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마트TV 활성화, 통신사가 ‘봉인가’

기자수첩입력 :2011/04/07 18:18

정부가 내놓은 스마트TV 활성화 정책을 놓고 업계의 볼멘소리가 높다.

특히 정부가 스마트TV 산업 발전을 위해 내놓은 3대 핵심 과제 중 ‘인프라 구축’을 떠안아야 하는 통신사들의 불만이 가장 크다.

‘스마트TV 세계 시장 선도’라는 미명 아래 통신사는 2012년까지 전국에 100Mbps급의 유선망을, 또 무선에서는 LTE(Long Term Evolution) 구축을 서둘러야 할 판이다. 조 단위의 투자가 따라야 한다.

이는 정부가 스마트TV의 법적 개념이나 범위를 규정하지 않은 채 활성화만을 꾀하다보니 스마트TV 사업자와 상호 윈-윈 관계가 돼야 할 통신사를 희생양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 스마트폰 대응에 실패해 나락으로 떨어진 삼성·LG 등 제조사들을 살리기 위해 또 다시 통신사들을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정부는 ‘세계 최초 무선 초고속인터넷 상용 국가, 차세대 통신장비 시장 선도’란 이름으로 글로벌 시장의 협소성과 중복투자가 예견됐음에도 와이브로 투자를 독려해 왔다. 그 결과 통신사들은 상용화 5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 수천억원을 투자했음에도 가입자는 불과 30여만명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통신사들이 스마트TV의 경쟁매체이자 유사서비스인 IPTV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수년 간 법제화의 길고 긴 쓴맛을 봤음을 감안하면, 이번 스마트TV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책은 대단히 관대하다.

특히 IPTV-스마트TV 사업자 간 네트워크 투자비용 분담의 핵심이 되는 망 중립성 정책이나 콘텐츠-스마트TV 사업자 간 저작권에 대한 규제체계도 마련하지 못한 채 서둘러 추진하는 모양새도 규제 형평성에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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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마트TV 활성화 대책을 놓고 각 산업군에서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정작 정부가 맡아야 할 일은 쏙 빠진 채, 민간이 해야 할 일만 열거해 놓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콘텐츠 제작을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들이 공정경쟁을 할 수 있도록 올바른 규제의 틀을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