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구글은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기존 시스템보다 도입, 운영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선보였다. '어스 빌더'라 불리는 공개 클라우드 기반 지리공간데이터(geospatial data) 편집, 운영 솔루션 출시를 예고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어스빌더가 기존 GIS업체 기술과 경쟁할 것을 예상한다. 국내 공공시장에 잔뼈가 굵은 GIS업체 ESRI측도 구글 서비스가 흥미롭다고 평가했지만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정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오는 7월 시작될 이 서비스에 국내외 GIS 솔루션 제공사와 사용자들도 관심을 보이지만 구글은 상용화 일정과 가격 등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지 않고 있어 업계 미칠 영향을 점치기 어려운 탓이다.
최규성 한국ESRI 상무는 지난달말 구글 어스 빌더에 대해 국내 포털이 제공하는 일반 지도서비스와 구글 어스빌더가 어떤 차별성을 제공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향후 세부 기능을 확충해 나가겠지만 먼 걸음을 위한 시도로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실용 사례나 라이선스 비용 등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부분을 제외하고 평가할 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얘기다.
물론 국내 포털사가 제공하는 지도서비스와 비교될 수준이라면 상용화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미 구글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도서비스 '구글맵'을 누구나 쓸 수 있게 해놨고 이를 기반한 매시업용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도 제공한다.
그래서 최 상무는 일반인들은 구글 서비스로 지도활용 솔루션을 쉽게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 호감을 보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실질적인 지리정보 관련 업무에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평했다.
전문 솔루션 기업 ESRI 눈으로 보면 구글을 GIS 사업자라 부를만한 수준인지 미심쩍다는 얘기다. 우선 어스빌더가 개념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도 아니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SRI는 이미 구글보다 먼저 클라우드 기반 GIS 구축 서비스를 웹기반으로 제공해왔다.
최 상무는 ESRI는 지난해 7월부터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아크GIS(ArcGIS.com)'라는 지도정보 제작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GIS 단위데이터인 '레이어'를 다루면서 부가기능을 구현한다는 점이 개념적으로 어스 빌더와 닮아보인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아크GIS 사용자들은 온라인 뷰어와 툴을 사용해 지도를 그리고 지역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다. PC나 서버에 어떤 데이터를 두거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는 구글이 어스빌더 서비스에서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는 특징들을 이미 구현했다는 얘기다.
어스빌더가 최대한 사용성을 보장해 아크GIS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할 경우 남는 차이점은 데이터 형식이다.
우선 어스빌더에서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키홀 마크업 언어(KML)' 파일을 데이터 형식으로 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범용 GIS 업체들이 사용하는 형상데이터 'DXF' 파일과 호환되지 않는다. DXF는 ESRI를 포함해 다른 GIS 소프트웨어 개발사나 오토데스크같은 3D 기술업체 솔루션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준다.
최 상무는 KML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기존 GIS서비스나 설치형 솔루션사용하는 기관, 기업, 조직들이 자사 지도데이터 인프라를 이전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기존 솔루션 사용자들은 가격측면과 사용성 측면을 검토해 더 저렴하고 쉽게 쓸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구글은 어스빌더를 소개하면서 낮은 가격과 사용자 학습 부담을 강조했다. GIS 인프라를 구축,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단순히 사용료 부담이 적다는 것보다 큰 이점이 될 수도 있다. 운영효율과 가격경쟁력이 기존 솔루션에 맞설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관련기사
- 구글, 클라우드 GIS 서비스 출시2011.05.02
- 구글어스, 독도는 일본땅?…인터넷 발칵2011.05.02
- 구글, 위성지도에 '스트리트뷰 통합' 강화2011.05.02
- 구글어스, 파노라마 서비스 추가2011.05.02
그러나 모든 솔루션이 새로이 등장할 때 '기존보다 더 쓰기 쉬움'을 강조하는 것은 일반적인 주장이기 때문에 실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ESRI는 아크GIS 서버 플랫폼에서 다루는 데이터를 구글 어스에서 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지난 2009년 구글지도 서비스와 KML 형식을 ESRI 웹서비스와 PC용 클라이언트에서 읽게 해주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구글을 직접적인 경쟁자로 생각지 않는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