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기소 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을 위헌 판결했다. 유언비어 처벌 근거를 없앴다는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지켰다는 환영으로 누리꾼 반응이 엇갈렸다.
28일 헌법재판소는 박 씨가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인터넷)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박 씨는 지난 2008년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외환 보유고가 고갈돼 외환 업무가 마비된다는 등의 허위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 중 ‘공익’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며 “해당 법 조항이 법의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돼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진보 진영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글들이 인터넷에 오르는 중이다.
민주당 최문순은 의원은 헌재 결정 후 낸 성명에서 “표현의 자유 제약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위헌 결정은 당연하다”며 “해당 조항은 사문화된 조항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독소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상의 유언비어를 규제할 방안이 사라졌다는 우려다.
인터넷 상에 떠돌아다니는 유언비어는 특성상 확산이 빠르고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사회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더더욱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규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SNS 등 각종 정보가 오가는 채널이 증가해 인터넷의 각종 정보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며 “정보에 대한 가치 판단은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채널 속성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겠지만, 공식 채널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는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음으로써 법원에 계류 중인 전기통신기본법 관련 사건은 무죄를 선고하거나 검찰이 공소 취소 처분하게 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후 ‘예비군 소집령’, ‘김정일 사망’ 등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기소된 28명도 덩달아 처벌을 면하게 된 것도 향후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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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때 경찰관이 집회에 참여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거짓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은 김모㊴씨도 같은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 부분에서 헌재가 내릴 결정도 향후 인터넷 규제의 방향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