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튀니지 혁명에 ‘결정타’

일반입력 :2011/01/17 10:02    수정: 2011/01/17 11:28

정윤희 기자

튀니지 혁명의 숨은 주역은 위키리크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16일(이하 현지시간) 독재정치를 펴던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을 축출한 튀니지 혁명의 숨은 주역이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라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튀니지 대통령과 일가들의 비리 내용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되면서 국민들의 분노에 불이 붙었다. 비리 사실을 접한 국민들은 정부와 시위대 사이에서 시위대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위키리크스를 본뜬 ‘튀니리크스’도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28일부터 시위대 블로그 ‘Nawaat.org’는 위키리크스 폭로 내용 중 튀니지와 연관된 정보만을 취합해 ‘튀니리크스’에서 제공했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지난 2008년 6월, 튀니지 주재 미 대사관은 외교 전문을 통해 “하급 관리들 사이에 뇌물 수수가 만연해 있긴 하나, 대통령 일가의 과도한 재산 축적과 부패 의혹이 튀니지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고 보고했다. 대통령 일가의 호화 생활, 부패상, 이에 대한 미 정부의 우려 등도 거론됐다.

해당 폭로 내용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튀니지는 페이스북 가입자가 전 국민의 18%에 이르는 등 SNS 이용률이 높은 국가다.

유튜브에는 시위 기간 동안 시위가 진행된 ‘시디 부지드’ 지역과 관련된 동영상이 3천건 이상 등록됐다. 튀니지 정부는 유튜브 등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며 확산을 막았으나, 국민들의 분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튀니지 혁명은 지난해 12월 17일 20대 청년 과일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경찰의 물품 압수 조치에 분신자살을 시도한 것이 불씨가 됐다. 부아지지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해 무허가 노점상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튀니지의 공식 실업률은 14%다. 15세~29세에 이르는 청년실업률은 30%에 이른다.

이후 청년실업, 인플레이션에 항의하는 튀니지 시위가 정권 퇴진, 민주화 요구 시위로 확산되자, 벤 알리 대통령은 지난 14일 가족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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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혁명은 위키리크스와 SNS를 통해 확산됐다는 점에서 ‘위키리크스 혁명’, ‘페이스북 혁명’, ‘트위터 혁명’ 등의 이름을 얻었다. 전 세계 언론은 향후 민주화 운동이 비슷한 상황의 알제리, 예맨 등 인근 국가로 확산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스웨덴에서 강간 등의 혐의로 영국에서 구속된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언 어샌지는 16일, 체포된지 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스웨덴 당국은 보석 후에도 수사를 계속하겠다며 범죄인 인도를 요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