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처리됐지만…여성-문화부 밥그릇 싸움 여전

일반입력 :2011/05/04 15:52    수정: 2011/05/04 17:51

전하나 기자

셧다운제 처리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던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간 신경전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성부의 청소년보호법(청보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문화부의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법)은 계류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여성부가 발목 잡은 탓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 3월 한선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은 4월 국회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해당법은 게임 과몰입 규제안을 담은 것으로 지난 2월 국회때 수정 의결되면서 삭제 조치 후 다시 발의됐다.

이는 '청보법 내 규정된 인터넷게임 중독 경고문구의 내용 및 표시방법과 실명 및 연령 확인을 위한 기술적 조치 및 친권자 동의 등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게임법에서 정한다'는 법사위 조정안에 따른 것이다.

때문에 해당 게임법은 청보법과 4월 회기 내 병합심사를 거쳤어야 했지만, 의사 일정상 법사위에선 청보법 심사만 진행됐다. 게임법이 당초 20일 하루로 정해졌던 법사위 일정보다 하루 늦게 상임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사위는 4월 회기 내 이틀 더 열리게 됐고, 그럼에도 게임법은 끝내 소위에 오르지 못했다.

문화부는 여성부가 게임법 내 특정조항을 문제 삼은 탓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미 부처간 협의와 법사위 권고에 따라 게임물 내용 평가와 절차에 대한 부분이 정해졌는데 게임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이 청보법에도 담겨 있다는 이유로 여성부가 관련 조항을 뺄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여성부가 규제 권한을 독점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입법조사관실의 검토 사항을 수용한 개정안을 다음 회기때 재상정할 예정이지만, 여성부 주장은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여성부는 할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전문가는 법이란 것은 '어디에 담기로 한다'는 명분과 대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두 부처가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셧다운제로 인해 이미 상당한 규제 주도권을 여성부에 넘겨주고만 문화부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같은 부처간 다툼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법무법인 정진의 이병찬 변호사는 일반법과 특별법 관계도 아닌 두개의 법률이 하나의 내용을 나눠 규정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라며 법률 관할권을 쪼개개는 일은 분쟁의 여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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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보호법에 대한 논리적 모순도 지적됐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청소년보호법은 1항에서 '모든 인터넷 게임 제공을 금지한다'고 규정해놓고, 2항에선 게임물의 범위를 적절한지 평가한다고 해 문헌상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또 3항을 보면 2항에 따른 평가의 방법과 절차만 게임법에서 정한다고 했는데, 제한대상인 게임물에 대해선 정한 적도 없고, 위임하지도 않아 논리상으로 앞뒤가 안맞는다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상기해야 할 점은 이 모든 다툼이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 아래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여성부와 문화부의 논의에서 청소년은 찾아볼 수 없고, 밥그릇 싸움만 보인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