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의 기대주로 꼽히는 캐릭터산업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고초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품 캐릭터 '베끼기'가 만성화돼 대부분 영세업체인 캐릭터 업계의 체질이 약해지고 있다. 이에 캐릭터와 관련한 디자인보호법 개선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엽기토끼 마시마로를 만든 최승호 씨엘코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현행법상 마시마로에 모자를 씌우거나 옷 하나만 입혀도 일일이 개별 디자인으로 신청해야 한다며 이러한 사각지대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마시마로를 변형시켜 특허청에 출원을 내고 또 이를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해당 업체에게 법적 제재를 가하려고 해도 국가가 내준 특허증을 내미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며 10년째 100여건의 저작권 소송을 냈지만 제대로 진행된 것은 없다. 법이 바뀔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현행법 가장 큰 문제는 고비용 저효율 노가다식 디자인 출원
최 대표에 따르면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출원주의'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동일 출원인임에도 전체적인 디자인과 부분적인 디자인의 출원순서에 따라 등록 여부가 달라진다.
출원인이 법을 잘 몰라 전체적인 디자인을 먼저 출원하고 부분적인 디자인을 나중에 출원한 경우에는 선출원주의가 적용돼 부분 디자인을 등록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부분적인 디자인을 먼저 출원한 경우에는 부분과 전체 디자인 간 선출원주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체 디자인 출원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업계에선 현실과 동떨어진 법을 하루빨리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제품 전체 디자인을 완성하고 개개의 구성품이 결정되는데 현행 디자인보호법은 창작자의 디자인 개발과정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은 제도란 것이다.
특히 현행법은 하나의 디자인으로 수천 종에 이르는 상품화가 가능한 대표적 원소스 멀티유즈(OSMU) 캐릭터 산업에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하나의 캐릭터를 이용해 생산할 수 있는 무수한 물품들을 일일이 출원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민재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 사무국장은 캐릭터 업체 대부분이 영세하기 때문에 출원과 관련한 법률 비용부담이 상당하다며 상표법, 저작권법 등 인접법의 실효성 없는 중첩 보호가 창작과 산업 활동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나 시급한데 법개정 가로막힌 이유는…
관련법을 관할하는 특허청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해 7월, 캐릭터 디자인업계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키 위해 캐릭터를 디자인 등록대상에 포함시킨 개정법을 국회에 상정했다.
개정법에는 디자인 보호 범위 뿐 아니라 로고, BI, CI, 그래픽 심벌 등 2차원적 물품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등에까지 디자인 보호 대상영역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현재 개정법은 이를 반대하는 세력에 맞부딪쳐 계류 중인 상태다.
대한변리사회 측은 개정안 내용에 생소한 점이 많고 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성이 큰데 비해 사전 연구와 의견수렴 절차가 미흡했다며 유일한 관련 전문가 단체인 대한변리사회에 의견 조회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부터 의문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이에 캐릭터업계도 개정법이 통과되면 디자인 출원 관련 수임 건수가 줄어드는 만큼 수임료 걱정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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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 사무국장은 정당한 권리자가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법개정이 이뤄져도 내년 7월에야 시행되기 때문에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윤내한 특허청 행정사무관은 디자인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는만큼 비용만 많이 들고 권리는 약한 상황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데 합의했다며 일부 반대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미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까지 난 사안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