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오픈마켓 게임 자율심의…산 넘어 산

일반입력 :2011/06/08 10:40    수정: 2011/06/08 21:21

전하나 기자

오는 7월 국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 게임 카테고리가 열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오픈마켓 게임 자율심의를 뼈대로 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은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거듭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관계부처 및 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입법예고된 해당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접수가 지난 7일까지 진행,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태블릿PC, 와이파이는 안되고 3G는 되고?…이게 웬말

입법예고안에서 정한 사전 등급분류가 적절치 않은 게임물은 ▲정보통신망 등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제공되는 게임물 ▲누구든지 제작한 게임물을 용이하게 등록하게 해 공중에게 이용을 제공하는 것을 중개하는 사업자에 의해 제공되는 게임물 ▲이용자별로 사용이 특정되는 이동통신단말기 등을 수단으로 이용되는 게임물 ▲등급위원회와 협의한 별도의 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등급분류를 해 이용에 제공되거나 유통되는 게임물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용자별로 사용이 특정되는 이동통신단말기 등을 수단으로 이용되는 게임물'이라는 단서조항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와이파이(무선인터넷) 전용 태블릿PC는 '사용이 특정되는' 이동통신단말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같은 게임이어도 3G/와이파이 단말기 모델 선택에 따라 자율심의 여부가 갈리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태블릿PC는 자율심의 범주에서 아예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태블릿을 제외하고 스마트폰만 포함시키려 해도 갤럭시탭과 같이 두 기능을 동시에 갖춘 제품도 계속 나오고 있는 추세여서 시장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모바일게임업체 관계자 역시 멀티플랫폼을 지향한 콘텐츠가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구분짓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글로벌 추세와 동떨어진 국내법으로 내수 시장만 더 위축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문화부 측은 이용자 특정 조항을 규정한 것은 PC 게임물을 제외하고 스마트폰, 태블릿만을 한정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서조항에 '사용이 특정되는 이동통신단말기 등'이라고 규정한 만큼 와이파이 모델도 이 안에 포섭할 예정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다른 쟁점

오는 11월 시행될 예정인 '셧다운제'도 오픈마켓 자율심의 사업자에게 여전히 고민스러운 숙제다. 모바일게임은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서 2년간 유예된 상황이다.

사회적 담론의 미성숙, 여성가족부에 대한 견제 등을 이유로 모바일게임에서 청소년이용불가 법정등급이 남는다는 점 때문에 반쪽 자율심의라는 비판 또한 거세다.

무엇보다 폭력성, 선정성 외에도 사행성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 수준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만에 하나'의 책임을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사업자가 떠안을지 장담키 힘들다. 모바일게임을 서비스 중인 국내 이통사들도 이에 대한 부담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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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국내 이통사들이 애플과 구글 등의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 동일한 연령등급 기준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게임위는 해당법 개정 이전인 지난 3월 KT, SKT, LG 유플러스의 가입자 연령 자료를 활용해 사용자들이 연령별 등급을 직접 확인해 게임을 내려받도록 조치했다.

업계 전문가는 자율심의 사업자들로선 대행과 위탁 업무도 가능하지만 책임까지 위임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부담이 클 것이라며 결국 게임에 대한 뿌리깊은 사회적 편견을 근절하지 않는 이상 폐쇄적 규제와 산업 경쟁력 저하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