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주력하는 플랫폼 사업의 물적분할을 통한 100% 자회사 신설을 추진키로 했다.”(SK텔레콤)
“금융, 클라우드, 미디어, 글로벌 등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그룹경영을 본격화하고 통신전문 그룹에서 IT컨버전스 그룹으로 전환하겠다.”(KT)
통신시장의 양대 축인 SK텔레콤과 KT가 ‘융합-스마트’로 집약되는 미래 시장을 놓고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
SK텔레콤은 31일 전자공시를 통해 오는 10월 플랫폼 사업의 독립경영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100% 자회사로 분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6월1일로 합병 2주년을 맞은 통합KT는 앞서 26일 스마트 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그룹경영을 본격화하겠다며 IT컨버전스 그룹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처럼, SK텔레콤과 KT는 유무선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에서는 유사했지만, 그 해법으로 SK텔레콤은 분사를 KT는 그룹경영을 택했다.■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
2년 전 KT가 유무선 통합과 방송통신 융합 시대를 대비하겠다며 KTF와 합병했을 때, 업계에서는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합병을 당연한 수순으로 예상했다.
이후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LG통신3사가 LG유플러스로 합병하면서 이 같은 전망은 기정사실화 됐고, 그 시기의 문제였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업계의 이러한 예상을 깨고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미뤄왔으며, 오히려 3개의 독립사장제(CIC)로 나뉘어 있던 플랫폼 사업을 분사시키는 역주행을 감행했다.
일각에서는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합병의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이미 SK텔레콤은 회사를 쪼개는 방안을 준비해왔을 것이란 풀이를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이 통신업계에서 처음으로 CIC 제도를 도입하며 독립·책임경영을 강화했을 때부터 분사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유사한 방식의 CIC를 도입한 KT와 LG유플러스가 합병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유선, 무선, 기업으로 구분해 놓은 CIC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뜻이다.
■SKT-KT, “다르지만 같다”
그럼에도 방송통신, IT와 이종산업과의 융합 등 컨버전스 시대를 대비하는 해법에서 물리적 분할과 결합을 택한 SK텔레콤과 KT의 행보는 다르지만 같다. 기업 경영구조 최적화에 대한 시각이 다를 뿐이란 것이다.
최근 KT는 BC카드, 금호렌터카, 스카이라이프 등의 경영권을 확보하며 금융·자동차·방송과 통신·IT를 융합화하고 전체 그룹의 몸집을 불렸다.
SK텔레콤은 통신·금융 융합을 위해 하나카드를 인수했다는 점에서는 KT의 행보와 유사하나, 플랫폼 사업 분사에서 보듯 외형은 축소 중이다.
통신·IT와 이종산업의 물리·화학적 융합을 통해 직접 성공 레퍼런스를 만들겠다는 KT의 의지와 좀 더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직 슬림화로 융합을 대비하자는 차이가 있을 뿐이란 해석이다.
■왜 지금?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왜 이 시점에 분사를 결정했느냐에 물음표를 던진다. 예년과 달리 공동대표 체제로 새해를 맞은 SK텔레콤은 4월이 돼서야 뒤늦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이례적이다.
이번 분사 결정 발표도 특별하다. 프로야구에 비유하면 시즌 중에 주축 선수들을 담금질하겠다며 2군에 내려 보낸 것과 비슷하다.
때문에 SK텔레콤이 시민단체와 범정부적인 요금인하 압박을 해체할 승부수로 분사를 택했다는 추측이 난무한다. 더욱이 곧 발표될 정부의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 결과뿐만 아니라 내년에 있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는 풀이도 나온다.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이 돼 버린 통신요금 인하 카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치 아니냐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분사란 특단의 조치를 취한 통신사에 돌을 던지겠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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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맏형인 KT가 공기업에서 민영화 된 지 10년차를 맞았지만 국민연기금이 최대주주로 정부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에 꺼낸 히든카드란 얘기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SK텔레콤의 결정이 ‘미래 성장’과 ‘규제’란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