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이 나오는 스마트 시대에도 기술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트렌디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른바 ‘착한’ 기술들은 세상에 나와 빛을 보기 어렵다.
‘어울림’ 애플리케이션은 청각·언어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개선하기 위한 착한 기술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적은 비용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의사소통을 돕자는 것이 기본 발상이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세 명의 친구가 내놓은 이 앱은 최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최한 SW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지만 아이디어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를 기획한 유중현㉖씨는 “언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소통을 자유롭게 하고, 이를 통해 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참여를 돕고 싶었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기술의 핵심은 간단하다. 해당 앱에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 출력하는 TTS(Text to Speech)와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STT(Speech to Text)가 사용된다.
사실 이는 기능적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음성 데이터를 전송받아 기계가 언어로 해석하는 등의 인식 기술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시장에 나와 소비자에게 외면 받고 사그라지기 일쑤였다.
간단히 생각할 때 음성인식 검색도 같은 맥락의 기술이 사용된 사례다. 다만 ‘가공한 임의의 데이터를 전화상으로 전달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새로운 착상인 셈.
어울림 앱 사용자(청각·언어 장애인)는 통화를 하는 상대방의 음성을 문자 형태로 전송받고 사용자가 입력한 메시지를 음성으로 전환해서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 유중현씨는 이 서비스가 고가의 보조기기(인공 와우·보청기)를 구입하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소통의 길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청각·언어 장애인들은 컴퓨터에 접속해 중간 교환원에게 전화를 연결해 문자나 수화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TRS서비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교환원에게 짜장면 배달을 부탁하면 교환원이 이를 대신 처리해주는 식이다.
또한 대부분의 언어장애인은 시청 등 관공서에 방문할 때 통역할 보조자를 필요로 하는데, 이 경우엔 개인정보를 모두 노출시켜야 하는 난점이 있다. 때문에 어울림 앱 서비스는 공간 제약이나 인력 유지 비용 등을 줄이고 장애인들의 개인정보 보호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기획 단계에서 청각·언어 장애인들을 직접 만나 조언을 구했다. 어울림 앱은 “자신의 의견을 음성으로 전달하면 좋겠다”는 장애인들의 솔직한 말에서 탄생했다.
소프트웨어를 제작한 박대수㉖씨는 “청각 장애인들에게는 영상통화 기능이 되는 휴대폰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며 “하지만 장애인 분들을 만나보니 한손으로 휴대폰을 들어야 하고 이마저도 밤에는 원할하지 않다고 토로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단순한 장애인 대상 휴대폰 요금 할인 정책보다 어울림 앱을 장애보조기구로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기기를 보조하고 저렴한 비용의 앱을 제공하면 장애인을 둘러싼 불편한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
UI개발과 디자인을 맡은 박남규㉖씨는 이 앱이 장기적으로는 의사소통을 넘어 언어학습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언어장애를 가진 사람들 대부분은 소리를 낼 줄 몰라서가 아니라 발음을 할 줄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어울림이 이를 도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단어나 문장의 음성을 입모양과 함께 화면에 출력하고 농아인이 발음한 음성과 발음이 잘 되지 않은 어휘를 비교해서 알려주면 언어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법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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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어울림은 특허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음성소통은 단말 제조사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해줘야 상용화할 수 있다는 어려움이 따라 개발이 막힌 상황이다.
유중현씨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람이 목적과 방향을 부여하지 않으면 사장될 수 밖에 없다”며 “우리가 제안하는 어울림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사람과 소통을 생각하는 서비스 솔루션으로 뜻있는 기업들이 검토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