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 동안 국내 금융IT에서 핵심 이슈였던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1금융권 대형 금융회사들이 대부분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국민, 신한 등 차세대 사업을 마무리한 은행들의 경우 새로운 시스템과 데이터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업과 IT의 역량 강화, 조직 정비 등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프로젝트 착수가 늦어졌던 대구, 부산, 전북 등 지방은행과 신한카드 등이 사업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2000년대 초·중반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던 IBK기업, 산업, 우리은행 등은 포스트(post) 차세대 사업의 필요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아키텍처의 진화 및 인프라 개선, 데이터 활용의 고도화 등 이슈를 수용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금융업계의 차세대시스템은 ▲소셜 분석(social analytics) ▲모빌리티 ▲IT거버넌스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술적, 조직적 이슈를 안고 있다.
■소셜 분석과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3.0
소셜 분석은 데이터 활용의 고도화를 위한 접근이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중점을 뒀으나, 앞으로는 미래 예측(predict)을 강조하는 BI 3.0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기존에 활용하던 여·수신 등 정형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와 블로그 등 외부에서 생성된 비정형 데이터 그리고 멀티미디어 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런 목적을 위해 소셜 분석 접근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BI 3.0은 ‘현업과 동기화된 BI’라는 이슈를 제기한다. 국내 대형 금융회사들의 BI 시스템은 차세대시스템 등 IT의 주도에 의해 구축됐고, 실제 현업들의 활용이라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데이터의 수집과 일차적인 가공은 이루어졌지만 경영 목표를 위해 다양하고 고도화된 활용 방법을 만들어내는 내재화가 부족한 상태다.
기존 BI는 IT 주도로 많은 예산과 인력 등 자원을 투입해 장기간에 걸쳐 구축해도 실제로는 현업 활용도가 매우 낮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내재화의 문제다. 즉,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와 일치하지 않아 발생한 현상으로 평가된다.
BI를 구축해도 그 효과는 일시적일뿐, 현업들이 비즈니스와 업무 현장에서 매일매일 부딪히는, 변화하는 요건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한계 때문엔 현업 인력들은 BI 데이터를 다시 한번 엑셀로 가공해 사용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고객이 BI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역동성(dynamism)이 부족했던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BI가 제공하는 데이터 자체의 신뢰성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제기되곤 했다.
BI의 관심 분야가 리스크와 성과, CRM이라고 했을 때 BI 3.0의 초기 수요는 CRM 분야에서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판매 예상이나 전망 등 마케팅 측면에서 SNS의 활용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BI 분야에서 SNS를 통한 접근과 분석 툴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업들의 정보 활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업부서에 정보 가공 전문가(specialist)를 배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보의 활용을 IT부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업 부서들이 정보 활용의 주도권과 오너십을 갖되, IT의 배경을 갖춘 인력이 데이터의 활용에 필요한 추가 작업을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모바일 혁명과 상황 인식 컴퓨팅(CAC)의 대두
올해 주요 금융회사의 IT 예산은 소폭 감소했거나 현상유지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투자예산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차세대시스템 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예산에서 BI 관련 예산의 비중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모바일 혁명’은 올해 더욱 파장이 커지고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기술은 개인 사용자의 단말기와 정보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업들의 업무 환경을 근원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올해는 그러한 변화가 가시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모바일오피스, 스마트워킹 등이 이러한 변화의 단초를 나타내는 용어들이다. 금융회사들도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CAC(Context Awareness Computing)는 모바일 기술로 인해 기업 임·직원들의 업무환경이 변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기업의 각종 정보를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주입되는 형태였지만 앞으로는 정보를 활용하는 사람의 상황과 위치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과거 관심을 모았던 환경 스캐닝(Environment Scanning)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으로, 올해 기업IT 환경에서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고 방향성 정립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PC, IPTV 등 스마트TV 등도 관심을 모으는 이슈들이다.
올해부터 IT 인력들의 역량 제고는 금융 분야의 중요한 이슈로 대두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금융IT의 성과를 전반적인 프로젝트 결과 등으로 평가했지만, 앞으로는 개인별 기여도에 따른 가치 평가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IT가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목표와의 동기화를 요구하고 이를 추진할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IT 역량의 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IT거버넌스의 핵심 이슈는 ‘인력’
사실 세계적으로 금융IT 인력의 주축이 40대로 바뀐 상태이다. 오랜 경험과 원숙미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변신이라는 점에서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의 해결이 IT거버넌스를 포함해 금융IT 전반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IT거버넌스의 핵심 이슈는 IT인력의 역량 강화로 모아지는 추세다. IT인력의 역량 강화는 상시적인 이슈였지만 구두선에 그치고, 서류 차원의 문제 제기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금융회사들의 인력 양성 및 교육 프로그램과 전략의 현실성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인력 양성의 방향도 과거처럼 단순히 기술적 스킬을 강화하는 차원을 탈피,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업무 관련 지식 등 보다 현업의 관점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우 대형 금융회사와 공기업들의 IDC 이전 등이 가시화되면서 시장이 탄력을 얻고 있다. 설비 이전은 기존 시설과 장비의 정비라는 문제도 함께 제기한다. IDC를 자체 운영할 것인지, 아웃소싱에 맡길 것인지 등 해묵은 이슈가 금융지주회사의 조직 구조 문제와 맞물려 새로운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극 도입하는 데에는 몇 가지 장애요인이 남아있다. 즉, 국내 금융회사들은 시스템 박스나 애플리케이션, 인력체계 등이 거의 안정화된 상태다. 2천년대 들어 대규모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장기간에 걸쳐 수행한 결과다.
즉, 투자 여력이나 IT 운용 인프라 측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새로운 투자에 나설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존재 근거로 제시하는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의 개념으로는 국내 금융업계를 쉽게 공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투자 여력이 문제
반면 미국과 일본 등은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넉넉한 편이다. 2천년대 내내 경기 여건이 그다지 좋지 못했고 여기에 IT투자 무용론이 힘을 얻으면서 금융회사 등 대형 기업들이 IT투자에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런 여건에서 오히려 클라우드 컴퓨팅 투자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국가의 전략적 차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에 접근하고 있다. 구글 등 민간 기업을 통해서 IT자산의 전략적 중요성을 확대 강화하고 이를 전세계에 서비스하는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정부가 경기 진작에 나서는 전략 아이템의 하나이며 또한 이를 통해 산업과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무기로 평가된다. 전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이 90%가 미국에서 발생하는 것은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 이후 대형 이슈가 없었던 IT업계에서 미국은 선택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기술력을 집중 축적해왔고 최근에는 상용 서비스가 가능해질 정도로 서비스의 완숙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전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렇게 장악할 경우 국가간 정보 주권의 이슈도 필연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올해는 TCO 이슈가 다시 한번 뜨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의 대결구도도 여전히 현재진행형 이슈이지만, DBMS와 특정 서버의 결합으로 가격대성능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오라클이 썬의 서버와 결합해 성능을 2배 이상 향상시키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 것도 그러한 사례의 하나이다. DB어플라이언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오라클의 이런 시도는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부 지방은행을 제외하면 제1 금융권 대형회사들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대개 마무리됐지만 2,3 금융권 후발주자들의 차세대 사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들 금융회사는 IT 예산 규모는 작지만 업무 범위는 그만큼 협소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들 후발주자들의 차세대 사업을 가장 합리적인 예산과 비용, 인력으로 수행할 수 있는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참조모델,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한 접근 방식이 올해 시장에서 본격적인 검증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