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협회가 20일 최관호 네오위즈 최고운영책임자를 신임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로써 게임 산업 이미지 쇄신과 문화적 가치 제고 등 협회가 주력해야 할 정책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자율심의제 도입과 시행 초읽기에 들어간 셧다운제 등 험난한 '파고'도 여전히 예상된다.
우선 계속되고 있는 협회 위기론이 풀어야 할 최대 난제다. 게임산업협회는 지난 2월 말로 임기가 끝난 김기영 회장의 후임자를 찾지 못하는 난맥상에 빠지며 대표성 논란에 줄곧 시달려왔다.
더욱이 협회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셧다운제와 같은 어려움에 봉착하자 커져가는 산업의 위상에 비해 근본적인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질책을 피할 수 없었다.
게임산업협회는 태동한지 햇수로 8년이다. 타산업군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진 게임사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데 출범 당시 업계의 기대감이 컸다. 지난 7년여동안 대한민국게임대상 등 굵직한 행사를 주관하며 역량을 키워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장이 자주 교체되면서 세간의 구설에 끊임없이 오르락거리는 불운을 겪었다. 2년의 임기를 모두 채운 회장이 절반도 안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장직에 선뜻 나서는 이도 없었다. 5기 협회장 인선이 3개월이나 미뤄진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다.
■제5기 출범…실질적 회장사는 '든든한 바람막이' 네오위즈게임즈
협회가 최관호 회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운 것은, 그가 네오위즈라는 업계 상위 대형 업체 소속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 역시 규모가 큰 회사가 회장사가 되야 한다는 책임의식에서 네오위즈가 나왔다고 확인했다.
최관호 신임회장은 지난 2007년 네오위즈게임즈 초대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이후 일본 게임온 대표이사직을 맡다 지난해 12월 네오위즈 최고운영책임자로 복귀해 그룹 전체를 보살펴왔다.
특히 게임산업에 대한 큰 애정과 뚝심있는 추진력으로 그룹내외에서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 체제 출범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등떠밀려 나온 것 아니냐는 뾰족한 질문에 그는 그동안 업계에서 네오위즈가 회장사가 될 때가 됐다는 꾸준한 지적이 있어왔다며 부회장사로의 역할도 있고, 아직 업계 대변직을 수행하기 부족하단 판단에 고사해왔는데 어느 날 보니 네오위즈가 더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더라. 그래서 나서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일련의 정부 규제 움직임에 대해) 조직원으로서나 또 개인적으로나 자긍심에 상처를 받았다며 게임산업이 유해산업으로, 업계 종사자가 범죄자처럼 취급받는데 남일처럼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현재 최관호 회장은 지주회사 소속이기 때문에 협회 방침상 제5기 게임산업협회 회장사는 네오위즈게임즈가 맡게 된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네오위즈게임즈가 회장사인 것은 맞지만, 협회를 책임지는 회장은 최관호 개인이 될 것이라며 시너지를 꾀하되 철저한 분담구조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 위상 높이기 위해선 대정부 협상력 키워야
최 회장 어깨에 지워진 가장 무거운 짐은 바로 대정부 정책이다. 몇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대두된 게임 역기능 문제는 결국 셧다운제라는 규제장치로 발현, 지난 4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협회장 공석인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협회는 정부부처와 국회를 상대로 한 협상력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이 때문에 협회가 정치권에 끌려다니는게 아니라 정책적 이슈를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생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셧다운제에 이어 산업을 강타할 것으로 보이는 게임중독기금법에 대해서도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상식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생각할 때 (해당 법개정이) 쉽게 추진될 것 같지 않으나, 입법차원, 여론활동 등 다양한 차원에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셧다운제에 대해선 매우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법안이라고 호통치며 구체적 시행령이 정해지면 법을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법안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선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아 문제제기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협회는 문화연대 등 일각에서 준비하고 있는 헌법소원과는 또 별도로 회원사들이 주체가 돼 위헌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직 쇄신, 회원사 끌어안기 전략 박차
협회의 자질 부족 논란은 1차적으로 대형 온라인게임 위주의 조직 구성과 회원사 수에서 비롯된다. 게임산업협회는 87개 회원사로 운영된다. 이중 대부분이 온라인 게임사다. 협회가 비디오게임, 모바일, 소셜 벤처 등 중소게임사들을 회원사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때문에 5기 협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업계의 융화, 나아가 연대다.
최 회장은 회원사간 유대관계를 증진시키고자, 대표들의 공식·비공식 만남의 자리를 자주 만들어 현안을 수시로 논의하면서 공감대 늘리겠다고 말했다. 또 저 개인적으로 또 회장사로서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와 조직력을 십분 활용해 중소게임사의 활동을 독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부터 운영한 협회 내 중소게임사협의회 및 모바일분과 역할을 강화하고, PC콘솔게임사 유치 확대 등을 통해 게임산업 전체를 대변하는 협회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별도 정책연구를 추진하고 실효적인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유도, 회원사업을 다각화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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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협회의 80여개되는 회원사가 규모나 장르가 상이하다보니 모든 부문에서 똑같은 입장을 취할 수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업계라는 공통의 이름으로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그만큼 협회장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 이해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막중한 책임의식을 피력했다.
또 협회 위상 및 언론과 회원사간 소통 강화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내부 조직원을 충원,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운영을 약속했다. 그는 (협회장이 상근직은 아니지만) 상근과 같이 발로 뛰며 일하겠다며 바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또 설득하는 과정을 직접 도맡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