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IT 트렌드를 잘 설명해주는 몇가지 단어 중, “Commoditization”이 있다. “Commoditization”은 복잡한 IT 기술이 다양한 사용자에게 소비될 수 있도록, 개인용 컴퓨터처럼 잘게 나눠지기도 하고, 데이터베이스 어플라이언스(Appliance)처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쉽고 빠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묶이기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나 조직의 사용 시나리오에 맞게 IT 기술이 쪼개지기도 하고, 필요시 다시 묶이기도 한다는 양면성을 모두 보여주는 단어이다.
2010년 유행하기 시작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률 증가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데스크톱 컴퓨터 활용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인용 컴퓨터는 자리에 앉아서 사용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데스크톱, 이동성을 보장해야 하는 사용자에게는 노트북을 권장했다. 이러한 기계 기반의 분류는 이동성에 대한 중요도 여부, 업무의 다양성 여부와 같이, 제각각 다른 환경 및 업무 직군으로부터 요구되는 시나리오에 적절한 데스크톱 환경을 제공하기에는 다소 모자란 감이 있다.
결국 지금까지 근로자 수가 늘어날수록 데스크톱 구입비용은 증가하고, 환경 변화에 따른 유연성 과 기민성을 가져가기에는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IT가 비즈니스와 발을 잘 맞추고 나갈 때, 비로소 IT 부서의 진정한 의미가 인정되고, 부여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데스크톱의 “Commoditization”이다.
만약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쓰길 원한다면 어떤 기술이 가장 좋을까? 사용자가 자신이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들을 어디서나 손쉽게 쓰길 원한다면? 더 나아가 자신의 데스크톱을 서비스와 같이 필요시 웹 브라우저나 모바일 장치를 통해 접근하길 원한다면?
데이터 정도는 이동식 USB 장치에 저장하여 다니라고 권유할 수 있지만, 업무에 사용되는 기간계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프로그램 모듈만 복사해서 가지고 다닌다고, 아무 컴퓨터에서나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운영체제(OS)에 설치된 응용 프로그램은 OS의 각종 설정 및 파일에 의존을 하고 있는 구조이기에, 응용 프로그램의 이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직접 데스크톱에 설치하는 것보다 어렵다.
결국 데스크톱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바뀔 시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데스크톱이라는 낱말을 지금까지 하드웨어, OS, 응용 프로그램, 데이터를 일체화한 것으로 여겨왔지만, 이제 데스크톱은 이 4가지 요소를 기술로서 분리해서 다뤄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미 하드웨어에 대한 분리 기술로 서버 가상화 기반의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을 이야기한다. VDI 기반 데스크톱은 큰 대형 서버에 다수의 클라이언트 운영 체제를 설치하여, 사용자에게 서비스하는 형태다. 사용자는 접속 클라이언트 시스템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자신의 데스크톱을 이용할 수 있다. 국내의 한 대기업은 신입 사원에게 새로운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이미 작년에 계획 또는 구성 완료된 사설 클라우드 – Private Cloud)내에 개인용 컴퓨터를 새롭게 생성하고, 사용자에게 접속하는 형태를 제공한다. 당연히 접속시 사용하는 디바이스는 사양이 높지 않은 넷북이나 태블릿, 심지어는 스마트폰에서까지도 접근이 가능하다.
