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요? 국내 주요 포털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9일 판교벤처밸리 카카오 사무실에서 만난 이확영 카카오 기술담당이사(CTO)는 카카오의 개발자들에 대해 “벤처다 보니 연봉은 좀 낮겠지만 목표를 가지고 재미있게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실력도 최고다”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이확영 CTO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마찬가지로 NHN 출신이다. 한게임에서 웹개발을 담당했으며, NHN재팬에서는 개발자 전체를 총괄했다.
최근 이 CTO를 비롯한 개발자들이 더욱 바빠졌다. 지난달 스마트폰용 무료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카카오톡의 100가지 기능개선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블랙베리나 바다플랫폼용 카카오톡에서부터 음성쪽지, 지도상 위치공유, 대용량 파일 전송 등 해야 할 일이 쌓였다.
“재미있습니다. 물론 할 일은 많지만 개발자로서 트래픽이 이 정도로 나오는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죠. 이용자들이 하나하나 지적해 주는 사항을 고쳐가는 것도 도전의식을 불태웁니다.”
■서비스 안정화 위한 시스템 확충 ‘전념’
지금 이 CTO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카카오톡의 시스템 구조다.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일수록 매일 오고가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사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서비스를 만드는 것 자체는 쉽습니다. 문제는 사용량 증가죠. 몇 천만 명, 몇 억 명이 안정적으로 쓰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은 약간 다른 차원의 기술입니다. 지금 분산파일시스템, 서버 확충에 최적화된 구조 등 다양한 방안을 스터디 중입니다.”
카카오톡은 하루에 1억7천만건의 메시지, 한 주에 2~3 테라바이트 정도의 엄청난 데이터가 오고 간다. 때문에 카카오는 총 300대의 서버를 카카오톡 운영에 투입했다.
그래도 아직 멀었단다. 이 CTO는 아직까지 개인적 기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개발자의 욕심과 완벽주의자의 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트래픽은 ‘순간’이 중요합니다. 1초라는 짧은 시간에 사용자가 폭증하더라도 메시지가 원활하게 왔다 갔다 해야죠. 현재 카카오톡은 피크타임에 초당 4천건 이상의 메시지가 전송됩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에 피크타임 메시지 전송건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겠죠. 목표는 초당 몇 만건 이상 수준의 메시지를 처리하는 겁니다.”
■서비스 지적은 OK, 루머는 억울해
카카오톡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기억을 물었다. ‘야근’이라는 답을 기대했으나, 정작 이 CTO의 답은 의외였다.
“카카오톡의 이용자가 늘면서 루머도 늘었습니다. 트위터나 언론에서도 부정적 이미지로 비춰지는 경우도 있고요. 저희 쪽 실수가 발단이 돼서 벌어진 일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말 루머입니다. 고생고생해서 개발한 앱인데,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질 때는 많이 속상하죠.”
카카오톡에 관한 대표적인 루머는 ‘개인정보를 팔려고 한다’, ‘네트워크 패킷이 공개됐다’, ‘해킹에 취약하다’ 등이다. 개인정보를 판다는 소문은 지난해 10월 일어난 카카오톡 약관변경 논란이 발단이다. 당시 카카오톡은 사전공지 없이 개인정보수집 약관을 변경해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다.
해당 약관은 개인정보 추가 수집에 동의한 회원에 한해 실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이메일 주소 등을 수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유료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는 휴대폰 결제 시 이동전화번호, 통신사, 결제승인번호 등 신용카드 결제 시 카드사명, 카드번호 등을 수집할 수 있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지난해 12월 도입한 KT기프티쇼 때문이었다.
이 CTO는 당시 상황에 대해 “미숙했다”며 실수임을 인정했다. 애플 앱스토어 승인에 걸리는 시일을 잘못 계산해 벌어진 실수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당시 안드로이드마켓에서는 제대로 약관변경 내용을 사전 고지하고 동의를 받았다.
네트워크 패킷이 공개됐기 때문에 메시지가 줄줄 샌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3G망은 별도의 암호화 작업 없이 전송되지만, 데이터망 자체가 암호화된 망이기 때문에 패킷 오픈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와이파이(Wi-Fi)망은 공개된 망이기 때문에 모든 패킷을 암호화해서 내보낸다.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주는 것은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하나 그것을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재미나 즐거움을 느낄 때가 많죠. 그러나 루머는 다릅니다. 악의적인 소문이 돌 때는 저희 모두 기운이 쭉 빠져버리죠.”
■카카오, 도전하는 사람에 열려있다
“모범생보다는 이 일을 천직으로 알고 개발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한 마디로 해커스타일이 좋죠.”
카카오톡이 원하는 인재는 한마디로 ‘멀티플레이어’다. 한 사람이 한 가지 일밖에 못하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는 깨어있는 인재를 원한다.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실력 있는 개발자 위주로 뽑다보니 평균 경력이 7, 8년이다. 현재 카카오에는 디자인, 기획까지 포함해서 총 15명의 개발자가 있다.
일반적으로 IT업계 개발자들은 3D 직종으로 알려졌지만, 카카오는 개발자 대우가 비교적 좋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절대 연봉이 낮으니 스톡옵션을 주고, 5년 일하면 3개월 유급휴가를 주는 등 사내 복지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이 CTO는 “개발자의 70%는 잘 되고 있는 핵심 서비스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신 성장동력 개발에 투입한다”며 “일단은 최대한 뛰어난 인재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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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모집 과정에서 느낀 아쉬운 점도 토로했다. 도전적, 창의적인 일을 할 기회는 벤처기업에 더 많은데 다들 대기업에 목을 맨다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다. 이공계 기피현상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공대에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갔는데, 요새는 전부 의대나 치대, 법대를 가는 것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대기업을 선호하고 말이죠. 사실은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벤처에 더 많은데…. 앞으로 저희 같은 벤처가 성공해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좋은 인재들이 선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