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계 디지털 디바이스 시장을 장악한 스티브 잡스도 한때는 쫓겨난 신세였다. 지난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손잡고 애플 컴퓨터를 설립했지만, 독선적 경영스타일로 1985년 애플을 떠나야했다.
CEO 자리에서 쫓겨난 잡스는 조지 루카스 감독으로부터 픽사 애니메이션을 인수했다. 잘 알려진 대로 이후 픽사는 ‘토이스토리’로 단숨에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로 뛰어올랐다. ‘인크레더블’,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등 쟁쟁한 장편 애니메이션도 내놨다. 현재 픽사는 디즈니에 인수된 상태다.
스티브 잡스와 유사한 사례가 한국에도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NHN과의 관계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 2000년 서울대 공대 86학번 동기, 삼성SDS 입사 동기였던 이해진 현 NHN 이사회 의장과 함께 NHN을 공동 설립했다. 그러나 7년 반만인 지난 2007년 8월, 김 의장은 NHN을 떠났다. 그의 사퇴를 놓고 내부 갈등설이 힘을 얻었다.
그는 이후 아이위랩(현 카카오)을 인수했다. 몇 년간은 고전했지만, 스마트폰 출시에 발맞춰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개척했다.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카카오톡’으로 이른바 ‘대박’을 냈다.
잡스는 애플로 돌아갔지만, 김 의장은 새로운 경쟁에 직면했다. 자신이 떠나온 NHN과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다시 한 번 격돌한다. NHN은 지난 16일 ‘네이버톡’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하며 ‘카카오톡’에 도전장을 던졌다.
■카카오톡, 시장수성 전략? ‘이용자 만족’
상황은 과거와 달라졌다. 적어도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는 그렇다. NHN 네이버는 여전히 1위 포털사업자이자 강력한 경쟁자지만, 이제는 NHN이 따라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톡’으로 홈런을 쳤다면, 네이버는 이제 막 타석에 들어선 셈이다.
현재 ‘카카오톡’은 700만 이용자를 확보한 명실 공히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1위 서비스다. 지난해 12월부터 KT 기프티쇼를 도입하며 수익모델 부재에 대한 불안도 떨쳐버렸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성적도 좋다.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4개국 앱스토어 무료차트 1위에 오르는가 하면, 홍콩과 마카오 앱스토어서도 소셜네트워크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다. 이미 사용자의 10% 이상이 해외 사용자다.
‘카카오톡’의 시장수성 전략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이용자 만족이다. 현재도 급증하는 사용자를 감당하기 위해 서버 등 인프라에 지속 투자하는 등 서비스 안정화, 고도화에 주력 중이다.
이를 위해 이제범 카카오 대표는 지난 10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주최한 벤처기업 경영인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좋은 아이디어로 서비스를 내놨지만, 갑자기 사용자가 몰리는 바람에 서버가 불안해지거나 회원가입을 감당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업체가 많다”며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형태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면 모바일 벤처기업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네이버톡과 격돌…1라운드선 '판정승'
일단 NHN과의 첫 번째 격돌에서는 김범수 의장이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톡’은 출시 하루 만에 각종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로그인 오류, 느린 속도, 그룹대화 미지원 등이 불만 사항으로 꼽힌다.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무료 3위까지 올라가며 이용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몇 차례 벌어진 접속오류로 그만큼 ‘안티팬’도 늘었다.
NHN이 인터넷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임에도 ‘카카오톡’, ‘마이피플’, ‘왓츠앱’ 등 기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서비스를 내놓은 것도 비판 대상이다. 같은 후발주자인 ‘마이피플’은 모바일 무료통화(m-VoIP)를 도입하며 차별화에 나섰지만, ‘네이버톡’은 블로그, 미투데이 등 네이버의 서비스를 묶어놓은 것 외에는 별다른 혁신이 없다는 목소리다.
다만, 아직까지는 베타서비스인만큼 개선의 여지는 있다. 현재 NHN에서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니터링하며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주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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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메신저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만큼, 향후 김범수 의장의 ‘카카오톡’에는 지금보다 더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이제범 카카오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불편 없이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상반기에 안정성 작업, 보안성 강화 등 서비스 업데이트를 준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