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를 가득 채운 케이블,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장비 등이 꽉 들어찬 데이터센터를 바라보는 IT관리자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문제다. 데이터센터 장비는 앞면의 깔끔함과 다르게 뒷면에 무수한 케이블을 갖고 있다.
때문에 I/O 통합 시도는 꾸준히 진행돼 왔다. 장비를 연결하는 엄청난 수의 케이블은 관리자의 스트레스 원천이자, 전력소모와 관리비용 증가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케이블이 늘어나는 이유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연결 시 사용되는 I/O카드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서버연결을 위해 네트워크는 이더넷 NIC카드를, 스토리지는 호스트버스어댑터(HBA) 카드로 대부분 파이버채널(FC)을 사용한다. 카드의 개수만큼 그를 위한 케이블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운영비용절감이 IT의 과제로 떠오른 시점에서 I/O통합은 거스르기 힘든 대세가 됐다.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업계의 지각변동도 가져올 이슈란 소리도 들린다.
■“케이블을 줄여라”…FCoE와 iSCSI
I/O카드를 통합하는 최신 기술은 파이버채널오버이더넷(FCoE)이다. FCoE는 이더넷에서 FC를 사용해 데이터를 통신한다. 이더넷 케이블 내에 FC를 캡슐형태로 할당하며, 전송 시 SAN 스토리지에서 사용하는 FC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FCoE를 지원하는 I/O카드는 각 장비를 단일 케이블로 연결할 수 있다. NIC카드와 FC카드를 별도로 장착하지 않아도 되므로 구매비용이 줄어들고, 전력소비량도 적다.
그러나 FCoE는 여전히 단가가 높다는 인식도 많다. 대형기업만 도입을 고려하므로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또 다른 I/O통합 기술은 2003년 고안된 iSCSI다. iSCSI는 서버에서 스토리지로 SCSI 커맨드를 전송할 때 이더넷 TCP/IP를 이용하고, 이더넷 케이블을 사용해 연결한다. 그러나 iSCSI의 확산 역시 기대만큼 빠르지 않았다. 네트워크 이더넷의 신뢰성과 용량이 문제였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보급된 이더넷 NIC카드 1개당 전송용량은 1Gbps급이다. 페타바이트급에 이르는 스토리지 데이터 전송을 소화하기 어렵다. FC가 8G 속도와 안정성을 보유했지만 이더넷이 1G므로 병목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스토리지 영역에서 전송실패는 곧 시스템 다운이므로 신뢰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이더넷은 전송실패가 빈번히 일어나는 기술. 통신실패 시엔 재접속 시도나 전송중단 명령을 내리도록 돼있다. 네트워크 영역은 접속실패가 업무처리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스토리지는 다르다. TCP/IP를 사용하는 iSCSI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iSCSI가 확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로 시스템 관리자의 적응문제도 있다. FC에 익숙한 IT관리자에게 TCP/IP는 복잡하고 낯선 기술이다.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바꾸고 새로 적응하기엔 모험이었던 것이다.
■I/O통합, 때가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FCoE와 iSCSI에게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제품단가와 병목현상 등 약점들이 하나둘씩 해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더넷은 10Gbps급 제품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FC의 속도를 따라잡았다. 40G, 100G 이더넷 제품도 출시됐다. 이더넷과 FC의 속도차로 인한 병목현상은 옛날 얘기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제품가격 인하요인도 떠오르고 있다. 인텔이 FCoE를 기본 탑재한 서버메인보드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I/O카드를 따로 구매하지 않고 FCoE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서버 단가가 낮아진다.
FCoE와 iSCSI를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제품도 늘어났다. IBM과 시스코 등이 서버에서 FCoE를 기본지원하고 있고, 시스코와 브로케이드 등이 고용량 FCoE스위치를 내놨다. 스토리지도 EMC, 넷앱, 히타치데이터시스템(HDS)이 FCoE를 지원한다. 델은 이퀄로직 제품에서 iSCSI를 밀어붙이고 있다.
가상화와 클라우드가 주목받으면서 기업들도 비로소 I/O통합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가상화와 클라우드는 서버와 스토리지의 양을 대규모로 합치는 것이기 때문에 I/O 관리는 중요한 과제다.
국내기업 중 FCoE를 채택한 곳은 20개로 늘었다. 델의 iSCSI 이퀄로직 스토리지는 세계시장에서 66% 매출성장률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세미나 등에서 FCoE에 대한 세션을 진행하면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라며 “FCoE와 iSCSI에 대한 관심이 높을 뿐 아니라, 도입의지가 높은 곳도 상당수다”라고 말했다.
■FCoE의 확산, 시스코 서버사업의 변수
FCoE의 확산 움직임은 서버사업 2년째에 접어든 시스코에게 긍정적인 신호다. FCoE를 전면에 내세운 벤더가 시스코기 때문이다. 인텔이 FCoE 기술을 개발했다면 실제 상용화는 시스코가 주도했다.
I/O통합 이슈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전 영역에 걸쳐있지만 누가 나서서 표준작업을 진행하기 애매한 것도 사실이었다. 인텔, 큐로직, 에뮬렉스, 브로드컴 등 I/O카드 회사의 눈치싸움 속에서 FCoE의 표준작업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시스코는 지난해 유니파이드컴퓨팅시스템(UCS) 서버를 출시하면서 FCoE카드를 직접 개발해 서버에 탑재했다. FC진영 벤더들과 규합해 I/O카드 제조업체를 FCoE로 이동시키겠단 복안이었다. EMC, 넷앱 등 스토리지 진영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서버시장은 HP, IBM, 오라클-썬 등의 텃밭이다. 시스코는 여전히 시장조사업체의 보고서에서 기타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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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대비 장점으로 FCoE를 내밀었지만 고객의 인식이 없다면 별무신통. 결국 FCoE란 기술 자체의 확산과 도입 붐을 일으켜야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나설 수 있게 된다.
시스코는 내년을 호기로 보고 있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내년 10G 이더넷스위치 보급이 더 늘어나면 FCoE뿐 아니라 I/O통합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며 “여기에 가상화, 클라우드가 맞물려 SAN과 이더넷 분리냐, 유니파이드냐를 선택할 때 FCoE는 중요한 무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