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3D 콘텐츠, 올해도 '첩첩산중'

일반입력 :2011/01/18 11:23    수정: 2011/01/18 17:47

남혜현 기자

지난해 국내 제작사들이 기획하던 3D 영화 상당 수가 엎어졌어요. 찍으려고 해도 예산이나 인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한국에선 대작 제작비 규모가 '100억원'인데 이 돈으론 사실 볼만한 3D영화를 만들기엔 턱도 없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D가 핫 이슈로 떠올랐지만 볼만한 국산 3D콘텐츠를 거론하긴 힘들다. 국내 보급된 3D TV가 10만대를 넘어섰고 PC제조업체들이 앞다퉈 3D노트북을 선보이지만 콘텐츠 빈곤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작년과 별반 다를바 없다.[관련기사: 3D시대, 하드웨어는 외롭다]

18일 복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는 국산 3D콘텐츠 부흥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3D를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지정한 것에 이어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각 정부부처들이 저마다 예산을 편성하며 실질적인 투자에 나섰다. 지상파 4사도 다큐멘터리, 단편 드라마, 쇼 오락프로그램 등에 3D 촬영을 시험적으로 도입했다. '제7광구' '기생령' '미스터GO' 등 영화들도 연내 개봉을 목표로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한꺼풀 덮개를 열어보면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3D 부흥의 원년'도 '성공한다면'이란 단서가 붙는다. 아직까지 정식으로 3D란 이름을 달고 발표되거나 흥행한 국산 작품이 없다보니 제작자들도 서로 눈치만 보고 투자는 미루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세운 예산도 3D를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키우기엔 한참 모자라다. 콘텐츠진흥원이 올해 130억원을 3D 콘텐츠 육성에 집중 편성했지만, 이는 왠만한 프로젝트 한 두 작품만들기에도 힘에 부치는 수준이다. 부처별로 프로젝트들도 산발적으로 이뤄지다보니 결과물들이 합쳐져 가시화된 성과를 내는 것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굳이 3D가 아니더라도 영화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데다가 표준화된 제작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3D 콘텐츠 제작에 큰 돈을 선뜻 내밀지 못하게 만든다는 얘기도 있다. 3D 콘텐츠 역사가 짧다보니 인력이 부족하고, 입체 촬영기법에 대한 전문가를 찾기도 힘들다.

■한국 3D제작, 현실은 어느 단계?

곽경택 감독은 최근 강풀 만화를 원작으로 한 '통증'을 복귀작으로 발표했다. 아바타를 뛰어넘는 3D 촬영기술을 보여주겠다던 '아름다운 우리(가제)'가 투자자를 찾지 못해 답보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곽 감독이 이름만으로 투자를 보장하는 스타 감독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결과다.

이같은 배경에는 아직까지 국산 3D영화의 성공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됐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헐리웃 3D영화들이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볼만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비해 국내는 100억원만 투입돼도 대작으로 평가받는다며 100억원 정도로는 볼만한 3D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제작사들 입장에서도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국내서 상영된 3D 영화가 전부 해외 작품인 것도 같은 이유다. 이 관계자는 배급사 입장에서도 똑같은 금액이라면 (흥행실패)부담감이 덜한 외산 영화를 수입해 개봉하는 것이 수월하다고도 전했다.

그렇다고 3D에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도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시장은 분명 3D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헐리웃에서 수입된 3D 영화들이 해외나 국내를 막론하고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콘진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 업체들도 테스트베드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가며 3D 콘텐츠 제작에 적응해가고 있다며 올해 눈에 드러나는 수확까지는 힘들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토대를 닦는 수준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투자 늘었지만 '미미'…대기업도 적극 나서야

정부 측에서는 올해를 3D콘텐츠 제작이 기지개를 켜는 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의 경우 3D 붐은 일었지만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은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적극적으로 3D 콘텐츠 제작지원에 나서는 곳은 콘진원이다. 올해 13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제작비 지원, 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을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척박한 3D 제작환경을 고려한다면 지원 액수는 너무 적다는 평이다. 콘진원의 한 관계자도 3D 촬영 카메라 한 대만 하더라도 수억을 호가한다며 인프라 구축을 고려한다면 예산 액수는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말 쓸만한 3D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단순히 제작비만 지원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안된다고도 지적한다.

이 관계자는 볼만한 콘텐츠를 생산해 내게 하려면 단순히 제작지원비 몇 억원을 프로젝트 팀에 주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장비나 제작인력 등을 우선 지원해 실질적인 아웃풋이 나오도록 지속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부족과 제작지원비 부족은 대기업 역할론으로도 이어진다. 한국 3D 산업이 콘텐츠보다는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국내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체가 3D붐으로 인한 최대 수혜주라면서 그러나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아직까지 3D로 큰 수익을 내지는 못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콘텐츠 육성에 참여하려고 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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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TV를 내놓는 국내 대기업들 같은 경우 유명 연예인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이 역시 단발성 전시 영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쉽게 말해 TV를 전시하기 위한 영상 제작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연예인 뮤직비디오를 한 편 더 얹어준다고 해서 TV를 사는 것은 아니다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대기업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