OS까지 제공하는 형태가 되었다면, IT 관리자의 차후 고민은 응용 프로그램 쪽으로 흘러간다. 보다 빠르고 쉽게 OS, 하드웨어를 서비스할 수 있게 되었기에, 해당 OS에서 사용할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제공 방안이 기존의 설치를 제공하는 방안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모든 사용자에게 매뉴얼을 제공하고 프로그램 설치를 권장할 수 있는 경우도 극히 드물고, 그렇다고 조직내 OS 마스터 이미지를 활용하여 사용하자니, 마스터 이미지에 대한 관리 방안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결국 OS와 응용 프로그램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활용 이슈는 클라이언트를 넘어, 이제 서버에 사용되는 응용 프로그램까지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로 발전해가고 있다.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 한가지 공통적으로 고민해야 할 사항이 있다. 앞선 OS와 하드웨어에 대한 부분에도 연관된 주제다. 바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때, 컴퓨팅 성능을 어디에서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쉽게 설명하면,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자의 OS에 제공할 때, 응용 프로그램의 실행 위치가 어디냐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실제 사용자의 데스크톱에서 구동된다면 클라이언트 하드웨어를 사용할 것이다. 반대로 서버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구동하고, 사용자의 데스크톱 화면에 그 화면만을 보여줘, 마치 클라이언트 하드웨어에서 동작하는 것과 같이 만들 수도 있다. 이미 시장엔 이에 해당하는 각 기술들을 다양한 벤더에서 제공한다. 클라이언트 하드웨어 성능이 낮은 구형 디바이스나, 태블릿,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모든 컴퓨팅 성능을 서비스 제공 입장, 다시 말해 서버에서 제공하길 원할 것이며, 클라이언트 하드웨어 성능이 높은 경우, 직접 실행하는 것을 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경험적인 측면으로 고민해야 한다. 아직까지 서비스형태로 제공되는 모든 데스크톱이 실제 물리적인 데스크톱의 영역을 다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던 부분이 많았다.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씬 클라이언트(Thin Client)의 경우 멀티미디어와 같은 비디오, 오디오, 게임 등을 이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버에선 높은 수준의 그래픽 처리를 하기 어려웠고, 이 처리가 되더라도, 클라이언트까지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고민은 항상 기술로 해결이 되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RemoteFX, 시트릭스의 경우 HDX3D라는 기술을 통해 서버의 그래픽 장치를 VDI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사용자의 경험을 물리적인 서버와 거의 동일하게 느끼게 한다. 이제는 원격 환경에서 네트워크 대역폭만 보장된다면, 하드웨어 가속 기반의 게임까지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해당 기술을 시연할 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스타크래프트되나요?”였으니, 사용자 경험에 만족하는 사용자의 데스크톱 시각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다.
차세대 데스크톱이라는 주제로 공개 세미나나, 기업 방문 세미나를 해보면, 담당자 분들은 정답을 하나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여러 시나리오를 다 만족하려면, 도대체 어떤 제품이나 기술을 도입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이에 해당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데스크톱을 이제 하나로 보지 않고, 하드웨어, OS, 응용 프로그램, 데이터라는 4가지 요소, 그리고 이 4가지 요소에 대해 사용 주체가 클라이언트 하드웨어 기반인지, 서버에서 구동되고 사용자는 화면만 제공할 것인지라는 2가지 서비스 방안으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비약하자면 대략 8개의 기술이 존재하고, 조직내 근로자의 업무 형태에 따라서 이 8개의 기술을 각기 배치 혹은 조합하여 최상의 데스크톱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기획 단계에서 생각을 요구하는 사항은 늘어났지만, 데스크톱에 대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정립한 후, 몇 년이 유연하고, 기민하게 IT가 지속될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IT 전문가들이 조직내 단순한 PC 트러블슈팅이나 설치 작업보다는 더욱 가치있는 일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하고, 때론 잘게 쪼개지고, 다시 뭉쳐짐과 동시에, 연결되어 간다.점차 사용자가 요구하는 데스크톱의 형태는 복잡해질 것이며, 이러한 요구 사항은 그저 컴퓨터 전체가 아닌, 조그마한 조각 하나하나 단위로 세분화될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환경에 옛날 방식의 데스크톱을 고집하는 것은 IT가 비즈니스와 잘 융화되지 못하는 작은 예이다. 여러분과 같은 IT 전문가들에게, 오늘 당장 1천명의 직원에게 업그레이드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시한 윗분이 계신다고 생각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떡여질 수 있다. IT가 변해가는 것처럼 데스크톱 환경도 바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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