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무늬는 어린이용, 게임 내용은 '동심파괴'

일반입력 :2011/05/05 14:02    수정: 2011/05/05 17:41

김동현

어린이날이다. 왠지 오늘만큼은 맑고 푸를 것 같으며, 지나가는 아이들이 상전처럼 느껴지기 마련. 이때쯤에는 아이들을 위한 게임부터 놀이, 문화 공연 등 다양한 내용들이 언론에 의해 소개된다. 일일이 찾기 바쁜 부모들을 위한 작은 배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거창함도 노총각이나 노처녀 입장에서는 ‘그냥 쉬는 날’ 또는 잔소리 듣는 날로 인식되기 쉽지만 말이다. “어이구.. 허구한 날 집에서 놀고나 있고.. 엄마친구딸은 시집도 잘가 애가 둘인데..”라는 핀잔에 가슴이 무너지는 분들도 꽤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의 다친 마음을 회복 시켜주기 위한 게임들을 찾아봤다. 일명 어린이동심파괴 게임들이다. 어린이들 위주의 기사로 채워진 5일, 어른들을 위한 게임들은 무엇들이 있을까 살펴보자.

■이상한 나라.. 알고 보면 정말 이상해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월트디즈니에 의해 아름답고 신비롭게 각색됐다. 모자장수는 귀여운 외모와 앙증맞은 시계를, 카드 병정들은 흐물흐물 부드러운 움직임 등을 보여줬다. 이 외 이상한 나라는 ‘이상한’ 이라는 명칭에 맞지 않게 꽤나 단정했다.

이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좀 더 정직하게 바꾼 게임이 있다. 바로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가 그것이다. 2000년도 처음 출시된 이 게임은 그동안 “꿈과 희망이 가득한 EA 세상”을 외치던 일렉트로닉아츠(EA)의 파격적 변신을 엿볼 수 있던 신작이었다.

눈 밑에 다크서클 가득하고 한 손에 식칼을 든 앨리스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야기는 사고로 부모를 잃고 정신 병원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앨리스가 괴팍하게 생긴 체셔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벌어진다.

게임 속 세상은 시종일관 비틀어져 있다. 오죽하면 게임을 즐긴 이용자들 대부분이 “정말 이상하다”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앨리스의 잔인한 식칼 액션과 정말 ‘이상한’ 나라, 그리고 동화로만 알고 있는 여왕들의 끔찍한 행동들은 팀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지금은 다소 구하기 어려운 타이틀이 됐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후속작이 출시되므로 이 게임을 통해 광기 어린 앨리스의 집착을 엿보도록 하자. 후속작은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이고 6월 경 국내 정식 출시를 준비 중이다. 약 10년만의 신작인 이 후속작은 뛰어난 그래픽과 함께 더욱 엽기적으로 변한 ‘이상한’ 나라를 체험할 수 있다.

■귀여운 곰인형의 잔혹한 복수극 ‘너티베어’

또 하나의 동심 파괴 게임은 자극적 소재로 인해 국내 정식 출시가 되지 않은 플레이스테이션3용 액션 게임 ‘너티베어’다. 이 게임 속에는 표정은 다소 어둡지만 귀엽게 생긴 곰 인형이 잔뜩 등장하고 이들은 각종 무기를 이용해 상대방들을 무참하게 살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피가 나오진 않지만 찢어진 틈 사이로 쏟아지는 솜을 보면 왠지 불쌍해 보인다.

게임 내용은 이렇다. 항상 왕따를 당하던 주인공 곰 인형은 친구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다른 곰인형의 생일에 맞춰 선물을 준비한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 곰은 초대 받지 못하고 이에 충격을 받은 곰이 잔혹한 복수를 실행하게 된다.

‘너티베어’ 게임은 귀여운 곰 인형으로 포장돼 있기만 할뿐 사실상은 매우 잔혹한 게임이다. 주인공 곰은 생일에 초대된 곰 인형들을 모두 잔혹하게 죽여야 하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왕따 시킨 생일 맞은 곰인형을 제거해야 한다.

게임 진행 내내 꽤나 현실적인 비명도 들을 수 있고 주인공 곰 인형을 어떻게 조작하는지에 따라 매우 잔인한 연출도 가능하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곰 인형이라서 실이 끊어지거나 찢어지는 등 그리 심각한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멀티플레이도 인상적이다. 생일 케이크를 무사히 살해당하지 않고 배달하는 과정이나 팀을 짜서 상대방 팀을 전멸 시키는 것, 그리고 재료를 모아 곰탕을 만드는 모드도 있다. 아마 개발사인 505게임즈에서는 처음부터 동심파괴가 목적이었지도 모르겠다.

■너희의 우상 슈퍼맨은 닌자보다 약하단다. ‘모탈컴뱃 VS DC유니버스’

마지막 동심파괴 게임은 어린 시절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 났다했던 슈퍼맨이 무능력하게 얻어맞는 게임 ‘모탈컴뱃 VS DC유니버스’다. 사실 슈퍼맨은 설정상 죽는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무적이다. 하지만 이 게임 내에서는 아주 쉽게 저세상으로 가버린다.

지금은 도산한 미드웨이의 유작이 된 이 게임은 ‘페이탈리티’로 잘 알려진 ‘모탈컴뱃’ 시리즈의 주역들과 세상을 너무 많이 구해 표창장으로 집을 도배했을 것 같은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등이 등장하는 DC유니버스 군단이 겨루는 일종의 드림매치 게임이다.

이 게임은 비약적으로 발전된 그래픽과 참신한 시스템을 도입해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아왔다. ‘모탈컴뱃’이라는 프랜차이즈화 ‘마블’과 히어로물 양대산맥인 DC유니버스가 결합했으니 그 시너지도 엄청날 것으로 전망됐긴 때문.

게임 속에서는 배트맨이 리우캉에게 어퍼컷을 날리고 슈퍼맨을 열려서 날려버리는 서브제로 등 다양한 모습이 나온다. 시리즈의 특징인 ‘페이탈리티’도 있지만 아이들의 동심을 위해 그리 잔인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안 죽이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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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얼음장풍을 쓰는 닌자에게 시종일관 허무하게 얻어맞는 DC유니버스 영웅들을 보고 있자면 아이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게임 내에서는 자신들이 믿던 영웅들의 부족한 모습이 나오고 패배하면 허무하게 사망한다.

물론 DC유니버스 영웅들이 이길 수도 있지만 지구를 순식간에 돌고 우주로 로켓을 잡아 던지던 멋진 영웅들이 겨우 닌자 몇명에게 신나게 얻어 터지는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게임을 하는 내내 “사실 산타크로스는 아빠였다”라고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