화산업이 이번 ‘디지털만화 유통지원 플랫폼 구축 사업’으로 다시금 재도약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병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만화가, 만화콘텐츠, 만화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을 중심으로 한국만화계의 창작역량강화, 창의콘텐츠활성, 글로벌기업경쟁력강화라는 3대 전략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20억 투입 로드맵
이번 사업은 미디어 소비환경 변화에 따라 위축되고 있는 만화 출판사업에 디지털을 중심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 의지에 따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 부천시는 총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우선 디지털 신기술 교육을 실시해 현역 만화작가의 창작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00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 중 멘토와 경연시스템을 통해 선발된 최종 10인에게는 작품당 3천만원 내외를 지원한다.
이렇게 태동한 창작만화는 디지털 유통 방식을 적극 꾀한다. 만화콘텐츠를 어떠한 매체로도 배급 가능한 퍼블리싱시스템을 구축, 이를 통해 만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스마트폰·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 판매한 뒤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6천만원 내외의 개발비를 내건 신규 유통모델 개발 공모 사업이 함께 진행된다. 진흥원은 또 작가가 그린 만화를 소량으로 바로 출력할 수 있는 POD시스템도 내부에 구축할 계획이다.
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는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육성하고자 하는 최우선의 방안으로 시장친화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공정하게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만화가들이 곧 1인기업…어떻게?
사업의 목표는 창작지원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해 콘텐츠의 가치를 확산하고 재투자 기반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진흥원은 SKT를 파트너로 적극 맞았다.
진흥원과 SKT는 업무협약을 맺고 향후 ▲만화 앱 제작을 위한 무료 교육과정을 공동 개발해 ‘T아카데미’를 통해 제공하고 ▲‘만화저작권관리시스템(CLB)’을 지원 ▲‘T스토어’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 기회를 마련키로 했다.
이로써 만화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동영상이나 음악이 들어간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하고, SK텔레콤이 지원하는 CLB를 활용해 ‘T스토어’ ‘네이트(NATE)’ ‘인터넷TV(IPTV)’ 등에 판매하게끔 한다는 로드맵이 세워졌다.
CLB는 만화가들의 저작권을 관리하고 수익을 배분해 주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T스토어는 연내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만화가들은 해외 진출 기회를 동시에 얻게 된다.
업계 전문가는 “산업계와 연계해 우리만화의 소비시장을 세계로 확장한다는 것은 창작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라며 이번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했다.
■콘텐츠 원천 ‘만화’ 되살아날까
최근 만화가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 되면서 새로운 신드롬이 불고 있긴 하지만, 불법 스캔과 인터넷 유통구조 등 만화산업을 어렵게 만드는 고질적 문제는 여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한 만화가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토대인 만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 높아질 필요가 있다”며 “특히 원소스 멀티유즈의 1차 저작물을 만든 창작가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이현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은 지난 2월 문화부 업무보고 당시 “이야기를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의 원천인 만화가 가치에 비해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창작 과정에 대한 포괄적 지원과 적극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구축 사업이 만화산업에 새로운 활로를 찾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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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까지 해결할 일은 많이 남아 있다. 특히 만화콘텐츠의 디지털화에 따른 저작권이 큰 숙제다. 이에 진흥원은 만화콘텐츠의 저작권 관리 체계와 저작권 신탁관리 기관으로서의 내부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마련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고전 걸작 만화의 저작권 위탁 관리 사업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골자는 TV, PC, 모바일 관련 기업과의 제휴를 강화해 기획개발단계부터 만화 유통 생태계 조성까지 원스톱 지원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