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게임 거래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차이

일반입력 :2010/12/16 10:15

김동현

“중고 게임을 구매하는 행동은 잘못된 일이다?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면 이성적으로 답변하면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비싼 타이틀 싸게 사는 건 잘한 일 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답변하기 마련이다.

본지에서 지난 달 3일 출고된 ‘마니아들에 의해 목 졸려지는 게임 산업’에서는 비디오 게임 시장의 불법 복제 문제의 심각성과 중고 게임이 개발사 및 유통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다뤘다.

이용자들이 해당 기사에서 가장 많은 의문을 제시한 부분은 ‘중고 게임 구입이 왜 문제인지’였다. 중고 게임 구입이나 거래는 불법도 아닐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권리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고 게임 구입해 떳떳하게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를 불법 복제를 사용하는 ‘복돌이’(불법 이용자를 뜻하는 은어)로 취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중고 게임 구입, 잘못된 일인가?

쉬운 문제부터 풀어보자. 중고 게임 구입은 잘못된 일일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중고 게임 구입이나 거래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합법으로 보고 있다. 게임 타이틀의 수정이나 소스 배포, CD키 노출 등은 불법이지만 타이틀의 거래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소매상에서 중고 거래를 해주거나 중고 게임 거래 사이트도 합법이다. 소매상에서 중고 게임 거래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중고 거래 이후 금전적인 이득을 세금으로 환원하지 않는 경우뿐이다. 소득을 신고하면 이 행동 역시 문제가 되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게임이 아닌 제품들에서는 어떨까. 이 부분도 모두 합법이다. 한마디로 영상이나 게임의 소스, 또는 제품 해킹 등을 이용해 관련 자료나 저작권 요소를 무단으로 유출해서 사이트에 공유하거나 이를 이용해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는 일만 아니라면 괜찮다.

■합법인데 중고 게임 거래나 구입에 딴지는 웬 말?

그렇다면 사실 중고 게임 거래나 구입에 대해 비판해야 할 일도 비난해야 할 일도 아닐 수 있다. 이용자 즉 순수하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말이다. 오히려 불법 복제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처벌될 수 있는 법적인 제도 강화가 더 시급한 문제다.

하지만 개발사 입장에서 중고 게임 거래는 골치 아픈 존재다. 쉽게 풀어서 게임 타이틀을 100명이 즐겼지만 타이틀 판매는 10개만 됐다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여기서 나오는 90개의 수익은 중고 거래자나 소매상에게 돌아간다. 월래 이 부분은 개발사의 몫이다.

개발사가 이용자들에게 신품 구매를 하도록 유도하고 가능하면 중고 거래를 하지 않도록 하려고 하는 이유는 이 행동이 합법이지만 자신들의 수익이 전혀 엉뚱한 곳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비디오 게임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평균 5십억 원에서 1백억 원 사이가 든다. 요즘 나오는 대작 타이틀의 경우는 5백억 원이 넘게 드는 일도 있다. 개발사가 그만큼의 비용을 들였지만 돌아오는 이득이 그보다 작다면 이 일을 해야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에 비해 중고 거래를 도와주는 사이트나 소매상은 개발도 전혀 하지 않고 그 어떤 마케팅도 도와주지 않으면서도 개발사의 수익을 상당 수 가지고 간다. 물론 소득 신고만 잘한다면 조건에서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 부분은 문제가 된다.

그리고 IT기기들이나 제품들의 중고 거래는 말 그대로 중고 거래이기 때문에 콘텐츠 사업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제품들은 사용한 만큼 그만큼의 가치가 떨어진다. 부품이 노화되고 오랜 시간 사용하면 고장이 나며, A/S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텐츠는 다르다. 콘텐츠의 경우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상하는 것도 아니고 수명이 있긴 하지만 IT기기들보다 몇 십 배 길다. 그러다 보니 중고 게임 거래는 제품의 거래 보다 더 오랜 시간 시장에서 살아남고 꾸준히 수익화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사는 후속작이나 추가적인 게임 개발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수익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지금보다 한층 나아진 게임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이용자들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수익은 줄어들고, 개발비는 올라간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비디오 게임 사업을 진행 중인 한 관계자는 “중고 게임 거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수익이 없다면 개발도 할 수 없다”며 “개발사들 입장에서 어차피 수익이 사라지는 건 중고나 불법 복제나 똑같기 때문에 두 상황을 동일하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 게임 거래,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문제일 뿐

그렇다면 이용자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쉽게 정리한다면 산업의 성장이나 발전을 떠나 자신의 선택에 맡기면 된다. 나는 떳떳하고 누구는 문제라는 것보다는 자신이 억울해 하는 일이 안 생기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몇 명의 선택이나 생각이 바뀐다고 해서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이 온라인 게임 시장처럼 급격히 성장하는 일은 절대 생기지 않는다. 그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다만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은 더 빨리 무너지고 있고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만 알면 된다.

다만 사업화되는 매장 및 사이트 중고 게임 거래는 확실히 막아야 한다. 개인 간의 중고 거래를 연결해준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로 인해 게임 개발사가 얻어야 할 수익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

개발사 역시 마찬가지다. 신품을 구입하는 이용자들이 중고 거래를 하지 않을 정도의 이득을 줄 수 있지 않다면 이용자들의 중고 거래에 대해 비난할 자격이 없다. 어떤 수단과 방법도 제대로 써보지 않고 이용자들의 생각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면 스스로가 시장이 사라지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게임 전문가는 “중고 거래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문제와 동일하다”며 “게임 시장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자나 이용자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에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