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오는 4월부로 최고경영자(CEO)를 에릭 슈미트에서 래리 페이지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연초 모바일 부문에 집중할 것을 예고했던 구글의 사업 전략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온라인판은 구글이 임원진을 바꾸는 것이 지난 2001년 에릭 슈미트의 입사 이래 '가장 큰 변화'라고 묘사했다.
블로그에서 에릭 슈미트는 자신이 집행 의장으로서 "고객과 기업간 관계, 파트너십, 거래 등 구글의 대외 협력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며 "세르게이 브린은 공동창립자로서 소셜네트워크 기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역할 변경은 구글의 관리 구조를 단순화하고 의사 결정을 빠르게 내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래리 페이지 리더십 아래 구글이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는 확실치 않다. 일단 업계는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구글 공동창립자로써 개발과 운영을 분담한 벤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는 모습이다.
영국 온라인 IT미디어 더레지스터는 페이지가 CEO를 맡을 것이란 사실에 대해, 웹 중심의 '기술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되돌려놓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평했다. 벤처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과 모험적인 전략 성향을 되살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뒤집어보면 슈미트 CEO 체제에서는 구글이 상대적으로 신중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갖고, 장기적인 계획에 기반한 사업전략을 추진해왔다는 뜻으로도 이해된다.
■에릭 슈미트의 2011 모바일 비전
슈미트는 이달초 '거대한 모바일 혁명을 준비하기'라는 글에서 "휴대폰에 탑재된 브라우저와 위치 인식 기능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의) 확장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어 향후 구글이 추진해야 할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 기술로 올해 LTE, 모바일화폐, 염가판 스마트폰 사업이라는 3개분야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예고했다.
LTE는 고화질 영상이나 대용량 데이터를 최대 1Gbps 속도로 주고받을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방식이다. 현행 3G 네트워크 기술보다 10배이상 빠르다. 슈미트는 "LTE 환경에서는 휴대폰으로 새롭고 창의적이면서 대부분 흥미롭고 '소셜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거리통신기술(NFC)에 기반하는 모바일 화폐 기능은 향후 휴대폰으로 가능한 서비스 가운데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리적인 은행 건물과 인력을 갖지 못한 사회나 국가에서도 모바일 뱅킹이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미 지난해 12월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 버전부터 NFC 기술을 지원하고, 미국 포틀랜드주와 오레곤주에 NFC를 이용한 마케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블로그 기반 온라인 IT미디어 엔가젯의 블로거 도널드 멜란슨에 따르면, 슈미트는 특히 저렴한 스마트폰 단말기 사업을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슈미트는 "문자 그대로 수십억 인구가 브라우저 기반 터치스크린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 몇년 안에 올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브라우저를 탑재한 휴대폰은 PC 인터넷에서 검색 광고계를 평정한 구글이 새로운 먹거리로 삼을만한 대상이다. 염가판 스마트폰 단말기는 일부 부유하지 못한 국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모범 CEO'냐, '바지사장'이냐…엇갈리는 평가
슈미트의 비전을 구글이 이어갈지는 그가 어떤 CEO였는지 보면 된다. 그런데 슈미트가 CEO로서 잘 했는지 못 했는지에 대한 여론은 엇갈린다.
사실 지난 10년간 슈미트 CEO 재임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앞서 말한 PC 기반 인터넷에서 검색 광고 업체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왔기 때문이다. 검색을 넘어서 G메일, 웹오피스 등을 묶은 웹애플리케이션 '구글 앱스'도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전략을 움직일 만한 영향력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최근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구글은 지난해 4분기 순익 25억4천만달러를 벌었는데 이는 19억7천만달러를 기록한 전년대비 28.9% 오른 것이다. 매출도 26% 뛴 84억달러를 거뒀다.
이런 만큼, 슈미트는 CEO로서의 수완을 갖춘 인물로 묘사된다.
온라인 미디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의 아디 이그나티우스는 "구글이 몇차례 저지른 실책을 감안하더라도, 슈미트는 지난 2004년 치른 기업공개(IPO)나 검열을 시도한 중국 정부와의 갈등을 원만하게 중재하는 등, 구글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칭찬했다.
물론 완전히 상반되는 평가도 있다. 검색으로 번 돈을 G메일이나 유튜브같은 적자 서비스에 쏟아붓는다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비교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관련 산업이나 MS 검색엔진 '빙'에 미국내 점유율을 잃고 있다는 점도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글에서 에릭 슈미트의 존재감이 대수롭지 않았다는 혹평도 있다.
온라인 미디어 비즈니스인사이더의 블로거 니콜라스 칼슨은 "에릭 슈미트 CEO가 물러난 사실이 구글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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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구글 CEO직에서 물러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그를 따돌리거나 무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 2009년 미국 뉴욕에서 미디어 행사에 참석한 슈미트는 구글이 '키홀'이라는 회사를 인수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키홀은 현재 '구글 어스'로 알려진 3D 지도서비스 기술 업체였다. 주력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를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