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에이테크모코리아, THQ코리아 등 잇따른 지사 철수로 위기설이 감돈 국내 콘솔 게임 산업이 이번에 한글화 타이틀 축소로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가중 시키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출시가 예정된 다수의 타이틀 중 한글화가 취소됐으며, 다중 플랫폼 출시 여부도 단일 플랫폼으로 변경되는 등 산업 축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사 관계자는 “상반기 예정됐던 한글화 타이틀을 거의 대부분 취소했다”며 “한글화에 대한 비용 부담도 크고 무엇보다 소비가 축소된 것이 크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글화가 취소된 타이틀은 상반기에만 6~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3월부터 6월 사이 출시가 예정된 타이틀이 약 20개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이 같은 한글화 취소는 갈수록 부담이 커지는 국내 콘솔 산업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에 다양한 대작들이 쏟아졌음에도 판매량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가장 큰 문제는 한글화 여부가 타이틀 판매량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유통사 관계자는 “한글화를 해달라는 이용자들의 요구는 잘 알지만 막상 한글화를 추진해도 실제 판매량은 큰 차이가 없다”며 “무리해서 한글화를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한글화 다중 플랫폼으로 출시된 B타이틀은 전체 수량의 절반조차 팔리지 않는 수모를 겪었다. 이는 A타이틀도 마찬가지. 유통사에서는 내심 더 많은 판매량을 기대했지만 전체 판매량은 꽤나 초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국내 유통사들은 ‘정말 될’ 타이틀이 아니면 한글화를 하지 않는 형태로 노선을 변경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타이틀은 출시 여부로만 만족하는 분위기다.
심의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다중 플랫폼 게임들도 단일 플랫폼 출시로 변경되고 있다. 상반기 국내 출시된 타이틀 중 12개 중 4개의 타이틀은 한 개의 플랫폼으로만 출시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입장은 ‘난감’ 그 자체다. 갈수록 줄어드는 한글화 타이틀과 플랫폼 제한으로 인해 구매에 대한 여러 불편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용자들은 중고 거래 및 불법 개조 등의 여파로 인한 문제가 콘솔 시장의 하락세를 이끄는 주요 원인처럼 보이는 것도 불쾌한 부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명 게임 커뮤니티 루리웹의 한 회원은 “꼭 비한글화의 요인을 이용자들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며 “우리는 소비자이고, 소비자의 권리에 충실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용자가 산업을 생각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 이는 당연한 논리다.
게임 업체 전문가들은 콘솔 업체와 이용자들의 줄다리기는 의미 없는 소모전이라고 지적했다. 게임동아 김형근 기자는 “국내 콘솔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불법 복제나 중고 거래에 대한 여러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지만 그 전에 시장 자체를 성숙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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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콘솔 게임의 대중성 강화는 이 산업에서 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게임 전문가들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시행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제도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콘솔 산업 자체를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야 필요성이 있다”며 “대중화가 이루어지면 한글화부터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