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디의 승부사, '빨간약'으로 거는 승부수

일반입력 :2011/05/17 10:54    수정: 2011/05/19 08:17

전하나 기자

빨간약과 파란약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네오. 그는 '빨간약'을 택했다. 푸른 약을 택했다면 네오는 구조적으로 설계된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 안에 영원히 갇히는 운명에 처했을 것이다.

온라인게임사 와이디온라인의 스마트기기 게임 개발 스튜디오 이름이 바로 영화 메트릭스에서 따온 '레드필'(빨간약)'이다. 빨간약이 의미하는 '현실'이 곧 와이디온라인이 지향하는 '놀이'라는 뜻에서 지었다.

레드필스튜디오에서 기획 및 개발업무 총괄을 맡고 있는 이창신 이사는 현실 자체가 놀이가 되는 것이 와이디의 목표라고 했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그는 게임을 재미로 인정하고, 그것이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 좋겠다며 게임의 가치를 명확하게 측정하기는 힘들다고 해도 게임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와이디온라인의 승부수

현실을 게임처럼 즐겁게 만들기 위한 와이디온라인의 승부수는 스마트 기기용 게임(애플리케이션)이다. 와이디온라인은 웹을 넘어 앱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레드필스튜디오는 이미 지난해 미국 앱스토어에 스마트폰용 게임 '엔젤초이스'와 '지오 헌터스'를 내놓으며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오 헌터스는 미국 앱스토어 등록 3일만에 RPG 장르 1위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톡톡히 인정받은 콘텐츠로, 와이디온라인 신성장동력의 성공 가능성을 확실히 점쳤다.

와이디온라인은 연내 10종 이상의 스마트 기기용 게임을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와이디온라인의 승부사

와이디온라인에 새로 합류한 이창신 이사는 티맥스소프트·엔씨소프트 오픈마루 출신으로 국내에선 독보적인 자바 기술을 보유한 개발자다. 일찍부터 오픈마켓 게임 개발을 외쳐온 '앱 전도사'로 활약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이폰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08년 즈음에는 돌연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1인 개발자로 독립 선언을 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그 당시의 자신을 생계형 개발자라고 칭했다.

생계형 개발자를 택했을 때는 개발자 스스로가 돈을 만드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개발자가 더이상 큰 조직에 갇힌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아이폰을 필두로 한 생태계를 통해 보다 창조적인 직업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거죠.

남부러울것 없이 잘나가던 그가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던 것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아티스트와 같은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는 생각에서였다. 휴대용 게임 시장의 전통적인 강호였던 닌텐도, 소니 등을 단번에 물리친 아이폰이 이 유능한 개발자에게 '기회'이자 새로운 '경험'을 안겼기 때문이다.

(본지 2008년 11월 6일자 기사 참조)

■1인 개발자, 다시 조직이 필요해진 이유

개발자 개인도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면 좋겠다며 조직을 떠났던 그가 와이디온라인에 영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가장 먼저 '왜 조직이 다시 필요해졌나'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도전은 결국 모험에 불과했던 것일까.

인디(indie)로서는 일정 규모의 서비스 앱을 만들기 힘들었습니다. 오픈마켓 게임 개발은 이제 하나의 게임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니까요. 콘텐츠와 서비스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모든 것을 개발자가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는 도전의 결과는 분명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계 역시 명확했다고 토로했다. 그에게 조직이 필요해진 이유는 한계를 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계기로 삼기 위해서였다. 꿈을 실현하기 위한 무대로 그가 선택한 곳은 와이디온라인이었다.

■레드필, 강요 아닌 선택한 현실

이창신 이사에게 모바일 시장이 진정한 생태계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는 모바일 생태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탑다운(top-down) 방식의 비즈니스는 더 통하지 않습니다. 앵그리버드가 보여준 시사점은 모바일 시장서 더이상 EA, 캡콤과 같은 대형 게임사만 살아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머징한 디바이스에 걸맞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전통적인 방법만 갖고는 충분치 않아요.

그렇다면 레드필만의 전략은 뭘까. 현재 레드필스튜디오의 라인업은 10여종 정도. 외부 소싱과 자체개발이 반반을 차지한다. 언뜻 보면, 스마트 디바이스 게임을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다른 온라인게임사의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

너도나도 출사표를 던지다 보니 일단 몇 개 내놓겠다고 경쟁적으로 말하는데 사실 중요한 건 개수가 아니죠. 레드필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지금 시장에서 보기 드문, 긴 라이프스타일의 모바일 게임을 선보일 겁니다.

이 이사에 따르면 현재 나와있는 모바일 게임은 '짧게 즐기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다.

레드필스튜디오는 이미 서버와의 연동에 강점이 있는 '엔젤초이스'나 '지오헌터스'의 개발 경험을 십분 살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온오프가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게임을 내놓겠다는 포부다. 궁극적으로는 레드필표 게임 모두 모바일 MMORPG를 표방하겠다는 설명이다.

■돌아온 승부사의 조언

최근 뜨겁게 일고 있는 스타트업 붐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그는 자신이 '인디만이 살 길이다'를 조장하지 않았나라는 책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문을 뗐다.

스타트업을 필요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해볼만한 일이라고 할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을 지켜나가고 또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일인데, 이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염두해두고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IT산업의 특수한 규제 상황이 꿈을 위해 도전하는 젊음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업이란 리스크가 있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이 실패할 경우 모든걸 다 떠안아야 하니까 '사업=불행'이라는 공식이 나온다는 쓴소리가 돌아온다.

또 그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창업을 활용하는 정부 정책에도 우려를 내비쳤다. 그렇게 해서는 절대 지속가능한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바일 시장은 매력적인 노후대비책

모바일 시장이 뜨자 여기저기서 인력이 부족하다며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 이사는 신규 사업이 늘어나니 이에 맞는 인력을 적시적소에 수급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아이폰, 안드로이드 개발 역사 자체가 짧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웹서버 기술을 갖고 있는 기존 개발자들도 모바일 게임에서 필요로 하는 플래시 기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이폰이 가져다 준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기술자에게도 매력적인 개발 환경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동안의 기술 시스템은 사용자라는 접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흐름을 계속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바일 개발력은 훌륭한 노후대비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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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신 이사는 인터뷰 말미에서 레드필스튜디오의 인력 투자 방침도 덧붙였다.

향후 라인업에 따라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입니다. 필요한 것은 경력이 아니라 모바일에 대한 관심과 자세예요. 역동하는 이 시장에서 피상적인 기술에 대한 지식은 중요하지 않거든요. 레드필은 함께 비전을 나눌 사람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