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9 '먹통 현상' 발생…이유는?

일반입력 :2011/03/19 09:45    수정: 2011/03/20 12:53

인터넷 익스플로러(IE) 9 최종 버전에서 특정 액티브X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쓸 수 없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호환성 이슈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IE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액티브X 모듈을 개발한 솔루션 업체들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산 웹리포팅 솔루션 업체 캡소프트가 지난 17일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IE 9 최종(RTM) 버전에서 액티브X가 특정 동작을 실행할 때 브라우저 프로그램이 멎어버린다. 이는 최종평가판(RC)에서 생기지 않았던 현상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해당 문제는 비주얼베이직(VB) 6.0으로 만든 액티브X 프로그램이 팝업의 일종인 '모달'창을 띄울 때 생긴다. 모달창은 자신을 띄운 화면 뒤로 숨지 않는 팝업창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캡소프트 관계자는 이는 국내서 아직까지 많이 사용되고 있는 VB6.0과의 호환성에 큰 영향을 주는 사항이라며 RC 버전에서 RTM으로 넘어가면서 바뀐 규격에 대한 문서가 부실한 상태라 다른 국내 사이트에서도 같은 오류가 발생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캡소프트측은 액티브X 방식으로 동작하는 자사 웹리포팅 제품을 국내 은행권과 보험사에 공급중이다. 주요 제품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IE 브라우저에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한국MS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논의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RC 버전에서 없었던 문제가 완성 단계인 RTM 버전에서 나타난 것이라 대응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IE 9 RC 버전은 공개되기 전에 테스트할 기회가 있었지만 RTM 버전은 외부 개발사들이 접할 기회가 없이 곧바로 일반 사용자들에게 배포됐기 때문이다.

■한국MS·캡소프트 문제 파악, 해결중

한국MS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캡소프트와 논의중이다. 별도의 패치나 업데이트를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캡소프트측이 자사 솔루션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캡소프트가 사용했다고 밝힌 VB6.0 버전은 지난 2008년 MS측의 기술지원이 공식적으로 끝난 상태다. 지금은 MS가 아닌 외부 개발자와 솔루션 업체들이 기존 VB6.0 기반 소스코드에 대한 유지보수만 이뤄지고 있다.

즉 현재 널리 쓰이는 기술이라 해도 공식적인 지원이 끝난 만큼, 안정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윈도XP 사용자가 여전히 많지만 보안 업데이트 지원이 끝나기 전에 사용자들이 차기 운영체제(OS)로 바꾸는 것이 안전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현재 IE 6 버전이 보안과 웹표준 호환성을 이유로 퇴출되는 추세인 것도 마찬가지다.

VB6.0 같은 구버전에 기반한 솔루션을 쓰는 사용자들이 해당 제품을 유지보수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는 또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캡소프트측도 새로운 액티브X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비주얼C++'를 쓰는 등, 신규 제품을 개발할 경우에는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사실 기존 프로그램과의 충돌 현상은 IE가 새로 나올 때마다 거론된 문제다. MS는 국가별 실정에 맞춰 최대한 기존 인터넷 서비스들과 호환성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앞서 지난 16일에도 보안업체 파수닷컴의 디지털저작권관리(DRM) 등 일부 프로그램이 IE9와 충돌해 브라우저 작동을 멈추는 현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프로그램을 제거하면 IE9는 정상 작동한다.

일각에서는 파수DRM과 충돌을 일으키는 현상을 IE9 브라우저의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1위 보안솔루션 기업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새로운 IE 버전이 나올 때마다 자사 모든 제품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풀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브라우저에 맞춰 DRM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당연한 순서라는 입장이다.

■파수닷컴 DRM, 아직 IE9 미지원 한국MS 미리 얘기 했잖아

비유를 하자면 IE가 '자동차'라고 할 때 액티브X 관련 제품은 '내비게이션'이나 '리모콘 열쇠' 쯤에 해당한다. 새로 나온 자동차에 맞는 내비게이션이나 잠금장치가 제공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 문제는 이제 막 불거졌고 이에 대한 양사 입장도 엇갈린다. 오류 발생 원인에 기술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는 모양새다.

한국MS 관계자는 한국MS는 IE9를 공개하기에 앞서 지난해 6월부터 해당 문제를 파악한 상태였다며 MS R&D 차원에서도 파수닷컴측에 몇차례 이를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이미 수차례 얘기했다는 것이다.

카페 게시판이나 블로그를 통해 이를 경험한 일반 사용자들도 IE 9 베타 버전부터 있었던 문제가 아직도 안 고쳐졌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파수닷컴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IE9 최종 버전이 나오고 2일 후에야 한국MS 측에서 받은 것이라며 이전에 MS측에서 알려온 것과는 다른 사안이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나온 문제들에 대해 손을 놓고 있던 게 아니라는 항변이다.

파수닷컴측은 최근 보도를 통해 관련 사항을 확인해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충돌 현상을 재현하거나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회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새 IE 버전이 나오면 제품군 전체가 이를 제대로 지원하기까지 1개월정도 걸린다며 이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중이고, 사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기업과 일반사용자들로부터 이번 문제에 대한 불만을 접수한 바 없다는 게 회사측 입장이다. 그러나 파수DRM 솔루션을 사용하는 단체는 정부 기관과 기업 등 수백여곳에 이른다. 이들 사이트에 접속해 파수DRM을 설치해야 하는 일반 사용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